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의 좌우지간 중국이야기(19)

치파오(旗袍)를 아시나요?

등록 2001.05.22 15:11수정 2001.08.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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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96년 2월 2일부터 2월 12일까지의 중국 여행기이다. 필자와 10여명의 일행(교수, 시인, 화가, 사진작가, 학생 등등)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위해(威海)에 내려 장보고의 얼이 서려있는 적산(赤山) 법화원(法化院)을 거쳐 공자의 생가와 공묘가 있는 곡부를 거쳐 태산(泰山)이 있는 태안(泰安), 연대(烟台)를 거쳐 기차로 북경에 도착해 둘러본 후 프로펠러 쌍발기를 타고 연변에 들렸다가 다시 북경으로 나와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10박 11일의 일정을 적은 글이다. 편집자 주)

식사를 하는 동안 복무원(服務員) 아가씨가 왔다갔다 하면서 시중을 들었다. 중국에서는 그렇게 서빙하는 아가씨를 복무원(푸우위엔)이라 한다. 보통 샤오지에(小姐)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네 사극에서 아가씨를 보고 "소저"라고 부르는 것의 중국식 발음이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이 중국 전통 복장인 치파오(旗袍)를 입고 왔다갔다 한다. 치파오는 우리로 치면 한복(韓服)이다. 우리네 한복도 꽤나 아름답지만 치파오도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복은 뚱뚱한 사람이나 날씬한 사람이나 사실 별로 표가 나지 않는다. 치마가 통이 넓어 몸매를 다 커버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파오(旗袍)는 도무지 몸매를 속일 수가 없다.

한복이 투피스라면 치파오는 원피스다. 그것도 몸에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 게다가 서비스로 옆이 툭 터져 있다. 정확히 어디까지가 허벅지이고 어디까지가 엉덩이인지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경계선까지 옆이 툭 터져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견해이지만 한복(韓服)이 여성의 몸매를 숨겨주는 역할을 하는 옷이라면 치파오는 여성의 곡선미를 가장 잘 드러낸 의상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한족(漢族) 아가씨들은 대체로 키도 늘씬늘씬하고 몸매도 그만이다.

중국 여배우 공리나 장만옥, 왕조현 등을 생각해보면 될 듯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자주 쳐다보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야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라. 치파오는 짧은 원피스가 아니라 긴 원피스이며(더러는 우리의 개량한복처럼 짧게 개량한 것도 있고, 투피스 형식도 있다) 몸매가 훤히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일 듯 말 듯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게 더 자극적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치파오를 입고 있는 아가씨들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왕 치파오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보자. 치파오는 원래 만주족 여성들이 입던 옷이다. 치파오의 유래는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주족이 통치하는 청대에 이르러 만주국 건국에 공이 있었던 팔기족(八旗族)을 가리키는 기(旗)와 두루마기처럼 길고 품이 넓은 옷을 가리키는 포(袍)를 합쳐 기포(旗袍), 즉 치파오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래는 남녀를 불문하고 기인(旗人)들이 입는 두루마기 형태의 포복을 가리키는 용어였는데 지금은 여성들이 입는 옷으로 굳어졌다. 이후 청나라 말기에 상해를 중심으로 들어온 서양문명의 영향을 받아 치마의 길이가 짧아지고 양 옆을 터서 여성미를 살리는 한편 실용성과 고전미를 겸한 현대 복식으로 발전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에 취했는지, 공부가주에 취했는지, 치파오에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기분 좋게 취했으니 그 다음은 당연히 가무(歌舞)가 따라오게 마련.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도 노래방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중국이라 중국노래가 대부분이었지만 팝송도 있고, 일본 노래도 있고, 또 당연히 한국노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랄까. 있기는 한데 다 합쳐서 한 20곡 정도 되던가? 그것도 다 흘러간 노래들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어 신나게들 한 곡씩 뽑았다. 완전히 가요무대 수준이었지만 "곡부와 가요무대" 그런 대로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참 북한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연변 쪽에서 불리는 노래인지 진짜 북한노래인지는 확실치 않다.

여하튼 우리 일행들은 아는 노래든 모르는 노래든 한국말로 된 노래는 다 한 번 불러보고 식당을 나왔다. 빨간색 치파오를 곱게 차려입고 손을 흔드는 샤오지에를 계속 돌아다보면서….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성인의 고향이라 그런지 다른 곳의 기념품 가게와는 달리 공자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특히 공자상이나 공묘에 있는 비석을 탁본해 놓은 것들이 이채로웠다.

그러나 정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치파오를 입은 중국 아가씨들을 배경으로 만든 달력. 그건 기념품점 한쪽 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가이드에게 혹시 파는 건지 물어봐달라고 했더니 파는 게 아니란다. 뭐 비슷한 것이 없냐고 물었더니 기념엽서를 하나 보여주었다.

중국의 풍물을 보여주는 기념엽서세트였는데 그중 한 장에 치파오를 입은 여인이 웃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엽서 한 통을 사 돌아왔다. 내일이면 드디어 태산에 오른단다. "登東山小魯 登泰山小天下". 해석은 다음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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