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000보다 노래 잘 할 수 있어?"
"가수가 되려면 사진을 보내주세요!"
"앨범 하나 내는데 돈이 많이 드는데.."
아쉽게도 이런 이야기들은 대중음악시장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다. 특정 몇몇 가수들과 몇몇 장르로 돌아가는 대중음악시장. 잘 생겼거나, 엽기적이거나, 춤을 잘 춘다면 음악성이 없어도 가수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러면 그렇지 못한 가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박씨가 있고, 김씨, 이씨가 있듯, 음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건만 왜곡된 음악시장에서는 음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대중과 친하지 않는 음악은 언더그라운드나 인디밴드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는 '락?' 하면 '음, 언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
인터넷 음반제작사인 힘모아닷컴(www.himmoa.com)과 딴지일보(www.ddanzi.com)의 딴따라딴지가 업무제휴를 맺고 기존의 음악시장, 기존의 음악문화를 바꿔 보자며 인터넷상에서의 이색적인 이벤트로 네티즌들의 힘을 모으고 있다.
딴따라딴지의 조민준 씨는 이번 이벤트에 대해서 "딴지일보하면 엽기적인 분위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우리는 문화개혁을 위해 생산적인 이벤트 및 대안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모아닷컴은 인터넷의 쌍방향 구조를 이용하여 음반제작사업을 벌인다. 주요 음반메이저사들의 수직구조적인 방식에서 탈피, 음반제작자와 가수, 음반을 듣고 구매하는 구매자가 수평적인 구조에서 만나 새로운 음악문화를 위해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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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스 ⓒ 힘모아닷컴 |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올려진 MP3 음악 파일을 듣고, 이 가수에게 힘을 밀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밀어주기로 결정을 하면 만원, 또는 2만원, 혹은 3만원까지만 투자해서 네티즌펀드를 만든다.
적정선의 네티즌펀드가 마련되면 음악성이 있어도 돈이 없어 음반을 발매하지 못했던 가수들이 앨범을 제작한다. 제작된 음반은 투자한 네티즌들에게 보내지고, 가수들의 라이브공연에 초대된다. 투자한 만큼 돌려 받는 것이다. 이게 바로 '힘모으기 운동'이다.
힘모아닷컴에서는 99년 11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음반 한 장을 발매했다. 이 때 모아진 돈이 정확히 89만 3천원. 만원 단위로 펀드를 모집했는데 딱 떨어지지 못한 이유는 1만 5천원을 투자한 사람도 있고, 돈이 없다고 8천원만 투자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3장의 앨범이 더 발표되었고, 2000년 6월부터 7월까지 60여 일간 진행된 '힘모으기'에는 121명의 네티즌이 참가해서 151만원의 제작비가 모금되었다.
4월 2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힘모아닷컴과 딴따라딴지의 이벤트에서는 아무런 마진도, 그 어떠한 이익금도 남기지 않고 여태까지 발표된 4장의 앨범을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두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MP3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20여 일간 진행된 두 회사의 이벤트에서 네티즌들은 1만여 회가 넘게 MP3를 다운로드 받고 600여 장의 음반을 구입했다.
"기존 메이저 음반 제작사들은 많이 묵었다 아이가!" 기자가 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나날이 소외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성이 메이저 가수들에게 결코 못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음악을 들어보자. 이런 정도의 음악성을 갖추고 있는데도 돈이 없어 음반을 못 내고 있다면, 한국의 음악시장은 국가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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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창훈 ⓒ 힘모아닷컴 |
옆의 사진은 돈이 없어(?) 메이크업도 못 받고 사진 찍은 가수 주창훈이다.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한 싱어송라이터 주창훈은 외모와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와 아기자기한 맛을 노래에 싣고 있다. 이승환이나 신승훈의 주류가수들을 뺨치는 발라드 곡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노래 <두근두근>을 들어본다.
<주창훈의 두근두근 노래듣기 - 클릭!>
다음 노래는 드리아가 부른다. 드리아의 사진은 이 기사 맨 처음에 나온다. 줄을 맞추어서 노래하고 기타연주를 하는 듯 보이지만, 가운데 멤버가 연주에 취해서 북동쪽으로 약간 이탈한 듯 보인다. 드리아는 놀랍게도 멤버 모두가 스무살이다. 고등학교 동기들로 구성된 드리아는 "쟤네들이야" "쟤네들이야"하고 불리다가 "들이야 -> 드리야"로 밴드의 이름을 정했다.
<드리야의 What's your name 노래듣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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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우밴드의 <과거> 앨범 재킷 ⓒ 힘모아닷컴 |
옆에 권순우 밴드의 앨범재킷이 보인다. 힘모아닷컴의 대표가 권순우 밴드의 사진만 안주기에 의아했었는데, 앨범 안의 CD를 보고 '음'했다. CD에 인화된 권순우 밴드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권순우밴드는 보컬 권순우와 기타 김무준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이다. 권순우의 목소리는 가수 전인권과 김장훈을 섞어 놓은 듯한 가창력을 자랑한다. 그들의 음악에는 종군위안부 문제, 통일 문제 등 우리나라의 사회, 역사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어 그 의미가 더하다. 그들의 음악 <못살겠네>를 들어보자.
<권순우밴드의 못살겠네 노래듣기 - 클릭!>
마지막으로 작스를 소개한다. 작스의 사진은 이 기사에 두 번째로 실려있다. 기타의 서정훈과 베이스의 김삼 두 사람, 그리고 4명의 객원싱어로 이루어진 작스는 락을 기본으로 발라드, 댄스, 포크, 하드코어, J-pop, 뉴에이지, 트래쉬 메탈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작스의 노래 <넌 너니까>는 보컬의 목소리와 세션의 연주 모두에서 힘을 느낄 수 있는 정통 하드코어 락이다.
<작스의 넌 너니까 노래듣기 - 클릭!>
가수는 아무나 하나? 음악성이 있는 사람이 가수가 되어야 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음악성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가수에게도 등급을 매기려 한다.
텔레비전의 쇼프로에 나오고, 음반이 백만장 이상 팔리고, 잘 생기거나 춤을 잘 추면, 그리고 기획사와 제작사를 잘만 만나면 음악성 없어도 A급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힘모아닷컴의 이재인 대표는 "방송위주의 천편일률적인 지금의 음반시장에서 대안은 인터넷과 네티즌에 있다"며 새로운 음악시장 개척의 운을 띄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며 시적인 표현까지 덧붙인다.
그는 인터넷의 네티즌들이 섹스와 폭력, 음란과 오락사이트만을 서핑하지 말고 인터넷이 가진 정보와 새로운 매체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이용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즐겨찾기'에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현란한 사이트들만 자리하고 있다면, 한국의 음악문화를 개혁할 사이트를 하나정도 전세, 아니 월세를 내어 주는 것은 어떨까. 한 명, 두 명의 네티즌들이 모이게 되면 언젠가는 새로운 문화를 꽃 피울 희망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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