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위대한 화가들을 만나보자

유홍준의 역작 '화인열전'을 보고

등록 2001.05.22 16:57수정 2001.05.22 18:06
0
원고료로 응원
일반인들도 피카소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위대한 화가 정선, 김명국, 윤두서는 거꾸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에 대한 원인은 우리 그림에 대한 애정이 없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맹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화가들에 대한 자료도 부족한데다 이들을 소개해주는 책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내 일약 인문학서적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열어 놓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영남대) 교수가 조선시대 대표적 화가 8명의 삶과 예술을 다룬 "화인열전1.2"(역사비평사, 각 권 1만6천 원)를 내놓았다.


유홍준 교수가 그간 펴냈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 책이다. 우리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이 이 책이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전혀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홍준은 '부석사의 가람배치'를 극찬했다. 하지만 '일제침략시 남향의 요사채를 동향으로 돌려놓았는데 어떻게 최고의 가람배치 운운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비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홍준 교수의 이 책은 우리 민족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기에 아주 적합했던 책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유홍준 교수는 이번엔 본인의 전공으로 돌아가서 '화인열전'이란 책을 내고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대화가들에 대한 인간탐색을 하고 있다. 이들 책은 유교수가 지난 90년 봄부터 10년 간 "역사비평"에 연재한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수정, 보완한 책이다.

1권에는 "달마도"로 유명한 김명국(연대미상)과 "자화상"의 윤두서(1668~1715), 영조 때 인물화의 달인 조영석(1686~1761), 진경산수의 대가 정선(1676~1759)을 다뤘다. 2권에는 심사정(1707~1769), 이인상(1710~1760), 최북(1712~1786?)에 이어 김홍도(1745~1805?)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폈다.


그러나 이 책은 화가의 일생을 연대기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그 예술적 성취를 인간 내면 세계 속에서 살펴본 '평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라는 1권의 부제는 왜 붙여졌을까? 유교수는 "겸재는 양반의 체통과 명예보다 그림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조차 그를 선비화가가 아닌 환쟁이(화원)으로 곧잘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조선화가들에 대한 탄탄한 자료가 책의 신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좋은 점은 '우리 문화' 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책을 잘 이끌어주어서 독자로 하여금 우리 선조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커지도록 돕고 있다는데 있다.

술에 취해야만 화필을 잡을 수 있었던 그러나 너무 취해도 덜 취해도 명작이 나올 수 없다는 연담 김명국의 인생행로는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대중들에게도 흥미로운 화가로 다가선다. 또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라는 각오로, 환쟁이에 대한 멸시와 벼슬자리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각고의 노력을 해 조선 화단의 거봉을 이루었던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도 감동적이다.

이 책은 각 인물마다 3백여 점의 컬러 도판과 함께 그들의 예술이 태어나게 된 환경과 작품에 대한 해설, 친구관계까지 각종 문헌을 수집해 충실하게 파고들고 있다. 동시에 책에서 일관되게 흐르는고 있는 것은 한 시대를 예술가로 살다간 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객관적인 시각이 적절하게 배합된 하나의 '인간학'보고서이다.

국보급 그림을 소장할 수는 없어도 이 책을 통해서 맛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명화를 제대로 보는 시각도 길러두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제 피카소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위대한 화가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도 사랑하는 그런 한국인이었으면 한다. 또 그래야만 외국에 떳떳한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명국의 그림 '달마대사'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