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무장은 미국의 자업자득"

매카시 광풍의 부산물, 중국의 우주기술

등록 2001.06.02 08:44수정 2001.06.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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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망 추진을 위해 사력을 다해 외교를 벌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이라크 같은 소위 불량국가 견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중국이 실질적 타겟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세기 전만 해도 우주기술에 관한 한 불모지에 가까웠던 중국이 오늘날 미국의 패권 유지에 최대의 장애물로 간주될 만큼 핵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그의 책 <3001: 최후의 오디세이>에서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이 매카시 광풍이 만들어 낸 부산물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전하는 비화를 들어보자.

중국 우주기술의 운명을 바꾼 주인공은 치엔 쉬센 박사.

치엔 박사는 중국계 우주 과학자로 193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명성을 쌓은 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교수로 부임한다. 치엔 박사는 이 곳에서 헝가리 출신의 석학 테오도어 폰 카르만 박사와 함께 <구겐하임 항공 연구소>를 설립한다. 구겐하임 연구소는 후에 1950년대 미국 우주항공기술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제트 추진 연구소>의 모태가 되었다.

최고의 석학으로 명성을 높이던 치엔 박사의 운명은 빨갱이 사냥에 열을 올리던 매카시 상원의원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모국인 중국 여행을 준비 중이던 치엔 박사는 느닷없이 터무니 없는 간첩 혐의를 뒤집어 쓴 채 의회의 청문회에 불려 다니고 FBI의 수사를 받는 등 오랜 시간 고초를 겪다 결국 중국으로 추방 당하고 만다.

중국으로 추방된 치엔 박사는 백지장이나 다름 없던 중국의 우주과학기술을 기초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중국은 치엔 박사의 지휘 아래 유명한 <실크웜 미사일>과 <長程 로켓> 등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제는 독자적인 위성발사사업을 벌이고 대륙간 탄도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위성휴대전화 사업자 <이리듐>이 중국의 '장정' 로켓을 활용해 통신위성을 띄웠을 만큼 중국의 로켓 기술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것.

중국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추앙 펭간은 치엔 박사가 없었다면 중국의 우주과학기술은 최소한 20년 이상 발전이 늦어졌을 것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제 손으로 새끼 사자를 키워 적의 손에 보내 오늘의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 아서 클라크의 주장이다.


치엔 박사의 옛 동료들은 미국이 저지른 역사상 가장 멍청하고도 수치스런 과오가 바로 치엔 박사의 추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1966년 중국이 자국의 영토에서 핵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자 뉴욕타임스는 "치엔 박사의 인생 유전은 냉전이 빚어낸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1996년 10월 '폰 카르만 상' 수상 차 북경에 들른 아서 클라크는 지금은 북경의 시민이 되어 살고 있는 치엔 박사를 찾게 된다.

박사가 노환으로 병실에 입원해 면회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치엔 박사의 이름을 딴 중국의 목성 탐사선이 등장하는 그의 소설 <2010,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박사에게 헌정해 반 세기 전 차갑게 그를 내친 미국 정부를 대신해 박사의 업적을 칭송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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