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음악회에 참석한 것도 죄인가요?"

용산경찰서에 연행된 미국인 자원봉사자 에이미 양

등록 2001.07.15 14:45수정 2001.06.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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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You Hear Me? (제 목소리 들리세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자원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음악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14일 경찰에 연행된 미국인 여학생 에이미(Amy Levine, 21) 씨. 기자는 그를 면회하러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용산경찰서 유치장의 면회실 마이크 시스템이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에이미와 기자는 두꺼운 유리와 창살 사이로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인터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6월 14일 저녁 용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주한미군 없는 평화세상을 여는 음악회'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9시30분경 경찰이 음악회를 급습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연행했다. 그는 이때 이들과 함께 용산경찰서로 연행된 음악회 참가자 41명 중의 한 명.

<관련기사> 미군기지 앞 음악회 참가자 전원연행 그후

단발머리의 에이미는 입술이 마르는 등 약간 수척해 보였으나 창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미군은 한국뿐 아니라 자신들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에서 언제나 거만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미군들에게 너무 관용을 베풀지 말고 국민들이 모두 일어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시위가 아니라 음악회에 참가한 것인데, 어쨌든 미국인인 나는 한국법과 미국법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다"면서 어리둥절해했다.

다음은 에이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한국엔 언제 왔는가?

"5월 26일에 도착해서 한국에 머무른 지 3주가 채 안 되었다."


- 왜 한국에 왔는가?

"나는 노어스 캐롤라이나 대학교(Univ of North Carolina)의 학생이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람들과 환경단체들이 어떻게 환경문제에 다가가고 해결하는지를 배우려고 벌론티어(Volunteer)로 환경단체에 활동을 자원했다."

- 한국의 환경오염을 직접 보았나?

"직접 돌아다니면서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보고,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하천과 논 등에 폐수가 흘러 들어간 일 등은 끔찍했다."

- 지금 말한 일련의 사항은 미군부대 등에서 유출된 기름이다. 같은 미국인으로서 미군부대가 저지르는 한국 내 환경오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몹시 거만하다. 미군은 한국뿐 아니라 자신들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에서 언제나 거만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무는 나라의 점령자처럼 행동하며, 그 나라의 사람들, 사회, 문화, 환경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일체의 '주의'와 '보호'는커녕 마음대로 훼손하고 있는 그들의 태도에 나는 무척 놀랐다. 그들의 모든 행동과 태도는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 미군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는 어떻게 보았나?

"한국 사람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자기들 나라인 척하는 미군들에게 너무 관용을 베푸는 것 같다. 내 생각에 한국 국민들이 모두 일어나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군들에게 '당신들 나라가 아니야'라고 말해야 한다."

- 용산 미군부대 앞에서 일어났던 어제의 음악회에 참가한 후 이렇게 구치소에 갇히게 될 것을 알았나?

"전혀 몰랐다. 이상한 점은 경찰들이 월, 화, 수요일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목요일인 어제 갑자기 우리들을 연행한 것이다. 우리들은 월, 화, 수요일에도 똑같이 평화로운 활동을 했다. 그런데 왜 목요일은 안 되는가? 잘 모르겠다. 내가 여기에 왜 붙잡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 일행은 평화롭게 노래를 부르고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이다. 정말 평화로운 음악회였다. 만약 폭력이 있었다면, 경찰이 우리들을 연행할 때뿐이었다."

- 경찰에서는 당신이 무엇을 위반했다고 하는가?

"이 곳에서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위에 참가한 것이 위법이라고 했다. 나는 시위가 아니라 음악회에 참가한 것인데, 어쨌든 미국인인 나는 한국법과 미국법 사이에서 헛갈리고 있다. 그러나 내가 법을 위반했다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 구치소에 있으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언어이다. 의사소통이 안되니 너무 불편하다. 두 번째는 나의 자유이다. 음악회 참여로 자유를 박탈당했다. 세 번째는 첫 번째 두 번째 이유로 인해 정신적으로 너무나 혼돈스럽고 힘들다. 넷째는 육체적으로도 피곤하다는 것이다."

- 구치소에서는 언제 나올 수 있나?

"경찰에서는 내가 오늘(15일) 저녁 6시에 풀려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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