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보다 무서운 질병

등록 2001.06.07 15:01수정 2001.06.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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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해하기 어렵다.


방송이나 상업적 신문들은 그 연예인을 철저히 상품으로 활용해왔고, 많은 사람들은 그걸 묵인하고 또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조장해왔으면서, 그 연예인이 스스로 확실한(?) 상품이 되려고 한 것을 가지고 돌을 던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 시장에도 윤리와 도덕이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법과 규범(자본주의적 근본질서를 부정하지 않는)만 지킨다면 모든 이윤추구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진면목일텐데 말이다.

다이어트시장이 돈이 된다면, 10년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유전공학 벤처기업이 하는 연구가 다이어트약으로 사용될 성분을 합성하는 것이라고 해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래야 돈이 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것으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언론에 심심치 않게 접하는 것이 비만에 대한 기사들이다. 누가 시키기나 한 듯이 모든 언론은 앞다투어 비만이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를 경고하느라 바쁘다. 하필 이 때를 전후해서 외국의 비만치료제가 국내 시판된다든가 하는 일은 우연(?)일 뿐이다. 이젠 질병도 상품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비만과 운동, 다이어트 등에 대한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잘못된 생각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짬짬이 자료도 모아놓고...


그런데 이번 연예인의 '살빼기 사건'을 접하고는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자주 느끼는 문제지만, 질병은 '질병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그 폭이 한강과 동네 또랑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질병관'에는 물론 의학의 발전이나 문화적 요소가 많은 공헌을 하고 있지만, 의학이나 과학이 돈벌이에 휘둘리면서 조장된 측면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 한 미국의 저명한 의학저널의 사설에는 비만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장을 하는 내용이 실려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비만과 죽음을 연관시키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이 있거나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라면 체중을 줄여야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비만이 건강 이상에 일조한다는 것은 확실치 않고 과체중이라도 건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이 시대를 거스르는(?) 주장은 비만퇴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람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비만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일년 동안 매일 2대의 여객기가 추락하는 것과 같다고 호들갑을 떠는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여대생의 80%가 자신이 뚱뚱해서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비만한 경우는 반이 안되고, 다이어트식품을 복용하는 여성의 50%가 정상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을 밑도는 사람들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농약에 절은 수입농산물, 인체에 해롭다는 인스턴트 식품은 아무 거리낌없이 먹으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강행하면서, 이를 '비만은 병이니까, 건강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어쩌면 비만이라는 신체적 질병보다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과 이로 인한 '살빼기'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시급히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야 할 사회적 질병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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