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영화냐, 축구게임이냐

참여연대와 영화인 축구단과 한판하던 날

등록 2001.07.21 12:00수정 2001.08.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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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7대 1, 그깟 점수가 뭐 중요합니까? 상대는 창단한지 3년이나 됐고, 매주 일요일 맹연습을 하며, 소싯적 축구선수 출신도 참여하는 강팀인데…. 아, 단원이 60명이나 되어 넓은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빠뜨릴 뻔했군요.

지난 19일 오후 참여연대 축구팀(일명 오렌지 군단)은 아리랑축구단(한국 영화인 축구단)과 동대문운동장에서 친선경기를 가졌습니다. 이날 오렌지 군단은 아리랑 축구단에 아깝게(?) 대패했습니다. 그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오렌지 군단은 아리랑 축구단에게 한 수 배웠다는 점에서, 아리랑 축구단은 '우리사회에서 좋은 일 하는' 시민단체 간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양팀에게 만족스런 경기였습니다.

잠시 게임에 참여했던 선수들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오늘 참여연대와 경기를 하면서 우리가 처음 창단했을 때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형편없었거든요. 참여연대도 3년쯤 지나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아리랑 축구단 이민용 선수)

"점수와 상관없이 강팀을 만나 한 수 배웠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상대와 게임하고 나면 확실히 실력이 늘거든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붙어보고 싶습니다." (오렌지 군단 홍석인 선수)


▲시합을 시작하기 전 참여연대 축구팀(위)과영화인 축구팀ⓒ참여연대


박중훈이 공을 몰고 나에게 달려온다!

그날 동대문 운동장 잔디는 여름치고는 따갑지 않은 햇살에 연두색으로 빛났습니다. 그러나 난생처음 잔디구장에서 뛰어보는 오렌지군단 선수들에게는 연두빛이 썩 곱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어쩌랴! 박중훈, 안성기가 공을 몰고 나에게 달려오는데 이게 영화인지, 현실인지….


▲이게 영화냐, 현실이냐 영화인 축구팀의 익숙한 얼굴들. 왼쪽부터 박중훈, 안성기, 최종원ⓒ참여연대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첫 게임에서 오렌지 군단은 상대팀에 무려 4점이나 내줬습니다. 덕분에 아리랑 축구단 골대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던 기자는 변변한 사진 한 장 못 찍고 아리랑 축구단의 잘생긴(?) 골키퍼와 수다만 떨었습니다. (이에 대해 골키퍼는 "참여연대에서 미인계를 이용해 골키퍼를 교란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게임에서 오렌지 군단도 드디어 한 골을 넣었습니다. 이때 신문선 일일감독에게 잠시 감독자리를 내줬던 김민영(참여연대 시민사업국장) 감독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제 세 골만 따라잡으면 돼!"

마지막 세 번째 게임. 생각보다 강팀을 만나 지친 오렌지 군단 선수들. 그들을 위해 신문선 일일감독이 직접 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1시간 30분을 뛴다는 것은 역시 오렌지 군단 선수들에게는 무리였습니다. 7대 1. 조금은 말하기 쑥스러운 점수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신문선이 말하는 축구의 세가지 원칙

경기가 끝나고 오렌지 군단 선수들은 신문선 일일감독에게 총평을 들었습니다. 경기 도중 '조기 축구회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던 신감독은 "그래도 중간정도 실력은 된다"며 오렌지 군단을 독려했습니다.

▲감독에서 선수로 참여연대 축구팀 일일감독으로 나선 신문선씨. 보다못한 감독은 나중에 직접 경기에 뛰어들기도 했다. ⓒ참여연대


이날 신감독은 오렌지 군단 선수들에게 특별히 축구의 기본기를 사사해주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뛰지 못하면 테크닉이 뛰어나도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 신감독의 지론.

그 다음으로 신감독은 '생각하는 축구'를 강조했습니다. 공을 쫓아 무조건 뛰고 공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차는 게 축구가 아니라는 것. 첫째, 자기에게 공이 오기 전에 미리 주위를 살펴 수비수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공을 어디로 패스해야 하는지 파악한다. 둘째,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가 달려가 공을 맞이해야 한다. 셋째, 공을 패스하고 난 후에는 빈 공간으로 재빨리 이동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신감독이 말하는 축구의 기본원칙이었습니다.

▲점수가 중요합니까 경기를 마친 양팀은 응원 온 가족들과 함께 통닭을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눴다.ⓒ참여연대


아리랑 축구단과 참여연대 식구들은 경기가 끝난 뒤 맥주와 통닭을 나눠먹으며 더욱 친목을 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리랑 축구단원들은 참여연대 회원이 될 것을, 참여연대는 올 가을 스크린쿼터제 사수 투쟁을 함께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날 경기로 창단한 지 채 석달도 안된 오렌지 구단은 통산 3승 1무 3패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오렌지 구단은 그 동안 붉은 악마, 한겨레, 오마이뉴스, 풍문여고 교사, 종로경찰서 출입기자 등과 시합을 했습니다. "연대사업을 축구로 하냐"(오렌지군단의 핵심멤버인 홍석인 간사 참여연대 연대사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오렌지 군단이 참여연대 간사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주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의 오렌지 구단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중연대, 오마이뉴스가 공동주최하는 '시민축구 전국대회'(오는 9월초 예정)에도 출전합니다. 

이 기사는 사이버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여연대의 오렌지 구단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중연대, 오마이뉴스가 공동주최하는 '시민축구 전국대회'(오는 9월초 예정)에도 출전합니다. 

이 기사는 사이버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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