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독재 체제 `의문사 1호'로 손꼽히는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사인과 관련, 지난 73년 중앙정보부 발표와 달리 최교수가 '유럽거점 간첩단' 일원임을 자백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위원장 양승규)가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20일 '중정 수사관들에 대한 조사와 당시 수사기록등을 면밀히 살핀 결과 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자백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불구, 중정이 '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시인한후 자책감에 중정건물 7층 화장실에서 떨어져 자살했다'고 거짓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또 '최근 국내 외상학회뿐아니라 재야 법의학자들까지도 최 교수 사망사진과 당시 검시기록등을 검토한 결과, '최 교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중정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이 틀림없다'고 전해왔다'며 '최교수가 중정 수사관들에게 고문을 당한 사실도 새로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최교수 의문사 사건의 실체는 지난 73년 유신체제에 항거해 서울대생들의 첫 데모가 일어나자 박정희정권이 국면전환을 위해 최교수를 유럽거점 간첩단 사건에 엮어 조사하던 과정에서 최교수가 무고하게 희생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최교수 사망사건에 대한 당시 중정 감찰기록에 수사관이 최교수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들어 있었다'며 '하지만 최교수가 조사과정에서 고문을 받았으나 목숨을 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교수의 직접 사인이 추락사임에 비춰 최교수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거나, 가사상태에 있는 그를 수사관들이 밀어떨어뜨린 것등 둘중의 하나 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최교수가 고문을 수반한 중정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50년대 후반 독일 유학시절 공산정권하인 동베를린을 다녀온 점을 털어놓게 되고, 유력한 간첩용의자로 떠오른 친구 이모씨(현재 북한거주)와 평범한 안부 서신을 주고받은 것 등이 간첩혐의로 추가되자 정신적, 신체적 압박감과 모멸감을 이기지 못해 투신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는 조만간 최교수 사건과 관련, 당시 중정 실무 책임자와 일선 수사관을 불러 대질조사를 벌인후 내부 논의를 거쳐 최교수의 죽음이 민주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죽음인지를 결정한후 이를 공식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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