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VO 비켜라, 버츄얼 광고 나간다

미 유선방송 TNT의 첨단 PPL 광고

등록 2001.05.25 05:52수정 2001.05.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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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김씨의 아내는 드라마광. 좋아하는 미니시리즈라면 주말에 방영되는 재방송까지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드라마라면 사족을 못 쓴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 재방송되는 인기 멜로드라마를 보던 김씨의 아내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남자주인공이 마시던 캔 맥주의 상표가 본 방송 때 본 것과 다른 것. 소품 하나까지 기억할 정도로 이 미니시리즈에 정통한 자신이 헛것을 볼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침 딸이 VCR로 녹화해 둔 본 방송을 다시 틀어본다. 그녀의 눈은 역시 날카로웠다. 본 방송 때 "OB 맥주" 상표가 뚜렷했던 캔이 "하이트"로 바뀌어 있는 것.

광고를 보지 않으려는 시청자와 어떻게든 광고를 시청자 눈 앞에 들이밀려는 방송사와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뉴욕타임스 23일자는 유선 방송채널 TNT가 6월부터 새로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에 미국에선 처음으로 버츄얼 광고기법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버츄얼 광고란 이미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동원, 광고주의 제품을 디지털로 심어넣는 최첨단 광고 기법.

TNT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이 됐던 인기 미니시리즈 "Law and Order - 법과 질서"의 재방송 권리를 사들였는데 바로 버츄얼 PPL(Product Placement)이란 기술을 이용해 광고주의 제품을 디지털로 화면에 심어 넣는 실험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PPL광고는 이미 영화를 비롯해 수 많은 매체에 보편화된 익숙한 광고 기법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 등장하는 리복 운동화 상자는 아직도 관객들 눈에 선하고 007영화의 제임스 본드는 오메가 시계를 차고 BMW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 최근에 CBS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의 제작자는 출연자들에게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달리게 했고 우승자는 부상으로 받은 GM의 신형차 아즈텍 앞에서 활짝 웃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한국 모 식품회사의 참치 캔이 영화 <고질라>에 우연히 등장해 뜻하지 않게 광고 횡재를 얻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츄얼 PPL은 디지털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이런 과정을 아예 생략한 것. 우선은 이미 제작된 영상물의 재방송에 활용이 되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광고주의 요구에 따라 갖가지 제품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넣을 수도 있어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다. 하지만 버츄얼 기술을 이용한 광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중계 때마다 꼭 등장하는 경기장의 광고 펜스를 아예 버츄얼 펜스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다. 경기장에 특정회사의 로고 대신 푸른색 크로마 펜스를 설치하고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에서는 화면에 잡힌 이 펜스에 컴퓨터로 후원사의 로고를 디지털로 번갈아 심어 전파를 송출하는 것. 집에서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푸른색 펜스 대신에 코카콜라, 나이키 등 각종 로고가 선명한 경기장 화면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후원사의 로고가 중계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아 손해를 볼 염려도 없어 방송사는 마음껏 광고 판매를 할 수 있지만 경기 주최측은 대신 자신들이 유치한 스폰서의 광고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까 두려워 방송사와 심각한 마찰까지 빚은 바 있다.

한편 "Law and Order"의 제작사인 USA필름 측은 자신들의 창작물에 광고를 마음대로 끼워넣을 권리를 제3자에게 부여한 바가 없다며 분개하고 있고 뉴미디어 감시단체인 <디지털 민주주의>측은 방송사가 아무 고지도 없이 버츄얼 광고를 하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연방통신위원회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리모콘 등장 이후 광고만 나오면 잽싸게 채널을 돌려버리는 시청자들 때문에 고민하던 방송사는 TIVO라는 최첨단 기계 덕에 시청자들이 아예 광고를 건너뛸 수 있게 되자, PPL이나 버츄얼 PPL같은 새로운 기법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 광고를 둘러싼 시청자와 방송사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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