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호가 떨어질까 걱정하셨나요?

지구의 날에 돌아보는 행성 <지구>의 수난사

등록 2001.04.24 05:43수정 2001.04.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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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미르호가 머리 위로 떨어질까 걱정하셨나요? 벌써 한 달 전 일이군요. 미르호의 추락 궤도상에 있던 부산시 당국은 긴급 재난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지요. 재해에 민감한 이웃나라 일본은 좀더 요란해서 신문 방송마다 미르호 소식을 생중계하면서 나라 전체가 웅성거렸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러시아의 탁월한 관제기술 덕에 미르호는 당초 예상했던 대로 피지섬 인근의 남태평양 해상에 별 사고 없이 안전하게 추락을 했습니다. 추락할 당시 미르호 선체의 무게는 143톤이었고 속도는 시속 2만8천km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747 여객기의 운항속도가 시속 1천km를 넘지 못하니까 얼마나 대단한 속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지 섬에서 미르호 추락을 목격한 CNN기자는 불덩어리 여러 개가 남태평양 상공을 순식간에 가르고 지나간 뒤 약 5분 후에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며 생전에 다시 못 볼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만한 무게의 물체가 이런 속도로 지표면에 충돌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K= M/2*V*V 라는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M은 무게이고 V는 속도입니다. 속도 쪽에 제곱을 하니까 무게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느냐가 추락 당시 충격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미르호는 러시아의 첨단 과학기술 덕에 아무 불상사 없이 목표 해상에 정확히 떨어졌지만 지구의 하늘에는 이런 인공물체말고도 수 많은 우주의 잔해들이 매일 매일 떨어지고 있습니다. 밤 하늘의 별똥 별은 바로 이런 우주 잔해가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열로 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우주 운석은 대부분 크기가 작아 지구 주위의 '로쉐 한계선'을 진입하면서 잘게 부서진 뒤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대부분 타서 없어지지만 가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침엽수림으로 가득한 시베리아의 퉁구스카 상공에서 대기권을 뚫은 운석 하나가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컸던지 반경 400km에서 밭 일을 하던 농부가 시속 200km에 이르는 열폭풍에 날려가 정신을 잃었고 수천km 떨어진 유럽에서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현장을 조사한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이 운석의 크기가 약 70m였으며 폭발 당시 진입속도는 초속 30km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K공식으로 퉁구스카 운석의 폭발에너지를 측정한 결과 TNT 30메가 톤, 히로시마 원폭의 700배에 달하는 가공할 위력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만약 이 운석이 3시간 후인 오전 10시에 떨어졌다면 20세기 현대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모스크바 시 전체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버렸을 테니까요.

이보다 훨씬 더 큰 운석이 6500만년 전에 지구 위로 떨어졌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직경 약 10Km에 최고 속도가 초속 30km로 - 시속이 아닙니다 - 추정되는 거대 운석이 멕시코의 유카탄 지방을 강타했다고 합니다.


이 충돌로 순식간에 직경 약 200Km 이르는 구덩이가 생겼고 진도 12~13에 이르는 지진파가 전 지구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런 강도의 지진이면 지표면의 물체를 수십미터 높이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폭발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유카탄 반도와 정확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인도의 데칸 고원에서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고 지구의 자전축마저 90도 정도 기울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폭발로 발생할 엄청난 해일에 비하면 지진은 사실 별게 아니라고 하는군요.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이기 때문에 운석은 바다 위로 떨어질 확률이 훨신 높습니다. 만약 이런 충격파가 바다 위로 전달되면 충돌 지점에서 최고 1km 높이의 파도가 발생합니다. 파도는 해변에 다가갈수록 점점 거세지기 때문에 시속 1천~2천Km 속도로 해안에 도착했을 즈음엔 높이가 최고 8km에 이르는 가공할 해일이 대륙 전체를 휩쓸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 재앙이 끝나고 난 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공룡을 포함하여 지구상 생물의 99.9%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다시 지구의 생태계가 제 자리를 찾기까지는 수백만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최근에 학자들이 고대 지질을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 지구에는 이런 대재앙이 약 3천만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계란 부침처럼 생긴 은하계의 가장자리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공전을 하는데 마치 돌고래처럼 은하계 위아래로 6천만년에 걸쳐 주기적인 자맥질을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약 3천만년에 한 번씩 은하계의 표면을 위아래로 통과하는데 이 때마다 거대한 운석들이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는 가설입니다.

지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재난을 수십차례 견디면서 끈질긴 생태계의 생명력을 이어 왔습니다.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인류가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적절한 지점에서 일시에 폭발시킬 경우 지구로 향하는 거대운석을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궤도를 이탈하게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인류의 손에 핵무기를 쥐어준 하늘의 뜻이 바로 이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거대 운석이 지구의 생명을 또 다시 위협할 때는 이제 인간이 지구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1994년 슈메이커 레비9(Shoemaker Levy 9) 혜성의 잔해 수십개가 목성과 연달아 충돌했습니다.

폭발의 충격으로 목성의 극지방에 지구 수십개 크기의 엄청난 구멍이 생기는 것을 목격하고 크게 놀란 미국 의회는 NEAT (Near Earth Asteroid Tracking)라는 소행성 추적기구를 구성할 것을 입법합니다. 

현재까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약 3천개의 소행성을 확인했지만 학자들은 아직도 95%에 이르는 소행성의 행방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Space Watch'라는 민간기구 역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1994년 슈메이커 레비9(Shoemaker Levy 9) 혜성의 잔해 수십개가 목성과 연달아 충돌했습니다.

폭발의 충격으로 목성의 극지방에 지구 수십개 크기의 엄청난 구멍이 생기는 것을 목격하고 크게 놀란 미국 의회는 NEAT (Near Earth Asteroid Tracking)라는 소행성 추적기구를 구성할 것을 입법합니다. 

현재까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약 3천개의 소행성을 확인했지만 학자들은 아직도 95%에 이르는 소행성의 행방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Space Watch'라는 민간기구 역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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