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조간 - 7월5일] 추미애 VS 이문열 공방 가열

등록 2001.07.04 21:49수정 2001.07.0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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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월 5일자 ⓒ오마이뉴스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소설가 이문열 씨 사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4일 추미애 의원은 당무위원회의에서 "최근 특정언론에 기고한 소설가 이문열 씨는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에 몸담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라"며 이문열 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이문열 씨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에 몸담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런 제의조차 받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어떤 당의 직함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대응하고 나섰다.

처음 추미애 의원과 이문열 씨의 논쟁은 이 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라는 글에 대한 <오마이뉴스>기사(7월 2일자 '탈세언론 비호, 문학적 명성에 먹칠 -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고태진 기자)를 추 의원이 읽고, 이 씨에 대해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비판한 데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논쟁은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촉발된 것이다.

추미애 의원은 3일 민주당 당4역회의에서 "<오마이뉴스>에서 '이문열 소설가야말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한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며 "지성인이 일부 신문의 지면을 통해 성장한 뒤 언론에 '곡학아세'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4일 오전 추미애 의원이 이문열 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쏟아 부은 공세에 이문열씨가 반박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추미애 의원은 당무위원회의에서 "일부 외부필진들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와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식인들이 그럴싸한 직함이나, 명함으로 포장하지 말고, 당당히 '나는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멤버다'라고 밝히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또 "신분을 위장해서 말하는 지식인, 소설가 등과 일부 언론기업주 그리고 이회창 총재는 납세와 병역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특별법을 적용 받는 사람들이고, 일반 국민들은 군대가고 세금 내는 국법에 적용 받는 것인지 이회창 총재에게 물어야 한다"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7월 5일자 조간은 4면 상단에 두 사람의 사진과 함께 이문열 씨의 반론을 실으며 크게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소설가 이문열 씨를 시류에 영합하는 지식인으로 몰아붙이자, 이 씨는 문화와 문화인에 대한 정치인들의 시각을 비판하는 글을 동아일보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다음은 동아일보 5일자에 게재된 이문열 씨의 반론이다.



문화인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지 말라

한 여당의원의 당내 발언이라고 대응을 않기로 하였으나 이제 공식적인 문의의 형식이 되었으므로 문의에 대해 답변함과 아울러 우리 정치인들의 문화 및 문화인관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자 하는 바이다.

추 의원은 이른바 '빅3 신문의 일부 외부 필진 중에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와 연결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는데 대해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겨냥한 의심이라면 명쾌히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거기다가 나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 어떤 당과도 인연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작가라는 것은 새삼 밝힐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며 작가의 의견 발표는 유명세 이용이 아니다. '브레이크를 밟아라'라며 언론과 정부의 충돌을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의 '충돌'로 표현하는 애매성과 은유는 그 자체 표현의 효과를 강화하는 기법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유명세를 이용해, 애매하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언론탄압인 것처럼 현혹하는 글을 썼다'는 추 의원의 비난은 부당하다.

추 의원은 또 '이문열씨는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에 몸담고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는데, 무언가 오해가 있어도 큰 오해가 있는 듯싶다. 나는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에 몸담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런 제의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지금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직함은 정부 산하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명예 옴부즈맨'인데, 그것도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데다 명예직이어서 수락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득권 언론을 통해 성장한 지식인들이 자신의 지식을 팔아 권력에 아양떤다'고 했는데 신문이 지식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 자란 지식인을 신문이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내가 글을 실어달라고 부탁한 것보다는 신문사가 나에게 청탁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문화 및 문화인을 보는 이 나라 정치인들의 왜곡된 시각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하고 싶다. 문화인들도 정치와 연결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며, 모든 문화인을 이처럼 정치적인 눈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자제되어야 한다.

내가 세무조사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은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아주 높으며, 권력이 합법성을 가장해 신문에 강요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론과 정권이 충돌로 승패를 가름해야 한다면 나는 언론 쪽의 승리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이문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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