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함께 사는 우이도 사람들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갈 수 있다네

등록 2001.07.07 10:28수정 2001.07.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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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목총각과 성촌처녀의 애틋한 사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저도 모르게 하나씩 쌓은 돌이 이렇게 돌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고필


거친 바다와 더불어 살아왔던 우이도 사람들


조선시대 사람 문순득이 있었다. 그는 전라도 우이도 사람으로 1801년 12월 마을 사람 6명과 함께 흑산도 남쪽 태산도로 홍어를 사러 갔다가 거센 바람을 만나 돛을 세우지 못하고 표류하게 되었다.

망망대해에서 그들이 의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열 하루만에 일본 오끼나와에 도착하여 몇 달간 몸을 추스르고 배를 정비하여 다시 고국을 향해 떠나온다.

그러나 기구하게도 또 한번의 풍랑을 만나 필리핀으로 흘러 들어간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던 그들은 중국의 상선을 만나 광동을 거쳐 1805년 정월 고향 우이도로 돌아왔다. 그때 마침 우이도에 귀양을 왔던 정약전에게 뱃사람 문순득은 그들이 겪었던 풍랑의 경험과 이국의 삶을 얘기하게 되고 그 얘기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게 된다. 바로 표해록이라는 책이다.

소의 귀 모양을 닮았다는 우이도의 역사는 바로 이런 뱃사람 문순득의 삶 만큼이나 굴곡진 삶의 모습이었다. 물은 넉넉하지만 땅은 모래로 가득하여 농사를 짓기에는 맞지 않은 땅, 바다가 넓고 그 언저리에 27개나 섬을 거느려 우이군도라는 말을 듣지만 파도가 험하여 양식따위는 생각하기 힘든 섬, 덕분에 우이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모진 세월을 이겨냈다.

▲안개속이 조개잡이. 안개속을 헤집고 모래사장을 걸을때 누군가의 발자욱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모래속을 헤집고 그들이 꼬막이라고 부르는 모시조개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금방 한 광주리에 담고 그 전날 잡았던 것을 시원스런 국으로 내놓더군요.ⓒ 전고필
바닷가 모래밭에 물을 따라온 그들이 꼬막이라고 말하는 조개를 잡고, 그나마 물살이 준후 한곳에 그물을 쳐서 고기와 꽃게를 잡고, 파도에 몸을 맡긴 자연산 미역을 채취하고, 넓디 넓은 산자락에 염소를 방목하며, 조그만 틈새가 있어도 채마밭을 일구면서 그렇게 삶을 이어온 것이다.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는 돈목 마을 처녀들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를 가는 길은 목포에서 시작된다. 삼학도 도사공의 뱃노래도 사라진 목포의 여객터미널에서 곧장 우이도로 가는 길 43킬로미터는 열려있지 않고 우이도 보다 더 큰 섬이자 홍도와 흑산도를 연결하는 중간 통로인 도초도에 가야 우이도를 가는 배를 탈수 있다.

아침 7시와 낮 12시에 출발하는 신해훼리 3호가 우이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연락선이다. 그 배를 타고 50여분을 가면 진리에 닿게 되고 두군데를 더 거치면 우이도의 이름을 세상에 떨친 돈목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돈목은 자연의 신비한 조화를 말로만 떠들었던 사람에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그곳만의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돈목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그렇게 불러왔던 산태가 이 돈목과 성촌 마을 사이에 있다.

선착장을 지나 돈목 마을 고개 마루에서 맞은편의 산을 보면 산자락 한 중앙이 민둥산처럼 눈에 들어온다. 바로 그곳이 산태라고 부르는 지리학에서 말하는 사구(모래언덕)다.

우이도로 불어오는 바람과 오랜 세월 닳고 닳은 바위와 산호들이 뿜어내는 조화가 그 산 언덕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흔히들 사상누각이라고 모래를 얕잡아 보며 얘길 꺼내지만 돈목의 사구에서 만큼은 그 말을 잊어야 한다.

▲ 어른들의 산태썰매놀이. 우이도의 아이들은 모두들 대처로 나가고 남은 어른들이 당신이 어렸을적을 상기하면서 모래언덕을 올라 썰매를 타러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툭치며 다가오는 것은 환경에 관한 문제가 아닌 아이들이 떠나 버린 섬이 겪는 외로움이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전고필


옛적 돈목마을 총각과 성촌 마을의 처녀가 서로 좋아해서 밤을 가로질러 이곳에서 만나곤 했는데 어느 날 처녀를 만나러 백사장을 가로질러 오던 총각이 풍랑에 의해 바다에 쓸려가 버리자 총각을 그리워하는 처녀가 매일 그곳에서 총각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산신령도 그 사랑에 감동하여 처녀를 바람으로 감싸 총각이 있는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그런 돈목 총각과 성촌 처녀의 사랑만큼이나 이 모래는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높이 80미터에 경사 60도에 이른 거대한 모래탑은 수많은 사람들이 뒹굴어도 잠시 패여 있을 뿐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발자욱을 거둬 내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며 다만 바람만이 그 모래 위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놓을 뿐이다.

