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예민한 나의 장(腸)이여!

과민성대장증후군, 어디까지가 병인가?

등록 2001.07.04 09:17수정 2001.07.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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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설사와 관련된 병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인들이 설사라고 생각하는 경우, 자세히 들어보면 불규칙적인 배변상태나 '묽은 변' 정도를 설사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흔한 경우가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따른 증상을 설사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설사는 배변의 횟수와 대변의 묽기 정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정도는 평소 배변습관의 개인적 차이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하루 3-4회 정도의 묽은 변을 규칙적으로 본다고 했을 때 이런 경우를 설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가 판단기준이 되기도 한다.

급성설사는 1-2주 이내에 좋아지며 가장 많은 원인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통한 세균감염이며, 약물복용, 장기간 금식 후 식사, 만성변비로 대변이 막혀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감염성설사는 발열이나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탈수와 전해질 소실을 초래할 수 있다. 만성설사는 보통 1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설사로 염증성 장질환이나 특별한 의학적 질환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어 자세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전체 인구의 15-30%가 해당된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량 많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흔히 '신경성 설사', '신경성 장염', '과민성 장염'이라고도 표현되는 것들이다.

이는 기능적 이상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통칭하는 말로써 기질적인 병변(예를 들어, 감염성 질환, 염증성질환, 대장암 등)이 없어야 하며 여러 가지 진단적검사에도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 붙이는 병명이다.

'신경성'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장운동기능의 이상'이나 '예민한 대장상태'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수 있다. 특징적으로 변비나 설사 혹은 묽은 변이 반복되고 오전중이나 식사 직후에 뒤틀리는 듯한 복통이 있으면서 배변과 함께 증세가 좋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설사를 할 때는 많은 점액성분이 배출되고, 변비일 때는 토끼똥처럼 나오거나 가느다란 대변을 배출하기도 한다


또한 전신피로감, 두통, 불면, 어깨결림 등의 자율신경증상이 동반되고, 특정음식이나 술을 마신 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런 유발요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 조금만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병력만으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 있고 다른 기질적 질환이 없음을 확인해야만이 진단을 붙일 수 있는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직장인들은 아침에 출근 전에 항상 복통과 함께 급히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는 같은 시간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증상이 지속되다가도 이로부터 멀어지면 증상도 사라진다.


이런 정도는 누구나 그렇지 않냐고? 그렇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한걸음도 여유롭지 않다면 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어디까지 병이고 어디까지가 스트레스의 한 부분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치료는 원인이 뚜렷치 않아 윈인치료란 개념이 없다.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불편함을 주는 것이 문제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병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가볍게 생각할 수 있고 본인 스스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적 경향이 있어 부모나 형제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가질 수 있으며 '예민한 장'으로 인해 사소한 자극도 정상인보다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진정제, 장운동조절제, 신경안정제 등으로 쉽게 증상호전을 도모할 수 있으나 개인차가 있을 수 있고 사람마다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음식, 환경, 스트레스 등)을 잘 찾아보고 이를 피하거나 바꾸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앞서 얘기처럼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과 조절할 수 있다는 안심을 얻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두 번 의사를 찾아 진찰과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기대치만큼 증상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저 조금만 불편을 덜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병의 원인이나 치료가 뚜렷하지 않은 질환은 확인된 분명한 치료방법이 있는 병보다 의사에게는 어렵고,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 이 검사 저 검사, 이 약 저 약 하며 떠돌다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 의사가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 정도는 병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어쨌든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는 환자가 증상을 이해하고 안심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는 만큼 치료나 상담의 효과가 나타난다. 환자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그리고 가까운 이웃처럼 지낼 수 있는 병원과 의사는 그것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는 '명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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