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대통령이 되려고 하십니까?"

민주 개혁파 의원들 이 총재에 '직격탄' 공개질의

등록 2001.09.05 16:33수정 2001.09.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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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정동채, 신기남 의원등 민주당 의원 9명은 5일 규탄농성을 접으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 총재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 있어 기본자격 이미 상실"


임동원 장관 해임안 통과에 '항의'해 3일 밤 9시 55분부터 국회의원회관 117호실에서 규탄 철야농성에 들어갔던 민주당 의원 9명이 5일 2박 3일간의 농성을 풀었다.

이들 9명(정동영, 정동채, 신기남, 김태홍, 천정배, 송영길, 임종석, 정장선, 이종길)의 의원들은 오전 11시 농성을 풀면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통일부장관 1인의 해임이 아니라 이제 겨우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대북정책의 전면적 포기"라면서 "정략적 투쟁의 선을 넘어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진을 가로막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이 총재를 직접 겨냥 비난했다.

이들은 또 조선일보 9월 5일 자 사설 <임 해임이 '반역사·반민족'이라고?'>에 대해 "조선일보가 우리의 규탄을 '임장관 개인숭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들은 "조선일보가 국회에 제출된 냉전 공안문서의 결정판인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보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조선일보야말로 사사건건 침소봉대로 남남, 보혁갈등을 일으킨 진원지라는 평가를 상기하면서 우리의 규탄농성에 대한 주장도 진실에 눈을 감고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임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농성 2일째였던 9월 4일 농성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이 총재의 역사관은 어떤 것이냐?"고 따졌다.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총재님의 한나라당 의원 132명이 국회에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총재님과 한나라당의 심정을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일관성 없고 책임없는 즉흥적 대응으로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어 총재님과 한나라당이 얻을 이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서한에서는 또 "일본교과서 왜곡문제로 전국민의 단결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맞는 독립기념관 8.15행사에도 당리당략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회창 총재의 국가관은 무엇이냐"고 묻고 "어떻게 그렇게 속좁고 편협하고 인정머리 없고, 민족간의 감격적인 만남에 눈물하나 없는 감성을 가지고 감히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저희들은 감히 단언하건대 총재님은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이며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 있어서 총재님은 기본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역사의 흐름을 순정한 마음으로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이제 당신이 표결할 차례입니다"
전문으로 다시보는 임장관 해임 찬반논리


다음은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일동이 이총재에게 보낸 공개서한 전문


이회창총재께 보내는 공개서한

이회창 총재님 !

총재님의 역사관은 어떤 것입니까?
총재님은 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민족과 통일문제를 정말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를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희들은 총재님께서 역사와 민족과 통일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대학시절, 판사시절, 대법관시절 민족문제인 50년 분단의 고통에 대해 고민했다는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대통령께서 평양을 방문하시던 날, 역사적인 장면이 TV로 생중계 되고 있었지만 총재님께서는 이를 외면하셨습니다. 당시 총재님께서는 그 시각에 '당무를 보고 받고 있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총재님과 한나라당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의 진행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머지 반대와 방해로 일관하였습니다. 총재님께서는 햇볕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다가, 어느 순간 햇볕정책을 총체적 실패라고 말합니다. 그 진심이 무엇입니까?

총재님의 한나라당 의원 132명이 국회에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총재님과 한나라당의 심정을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임동원장관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김정일과 귓속말을 나누고 북한 김용순비서의 수행비서역할을 자임하는 등 국가안보를 지켜야할 국정원을 북한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 이라고 했습니다. 총재님은 아직도 북한을 5-60년대 수구냉전식의 '적'으로 보기를 원하십니까. 하물며 무력 전쟁중인 적국간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 협상을 합니다. 저희는 냉전의 절정기였던 30년전에 주은래와 키신저가 포옹하면서 세계적인 데탕트가 시작되었던 바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의 통일부를 북한지원부로, 남북협력기금을 대북상납기금으로 전락시킨데 대해 ..."라고 썼습니다. 총재님은 심한 망각증에 빠져 계신 것 같습니다. 총재께서 감사원장 국무총리 재임 당시의 정부는 훨씬 많은 남북협력기금을 쓰고도 사상 최악의 남북관계를 초래했던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총재님이야 말로 북한지원부 대북상납기금의 책임자가 아닌가 합니다. 저희는 지금 당시 총재님의 업적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바로 경제이고 통일로 가는 길은 비용을 수반합니다. 총재님은 통독이후 10년을 맞는 독일이 정부차원에서 매년 1300억마르크(한화 약 65조원)를 구동독지역에 지원한 사실을 알고나 계십니까.

일관성 없고 책임없는 즉흥적 대응으로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어 총재님과 한나라당이 얻을 이익이 무엇입니까? 정권입니까? 대통령직입니까?

또한 "... 국가 전체를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갈갈이 찢어 놓아 버렸음"이라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분단이후 최대규모인 337명의 순수민간 「8·15 방북단」은 '남북화해와 협력에 필요한 민간교류사업 활성화 합의' 등 여러가지 성과가 있었음에도, 의사전달이 잘 안된 불과 몇 명의 부적절한 행위를 침소봉대해서 마구 대들어댄 한나라당이야말로 남남갈등, 보혁갈등의 주역이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대다수가 북한당국과 마찰을 빚어가며 의견을 조율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남북화해를 위해 북한을 이해시키기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감격적인 민간교류를 총재님이 제출한 임동원 장관해임건의안에서는 "통일운동을 빙자한 일부 친북세력들의 반국가적 국기문란 광란극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교과서 왜곡문제로 전국민의 단결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맞는 독립기념관 8.15행사에도 당리당략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회창 총재의 국가관은 무엇입니까?

이회창 총재님 !

민족 대화합으로 세계 속의 한반도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4강과의 외교강화로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부시의 MD정책추진과 고이즈미의 우경화와 함께 푸틴·장쩌민 회동, 장쩌민의 평양방문 등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서로 반목하고 있는 한 우리 민족은 4대 강국의 대리인이 되어, 서로 싸우는 민족사의 불행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속좁고 편협하고 인정머리 없고, 민족간의 감격적인 만남에 눈물하나 없는 감성을 가지고 감히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십니까?

이회창 총재님!
편협한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총선에 활용하더니 이제는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공세로 우리 민족을 어디로 끌고가겠다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감히 단언하건대 총재님은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입니다.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 있어서 총재님은 기본자격을 이미 상실했습니다. 더욱이 총재님이 어떻게 4강과의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도저히 상상이 안됩니다.

총재님 !
마음을 비우십시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순정한 마음으로 직시하십시오.
냉전의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총재님께서는 훗날 민족의 화해와 전진을 가로막은 걸림돌로 평가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역사와 후손에 부끄럽지 않을 선택이 어떤 것인지는 총재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하고 이만 글을 맺겠습니다.

2001년 9월 4일


통일부장관 해임안 통과를 규탄하며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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