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에 정답은 없다"

[전주국제영화제] <신과의 대화>의 차이 밍량 감독

등록 2001.04.30 01:25수정 2001.05.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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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장 커, 존 아캄프라, 차이 밍 량이 참여한 '디지털 삼인삼색'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디지털 영화의 장인' 존 아캄프라를 비롯하여 디지털 영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두 감독이 참여, 더욱 관심을 모은 '디지털 삼인삼색'은 이들에 의해 디지탈 카메라를 통한 사유의 경지를 펼쳐 보여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 명의 감독 중 가장 먼저 전주를 찾은 차이 밍 량은 자신의 첫 디지털 영화인 <신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의 작품 세계와는 다소 이질적인 작품을 선보여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전히 관객들에게 '낯선 영화'인 그의 전작들보다 더욱 난해하고 무질서한 영상을 선보이는 그의 신작 <신과의 대화>는 그의 말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이다. 수줍은 소년처럼 관객들과 만난 그가 말하는 <신과의 대화>는 어떤 영화일까.

- 영화에 등장하는 죽은 물고기는 어떤 의미인가.

"디지털 영화 작업이 처음이라, 삼각대 없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찍었기에 몹시 힘들었다. 모든 촬영은 즉흥적인 관찰에 의해 이루어졌다. 죽은 물고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다. 거의 매일 죽은 물고기를 관찰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촬영을 마친 후 한참동안 생선류를 먹지 않았다.

어떤 작품을 찍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하도나 물고기 역시 촬영 도중 나를 사로잡았던 것들이다.

죽은 물고기를 촬영하면서 죽음에 관한 생각에 자주 사로잡혔다. 한편, 촬영이 거듭될수록 이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 또는 조소처럼 느껴졌다. 이런 변화가 즐겁다."


- 디지털 영화 촬영 도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50cc 오토바이를 몰며 타이페이를 돌아다녔다. 타이페이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하도와 같은 공간이 많다. 영화 촬영 중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진 것이 지하도 촬영인데, 지하도에 들어서는 순간 안정감을 느꼈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온화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나는 항상 지하에 대한 호감을 느꼈다. 여기에는 죽음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음침한 것을 무서워해서 지하도에 들어서는 순간 아찔한 공포를 느꼈다.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손에 들고 촬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것을 즉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 영화의 내용과 <신과의 대화>라는 제목과 영화의 내용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내가 원하는 것에 착안해 영화 작업에 임하기 때문에, 관객이 원하는 것과 반응을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답안을 구하기 위해 이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니라, 촬영 중 다가온 느낌에 따라 이와 같은 제목을 정했다. 죽어가는 물고기, 신의 축복을 기리는 의식 등이 '신과의 대화'로 통하는 것인지는 보는 이의 여부에 달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없다."

- 장편 디지털 영화 작업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정만세>, <하류>처럼 고독이 묻어있는 영화를 만들 계획인가.

"우선 이런 기회를 제공한 전주국제영화제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디지털 작업을 하면서 한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현재 장편 디지털에 임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작업이 어려운 것은 비단 영화 제작 뿐 아니라, 투자가와의 끝없는 접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년동안 창작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관중들의 이해도 고려해야 하므로, 다양한 이해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디지털 장편에 착수한다면, 이런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신작 <네가 있는 그 곳은 몇시니?>로 칸느를 방문하는 차이 밍 량의 디지털 영화 <신과의 대화>는 지아 장 커, 존 아캄프라의 작품과 함께 오는 5월 3일 오후 2시에 다시 한 번 상영된다.

덧붙이는 글 신작 <네가 있는 그 곳은 몇시니?>로 칸느를 방문하는 차이 밍 량의 디지털 영화 <신과의 대화>는 지아 장 커, 존 아캄프라의 작품과 함께 오는 5월 3일 오후 2시에 다시 한 번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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