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수확하는 농부들

재생가능 에너지로 일구는 21세기

등록 2001.07.27 04:12수정 2001.07.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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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밀밭 사이로 드문 드문 솟아 있는 거대한 바람개비들.

농장 주인은 20층 건물 높이에 육박하는 이 풍력발전기 한 기에서 해마다 2천달러를 벌어들인다. 풍력발전기가 차지하는 자그만 땅에 대신 농작물을 키운다면 농부의 수익은 잘 해야 겨우 연 100달러. 밀을 키우는 것보다 단위 면적당 무려 20배에 이르는 대단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람을 수확하는 농부인 셈.

풍력발전을 부수입으로 하는 미국의 농부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뉴스>는 <윈더스트리>가 추진중인 풍력발전농장 사업이 농부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전한다.

<윈더스트리>는 원래 안정적으로 바람이 부는 공지를 찾아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운영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고민은 강하고 안정적인 바람이 불어 풍력자원이 풍부한 곳에는 으레 이미 농지가 들어서 있다는 것. <윈더스트리>는 고민 끝에 농장의 주인과 협상을 해 농지의 일부를 발전기 부지로 제공받는 대신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이다.

농부들 역시 발전기가 서 있을 자그마한 부지에다 진입로 정도만 제공하면 되므로 농지 손실도 적은 데다 농사를 짓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대환영이다.

풍력발전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임을 깨달은 일부 농부들은 농지를 임대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투자조합을 결성, 자신들이 직접 발전기를 설치해 전력회사에 전기를 팔기도 한다. 이 경우 초기자본 투자의 부담이 있으나 발전기 1기당 연 2~3만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농부들이 풍력발전사업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낡은 송전망이다. 아무리 값싼 전기를 생산해내도 전력의 수요처인 대도시까지 송전을 하려면 효율 좋은 송전망이 필수인데 미국 중서부의 송전선로는 대부분 2차대전을 전후로 설치된 낡은 것이어서 추가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할 여력이 없다는 것.


<윈더스트리>는 낡은 송전망을 개선하는 데는 Km당 수백만불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대신 수소연료를 만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 농장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연료를 만들고 이 수소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도시 수요처로 공급한다는 것. 향후 수소차량의 보급이 확대되고 주유소마다 수소 충전시설이 갖추어지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 <윈더스트리>측의 전망이다.


<윈더스트리>측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107개 풍력발전소에서 총 2512Mw에 이르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서부와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강도 4~6의 풍력자원을 남김 없이 활용할 경우 석유, 가스 등 미국이 화석연료을 이용해 생산하는 전체 에너지를 능가하고도 남을 엄청난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분석이다.

한국 역시 지난 1976년에 제정한 '대체에너지 개발 촉진법'으로 풍력, 태양력, 조력등을 이용한 발전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긴 했으나 이후 석유 값이 떨어지자 시들해지고 말았다. 다행히 민간, 학계 차원에서는 풍력자원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북대학교가 설립한 학내 벤처회사 <코윈텍>이 그 성과 중 하나.

지난 6월 기자가 한국에 들렀을 당시 방문한 새만금단지에서 만난 <코윈텍>의 김성주 연구원은 한국의 풍력발전기술이 이 분야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오히려 앞서 있다고 전한다.

기존 제품이 발전기와 날개가 일체로 고정되어 있어 덩치가 크고 둔해 수시로 풍향이 바뀌는 한국의 자연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반면, 이들이 개발한 신형 발전기는 회전날개와 발전기를 분리하고 보조날개를 달아 바람의 변동에 따라 날개는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하는 대신 회전력은 특수 축을 통해 별도로 장착돼 있는 발전기로 전달해주는 새로운 시스템이라는 것(*도면참조).

<코윈텍>은 지난 2월 전북 부안의 새만금 입구에 30Kw 용량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시험 운영하고 있으며 장차 새만금 제방을 비롯해 전남 신안군, 북제주 남해도 등에 최고 용량 600Kw 급의 상용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주 연구원은 그러나 대체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저조하고 예산 또한 미미한 수준이어서 한국시장에는 별로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대신 이미 획득한 해외특허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유럽 역시 전통적으로 풍력발전 강국이어서 <코윈텍>의 해외시장 개척은 전망이 밝아 보인다.

굳이 온실가스에 따른 재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는 어차피 길어야 50년이면 바닥이 날 한정된 자원이다. 석유값이 오를 때만 잠깐 호들갑을 떠는 근시안을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좌우할 친환경적 대체에너지 개발에 지금이라도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jean

덧붙이는 글 |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독자는 아래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윈더스트리: www.windustry.com
-코윈텍: www.kowintec.com

덧붙이는 글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독자는 아래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윈더스트리: www.windustry.com
-코윈텍: www.kowint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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