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부전공연수는 위헌인가?

등록 2001.05.25 14:01수정 2001.05.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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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부전공연수 관련 교원자격검정령 위헌소송의 향배

찻잔 위의 돌풍으로 끝날 것인가.

교원자격검정령 제4조 제4항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출한 부전공연수를 반대하는 모임이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될지 교육개혁의 시발점이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 모임은 지난 16일 이석태 변호사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위헌소송에서 "교원자격검정령 제4조 제4항이 교사자격자의 임용기회 평등을 위반하고 교원의 전문성 또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위헌소송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사이 심리를 거칠 예정이라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제주도교육청도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문이 예견된다.

부전공자격연수

부전공 자격연수란 각 시도교육청이 교원의 수급 불균형으로 과원이 발생하는 과목의 현직교사를 '교사의 전공과목과 관계없는 과목'을 동하계 방학기간 45-65일 연수(21학점) 후 부전공 자격증을 주고 부전공 과목을 가르치도록 우선 임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2002년부터 시행되는 제7차교육과정으로 예상되는 과원교사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부전공 자격연수 대상자를 통보하는 공문에서 부전공 자격연수를 실시하는 목적을 '과원 교사의 해소'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도 중등학교 교사 부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통보(6.26)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이는 7차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함에 따라 본격 시행될 경우 대학입학을 위한 선호과목에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과목 편중과 결원과목의 교원적체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부전공 자격연수 문제 있나?

부전공 연수를 반대하는 모임에서는 그 이유로 '사범대 졸업자의 임용기회 박탈'과 '교사자격자에 대한 임용기회 평등 위배' '교원의 전문성 침해'를 지적했다.

부전공 교사를 필요 과목에 우선 임용할 경우 △대학에서 4년간 전공하고 자격을 취득한 사범대 졸업자의 임용기회를 막고 △교육공무원법(제10조 제2항)에서 모든 교사자격자의 임용될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도록 한 규정과 △해당 전공과목의 전문성 침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부전공 연수를 반대하는 모임이 지난달 23일부터 한달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는 '교사 전문성 확보 결여' '학생의 학습권 침해' '현직 교원과 예비교사의 부전공취득 평등성 위배'가 주류를 이뤘다. 반면 교사의 부전공 연수가 현실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은 "사실상 부전공 연수를 통해 실력이 제대로 검증 안된 교사에게 부전공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부전공 자격을 취득한 교사는 전국에 97년부터 2000년까지 1만6837명이고 내년까지 1만2783명이 추가로 부전공 자격연수를 받도록 계획되어 있다.

제주도의 경우 93년 부전공 연수를 실시한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지난해까지 총 465명이 부전공 자격을 취득했다. 첫해 25명을 비롯 부전공 연수는 98년 129명, 99년 87명, 지난해 92명 등 시행초기보다 상당히 늘어난 추세이다.

과목별로 보면 전자계산이 109명으로 가장 많은 부전공 자격자를 배출했고 다음으로 공통사회 68명, 환경 59명, 기술 49명, 정보·컴퓨터 40명, 가정 40명, 그외 한문, 관광, 농업기계, 일본어 등 순이다.

이들 부전공 이수자는 98년부터 부전공 발령을 받기 시작했는데 올해의 경우 △중학교가 공통사회(12명) 기술(9) 전자계산(2)등에 48명, 고등학교가 전자계산(9명) 한문(5명) 일본어(4명)등에 32명이 전담배치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전공 과목에 배치된 교사라도 다음해에 전공 과목으로 환원될 수 있어 부전공 이수자의 교과배치는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순회·상치교사는 신규임용의 '걸림돌'인가

부전공 연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요구하는 것은 교원임용에서의 '기회와 평등'이다.

