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 민간단체 사찰 의혹

27일 노래패 '우리나라' 촬영 도중 잡혀

등록 2001.08.30 18:00수정 2001.08.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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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한 40대 남자가, 최근 민간예술단체를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민·문화예술단체들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와 민예총, 인권운동사랑방 등 30개 시민·예술단체들은 8월31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에 의한 민간예술단체에 대한 불법사찰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민가협 소속 회원들과 함께 오후 1시경 국정원에 항의방문해 국정원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무산되자, '우리나라'를 사찰한 이유와 사찰 목적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대표 강상구)는 30일 "지난 8월27일 오후 4시경 사무실 내부를 몰래 촬영하던 40대 남자를 붙잡았다"면서 "본인은 부인했지만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남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정황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7일 당시 우리나라 단원인 지정환 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현장에서 잡힌 이 아무개(41) 씨를 취재했으나 정확한 소속 확인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 보도를 미뤄왔었다.

그러나 30일 오후 3시경 당시 이 씨가 자신의 근무지라고 밝힌 OO양산 전화번호로 연락해본 결과, 해당 전화가 국정원 구내전화 번호이고 이 씨 역시 '국정원 수사요원'이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지난 27일 오후 4시경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무실 창 밖에서 내부를 촬영하다 단원들에게 발각돼 붙잡혔다.


당시 이 씨는 단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촬영 내용을 숨기기 위해 카메라 뚜껑을 열어 필름을 훼손시켰다. 이 과정에서, 단원들은 이씨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에 단원 지정환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물증으로 학보했다.

또한 '우리나라'측은 당시 사무실 인근에는 이 씨를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경기32두 XXXX)과 운전자가 대기 중이었으며, 이 차량은 경찰차가 출동하자 황급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측은 주차된 차량 안에 '우리나라'라는 단체 이름이 적혀 있는 서류봉투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경 단원들에 의해 인근 서교파출소로 끌려간 이 씨는 자신이 OO양산 영업과장이라며 사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OO양산에 확인해본 결과, OO양산에서는 처음에는 세 차례나 이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다가 이 씨가 누군가와 핸드폰 통화를 한 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상호는 이야기할 수 없으나 그런 사람은 근무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 씨는 불법 촬영 사실을 밝힐 확실한 증거가 없어 27일 당일 밤 9시경 파출소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씨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고, 이 씨가 근무한다는 OO양산의 전화번호 또한 국정원 번호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여러 가지 정황증거로 미뤄 이 씨가 공안당국 요원으로서 '우리나라'를 사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사 곧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나라'는 1999년 창립된 노래단체로서, '경의선을 타고' 등 통일노래를 창작, 보급해왔다.

덧붙이는 글 '우리나라'는 1999년 창립된 노래단체로서, '경의선을 타고' 등 통일노래를 창작, 보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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