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교육 불평등 심화'

등록 2001.06.07 14:33수정 2001.06.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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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월 5일자에 따르면 "5일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의학전문대학원 기본 모형은 고교 졸업 후 의예과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본과에 진입시키는 폐쇄적인 의사양성체제를 개방해 다양한 학부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을 의학전문대학원에 받아들여 의사로 길러낸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존의 의예과-본과로 이어지는 획일적 2+4 제도에서 벗어나 모든 전공-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이어지는 2+4 또는 3+4, 4+4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서 다른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현재의 교육제도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을 반대한다.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2가지다.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현재 사립 의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400만원이며, 현행 제도에서도 의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에서 2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용의 문제는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수학 기간의 연장에서 오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학원 도입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수학 연한은 의예과대신 다른 학과에서 2년을 수학함을 고려해도 그 비용이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선수과목을 다 이수하려면 다른 학과 2년으로서는 어려울 것이고 최소한 3~4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이 학사학위를 대상으로 입학을 허용할 경우,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연한이 최소한 8년이 되고, 의학박사를 따거나 임상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또 2년에서 4년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졸업한 의대에서 이미 90년대 초에 의대생의 부모의 학력이 (부모 모두) 모두 대졸인 경우가 90%에 달했고, 이는 다른 학과의 평균인 50%의 두 배에 달했다. 이를 보아도 우리 사회는 이미 교육이 평등보다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능을 해 왔음을 알고 있거니와 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늘어나는 수학연한과 비용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 교육의 황폐화

추진위의 안에 보면 모든 학부 전공에 문호를 개방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에도 기초학문의 고사와, 지방대학의 위축, 대학의 취직을 위한 학원화가 학문과 대학, 교육의 위기를 초래하는 이때, 의학전문 대학원이 도입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는가?


많은 대학생이 의학전문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수험 준비에 열중할 것이고, 일부 학과는 학과 본래의 목적보다 의학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단계에 불과하게 될 개연성이 충분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입시 열기는 대입 열기를 상회할 것이다. 즉 새로운 고시열풍이 될 것이 뻔하다.

의사국가고시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와 같이 응시자의 일부분만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최소한 80% 이상이 합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의대에서 진급이 졸업이나 의사국가고시보다 더 힘든 기존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입학이 대부분의 의대생에게는 의사자격증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합격 불합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다른 고시보다 의학전문 대학원 입학을 위한 수험 열풍이 고시열풍보다 몇 배나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 뻔하다. 더구나 선수과목 이수에 유리한 자연과학계통은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며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학원화가 될 것이 뻔하지 않는가?

물론 장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해악이 몇 배나 더 클 것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살펴보면 자명하다.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도입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영원히 기득권층의 직업이 되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대학에서 학문 자체를 말살하고, 학과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 뻔하지 않는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이 없는 한,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은 유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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