이들은 현재의 부전공 자격연수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과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는 물론 교육공무원법 제10조2항의 '모든 교사자격자에게 임용될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도록'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교원이 필요한 교과목인 경우 부전공 자격취득 교사와 해당과목을 전공한 사범대 졸업자에게 공평한 임용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 내 전자계산·컴퓨터 과목의 경우 전공자격 교원은 모두 합해 3명이다. 나머지는 부전공 자격연수 등을 통해 자격취득자(149명) 가운데 25명을 컴퓨터관련 교과목을 담당케 하고 있다. 91년 전산전공 신규교원(3명)을 선발하고 추가채용없이 부전공자로 충원했다는 결론이다. 최근 함덕정보산업고 등 특수목적고가 늘어나면서 보다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학급수가 적은 읍면지역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상치교사도 문제다. 5월 현재 도내 중·고교에 2시간 이상 비전공 수업을 하는 '상치교사'는 57명(중학교 43명, 고교 14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시간 이상의 비전공 교과까지 맡는 교사만 27명(중학교 22명, 고교 5명)으로 조사됐다.

도교육청은 상치교사와 관련 "3∼4학급 이하 소규모 학교의 경우 배정된 교원수 부족과 교사의 수업시수 충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북제주군의 K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K교사는 "전공인 영어를 주당 12시간 수업하고 주당 4시간을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K교사는 대학때 컴퓨터 관련 이수학점이 많은 경우이지만 전공과 전혀 연관이 없는 과목을 복수로 수업하는 교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상치교사는 지난해 157명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순회교사와 부전공 이수자로 대체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순회교사는 일부 원칙 없는 배치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3월 66명으로 늘린 상태다. 제대로 활용될 경우 교사수업시수와 상치교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보아진다.

하지만 교원의 전문성과 학습의 질 그리고 중요한 학생의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전공 자격연수'의 개선이 시발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제로섬인가

교원자격검정령 제4조 제4항과 관련한 헌법소원은 결국 누구의 손을 들 것인가. 여기에서 패자는 없다. 여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당연한 권리에 대한 당연한 판결이고, 패했다는 가정에서 볼 때는 주어야 할 권리에 대한 개선의 정도이다.

과원의 적체는 우리나라 교원수급이 상당히 모자라다는 데서 수급조절이 가능하고 신규임용의 공정과 기회제공을 통해 전문인력의 보강이 시급하다.

또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관광, 컴퓨터, 요리 등 '전문가'로 뛰어난 경력이 인정되는 자격자를 교사로 초빙할 수 있는 교육부의 안도 긍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제7차 교육과정의 모티브는 교과중심, 공급자 중심에서 교육과정과 교육수요자 중심의 교육체계로의 전환이다. 자율성과 창의력을 충분히 살려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부전공 자격연수가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지만 한두달 연수로 21학점을 취득하고 자격증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연수자체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부전공 연수는 과원교사의 적체해소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수학을 가르치던 K교사의 경우 부전공 자격을 취득하고 과학을 가르치는데 상대적으로 지도하기 쉬운 중1학년만 고집해 과학전공 교사들이 "저학년일 때 기초를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곤란하게 됐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전공 연수의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전공 연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주장대로 교원 신규임용 대상자나 현직 교사에게 평등한 임용기회를 주는 것도 한 방편이다. 또 사실상의 과원적체 해소와 신규임용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부족한 교과목에 대한 신규임용과 부전공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제주대의 경우 동하계 방학기간에 계절학기 수강을 하게 되는데 계절학기마다 6학점을 초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전공이 대학 4년간 전문분야를 배우는 것인데 부전공이라고 한두달 연수받고 시험만 엄격히 적용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부전공 자격요건을 강화하면서 예비교원의 임용기회를 더불어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예비교원도 자기자식이라는 도교육청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본적으로 법정활보율의 86.2%에 그친 중등교사의 충원도 관건이다. 제주도교육청의 계획대로라면 2004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선까지 낮출 예정이지만 순회·겸임교사와 이번 헌법소원이 제기된 부전공 자격취득자로 응급처방하는데 불과하다. 전문교원을 충원해 교사대 정원수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과원교사에 대한 '교통정리'에 급급한다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결국 "교원의 질"이 관건이다.

덧붙이는 글 | 제주타임스 제공

덧붙이는 글 제주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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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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