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두 쌍의 결혼식

결혼으로 새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

등록 2001.05.24 18:06수정 2001.05.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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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 용산에 위치한 철도회관 웨딩홀에서는 두 쌍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었다.


김봉수(49) 씨와 김영옥(44) 씨, 그리고 강하응(41) 씨와 신**(34. 본인 요청으로 이름 가렸음..편집자)씨는 한 때 삶을 포기하려 했던 노숙자였으나 결혼반지를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은 새로운 가정을 꾸려갈 희망에 부푼, 여느 다른 신랑 신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결혼식은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와 몇몇 단체들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 없이 지내거나 합법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자활의 동기를 부여할 일환으로 마련된 무료결혼식.

김해 김(金)씨로 동성동본인 김봉수 씨와 김영옥 씨는 결혼을 하기 위해 9년을 기다려야 했다. IMF로 실직하고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이들은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의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 김봉수 씨는 롯데백화점에서 운반 일을 하고 있으며, 김영옥 씨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그들은 결혼식 직전까지 눈물을 훔치며 친가족들을 초대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김씨 부부는 결혼 후 대한성공회 가족공동체인 '살림터'에서 신방을 차린다.

고등학교때까지 고아원에서 생활했던 강하응 씨는 남성쉼터에서 지내다가 신부 신씨를 만나 살림터에 입소하게 되었고, 경제적 여건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강씨는 건설일용직으로, 신씨는 숭실대학교 앞 분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주례는 김재열 서울시노숙자대책협의회 위원장이 맡았으며 이재정 국회의원이 축사를, 개그맨 이홍렬 씨가 사회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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