인천공항의 국내선 환승 해법

지방공항의 국제선 확충만이 대안

등록 2001.04.11 04:34수정 2001.04.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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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로운 개항으로 그 동안 십자포화를 퍼부은 언론들을 머쓱하게 만든 인천공항. 하지만 지방 사람들에겐 이용하기 어려운 머나먼 공항이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이용하자면 김포까지 국내선을 타고 와 인천공항행 셔틀버스로 이동을 하거나 아니면 김해에서 하루에 단 한 편 운항하는 인천공항행 국내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

이런 탓에 영남과 호남의 지방지들은 지방 승객과 기업인들이 인천공항 개항으로 오히려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연일 울분 섞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기자가 보기에 이런 반응은 번지수를 한참 잘 못 찾은 것이다.

인천공항을 국제선 전용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국내선 겸용 공항으로 운영해야 하는지는 공항 건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항공사와 전문가들 사이에 끈임 없이 논란이 돼 왔던 문제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인천공항의 국제선 전용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에 국내선을 운항한다 해도 아직 쓸 만하고 도심에서도 가까운 김포공항을 놀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국내선까지 모두 인천공항으로 몰아 넣었다면 수용능력도 문제지만 수도권의 국내선 이용 승객들은 겨우 1시간 가량의 지방행을 위해 무려 2시간이 넘는 머나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이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인천공항 국제선, 김포공항 국내선 전용은 도심에서 공항까지의 거리로 보나 용도로 보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문제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지방에서 해외로 출국하려는 승객의 요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것.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은 지방 공항의 국제선 확충이라고 본다. 도대체 모든 면에서 수도권 집중이 한국 최대의 골치거리인데 단지 외국 한 번 나가기 위해 서울까지 부득불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한국인의 서울 중심 사고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지방 공항은 거의 대부분 국제선을 겸하고 있다. 프랑스 칸느 사람들은 런던을 가기 위해 굳이 파리의 샤를르 드골 공항까지 가는 바보스런 짓을 하지 않는다. 칸느 주민들이 애용하는 니스국제공항에서 런던까지 얼마든지 국제선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현상은 일본의 지방공항에서 이미 몇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다. 유럽이나 북미로 여행하려는 일본의 지방 승객들은 굳이 하네다 공항을 경유해 다시 버스편으로 2~3시간 거리인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오히려 김포까지 직행하여 김포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간편했던 것. 지금도 국적기를 이용하는 상당수 일본인 승객들은 바로 이런 지방 환승객들이다.

한국의 지방공항도 경제성 없는 인천공항행 국내선을 늘려달라고 떼를 쓰기 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에만 소규모로 운항중인 국제선의 운항 회수나 취항 도시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언제까지 수구초심 서울만 바라보며 울분을 삼키는 미련한 짓을 반복하려 하는가?

그래도 굳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출국하고자 하는 지방 승객은 2005년으로 예정된 공항 철도가 개통되면 불편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포와 인천공항간에 고속 셔틀 열차를 운행하면 공항간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현재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국제선 청사까지 이동하는 시간보다 그리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몇 년 전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자그레브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런던 남부의 스탄스테드 공항까지 무려 3시간을 버스 안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에 비하면 김포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 버스길은 그냥 콧노래를 부르며 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방 승객 여러분은 일편단심 서울만 바라보며 너무 엄살 피우지 말고 공항의 국제화에서도 지방자치를 이루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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