그렇다고 돈목의 모래가 산태에만 다 모여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욕장과 마을 언저리 곳곳에 있으며 그들이 마시는 물속에, 호흡하는 공기속에, 먹는 밥속에 사뿐히 들어앉아 있다. 그래서 돈목 처녀는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갈 수 있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돈목에는 처녀와 총각은 모두 떠나고 14가구에 25명정도가 그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이 주는 은혜를 밑천으로 삼아 무욕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섬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 모래언덕. 육지 사람들은 이것을 사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돈목 사람들은 산태라고 하지요. 그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그렇게 불러 왔으니까요.ⓒ 전고필
우이도의 바다는 물리적 힘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이도를 찾는 사람이 자주 만나는 것은 그 신비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바다의 짙은 안개다. 그렇다고 우이도가 안개에 의해 끈적 거리는 습한 섬은 아니다. 햇볕이 없어도 해무를 뚫고 오는 태양의 따가움은 온몸을 뜨거운 열기로 감싸게 만든다. 그럴때 돈목의 2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수욕장은 그런 더위를 시원스러움으로 달래주고 있다.

맑고 청명한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다 민박집에서 얻어온 호미를 들고 모래를 파면 진주처럼 모래속에 박혀 있는 모시조개를 만날 수 있다. 금새 한끼를 먹을 만한 조개를 캐고 그러다 싫증이 나면 그보다 더 밖으로 나오면 게를 만날 수 있다. 숭숭 뜷린 게 구멍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녀석은 안테나를 세우며 절반쯤 고개를 내민다. 그런 게들과 놀다보면 금방 한나절이 지난다.

모래언덕을 찾는 것도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돈목 사람들이 만든 모래 썰매가 아니더라도 그냥 그 언덕 위에 앉으면 저절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천연 썰매장이 바로 이 모래 언덕인 것이다.

하지만 모래를 뿌리거나 깊게 파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옛부터 돈목사람들이 소중히 지켜 그들의 후손에게 물려 주었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우리의 후손에게 소중히 물려 주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과 머무를 곳

목포항에서 도초도 가는 여객선은 일반선과 쾌속선이 있으며, 운항시간은 쾌속선이 07:30, 07:50, 13:40, 14:00에 있고, 소요시간은 50분 요금은 13,350원이다.

일반선은 07:20, 08:00, 13:20, 15:00이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요금은 6,400원이다. 도초에서 목포로 나오는 것은 쾌속선은 11:40, 12:00, 17:50, 18:10에 있으며, 일반선은 06:40, 09:40, 15:40에 있다.

도초에서 우이도를 가는 것은 07:00와 12:00 두 대 뿐이며, 나오는 것은 우이도의 돈목에서 07:40과 13:20분에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이고 요금은 4,700원이다.

우이도의 돈목에는 마을 이장님이자 만능 재주꾼인 박화진(061-261-4455)이란 분의 집에서 민박을 하고 있다. 방은 2인 1실에 2만원을 하며 매일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물들을 반찬으로 삼아 밥을 제공하고 1식에 5000원을 받는다. 바다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는 이장님의 뒤를 좇으면 우이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깊은 섬이라서 신용카드나 현금카드의 사용은 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우이도를 찾은 것은 6월의 일입니다. 한국인삼공사 사보 편집진의 원고청탁을 받고 그섬에 1박 2일의 여정으로 갔지만 출발때부터 안개가 짙어서 무척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걱정만큼 하루를 더 머물수 밖에 없었는데 제가 묵게된 집에서는 바다의 그물을 건져서 팔뚝만한 숭어와 농어와 돔을 숭숭 썰어서 내어 주시더군요.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식대를 계산하면서 회값을 말했더니 허허 웃으시면서 "내 마을에 오신 손님인데 많디 많은 회 몇점 못주겄소" 하시더군요.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발적인 변수가 있어서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길에서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그들의 삶의 일면을 통해 또한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어서 라고 여깁니다.

우이도 돈목마을의 그 평화스러움과 넘치는 정이 산태와 더불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우이도를 찾은 것은 6월의 일입니다. 한국인삼공사 사보 편집진의 원고청탁을 받고 그섬에 1박 2일의 여정으로 갔지만 출발때부터 안개가 짙어서 무척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걱정만큼 하루를 더 머물수 밖에 없었는데 제가 묵게된 집에서는 바다의 그물을 건져서 팔뚝만한 숭어와 농어와 돔을 숭숭 썰어서 내어 주시더군요.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식대를 계산하면서 회값을 말했더니 허허 웃으시면서 "내 마을에 오신 손님인데 많디 많은 회 몇점 못주겄소" 하시더군요.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발적인 변수가 있어서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길에서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그들의 삶의 일면을 통해 또한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어서 라고 여깁니다.

우이도 돈목마을의 그 평화스러움과 넘치는 정이 산태와 더불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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