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학로 청소년 축제의 여러 모습들

등록 2001.05.21 12:59수정 2001.05.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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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처음과 끝을 보지 못한 채로 이 글을 써가지만, 참여한 부분에 대한 생각을 사진과 함께 곁들여봤다.

처음 보았을 땐 춤들을 신나게 추고 있었다. 다음 순서로는 그룹사운드의 노래가 있었는데, 그룹사운드 거의 일본 노래를 주로 불렀다. 그때마다 주위는 아랑곳 없이 머리와 온몸을 흔들어대는 청소년들. 구경꾼마저도 그룹사운드 노래를 듣다가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정도였다.


그들 속에 내재된 끼(기)라든가 거침없는 행동은 청소년이라는 이름표에 부합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풍물팀- 앉아서 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 의 가락에는 겨우 박수나 할 정도.

사실 신명나게 놀아볼 수 있는 우리 가락에는 몸이 굳어 있고, 일본 락 가수의 음악에는 몸을 흔들어대는 우리네 청소년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복장과 화장술로 일본 만화의 캐릭터를 모방하고 직접 옷까지 만들어입는다는 코스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보면서 얼마 전 인사동 갤러리에서 본 어떤 님의 그림이 떠오른다.

작가는 상상 속의 아이들을 그려 마음이 맑고 꿈을 크게 간직한 어린이들을 나타내고자 하얀 면 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런데 아쉬웠던 것은 그 아이들 모두 우리나라 얼굴의 모습이 아니라 서양의 아이를 많이 닮은 듯하다. 그녀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이의 얼굴이라고 했지만, 언뜻 보면 이국적인 아이의 모습이다. 그녀의 말 끝에 어려서 만화나 동화책을 본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했던 답이 기억난다.

어린 시절 흙과 물을 만지며 풀 숲을 헤치며 다닐 수 있는 환경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지만, 어쩐지 우리의 머리 속에는 우리의 것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점점 서구화가 고착된 듯한 느낌을 이 축제에서 갖는 것은 불안감, 답답함과 함께 시급히 고쳐나가야할 우리의 책임같다. 그저 좋으니까 행복하니까 아무거나 하도록 밀어주는 것이 교육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단칠 수 있는 어른과 그것을 듣지 않으려 귀를 막기 이전에 그래도 한 번 들어보는 차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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