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습지보전 및 임도 생태복원을 위한 시민대토론회’ 지상중계

‘천성산 자연늪, 습지보전지구로 지정하라’

등록 2001.09.12 17:25수정 2001.09.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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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위기에 처한 양산 천성산 화엄 늪과 밀밭 늪 등 이 일대 중·저층 습원이 곧 자연생태보호구역이나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중심의 습지관리가 허술했던 것에 비추어 자연생태보호구역 지정만으로 안된다는 목소리가 새롭게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창녕 우포늪의 경우, 지방자치 단체의 경제적 논리에 의한 관리는 생태계 파괴를 가져왔으며 정족산 무제치늪 역시 현장 식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습지관리로 인해 습지로서의 생명을 다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천성산 일대의 방화선인 임도 등의 생태복원 문제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경우여서 학계나 환경단체의 고민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1시 양산 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천성산 습지보전 및 임도 생태복원을 위한 시민대토론회’는 이같은 고민이 여과없이 논의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내원사와 환경단체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왔던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 화엄벌 일대와 울주군 정족산의 습지 보존 방향과 무분별한 임도 개설에 대한 원상복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대토론회였다.

‘천성산 습지보전 및 불법임도 개설 반대 대책위’(공동위원장 내원사 지율스님)가 주최하고 경남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여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양산시 관계자와 울주군 관계인사, 양산시의회 정경효 의원을 비롯한 내원사 스님들과 환경운동단체 대표 및 정우규 박사(한국자연식물연구원), 최송현(밀양대학교 조경학과)교수 등이 모인 가운데 3시간이 넘는 동안 진지하게 진행됐다.

특히, 천성산 일대 습지를 최초 발견하고 여러 해 동안 수십 차례 생태계를 조사·연구한 바 있는 정우규 박사의 ‘천성산지역 산지 습원의 현황과 보존방안’과 최송현 교수의 ‘내원사 임도의 산림식생 복원’에 대한 주제발표가 관심을 모았다.


정우규 박사는 “천성산 화엄 늪과 밀밭 늪은 99년 발견된 중·고층 습원으로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으나 훼손이 우려되고 있는 산지 습원”이라고 밝히고 “최근 지방 자치제가 실시된 후부터 철쭉제, 사진촬영 대회 등 많은 사람들의 과도한 출입으로 망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견된 13곳 습지 천연보호지구로 우선 지정"


이어서 그는 “최근 생태계 조사중에 무려 13개의 산지 습원이 새로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고하고 “이는 과거 1만여년 전 자연생태계와 식물 식생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그 시대의 기후라든지 각종 변화를 집합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일대 습지부의 대표적인 식물군락은 15개 늪 모두에서 진퍼리새 군락으로 대표되고, 물이끼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큰방울새란, 땅귀개 등 중·고층 습원의 지표식물 군락들의 보고이며 최근까지 무제치나 용늪에서 보고되지 않은 식·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우규 박사는 우선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토목공사를 억제하여 현재 개설된 임도 중에서도 불필요한 임도는 원래 식생으로 복원시키고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하여 가뭄과 토사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도의 수로를 통해 물길의 하단 부를 막아 원래의 물길에 가까운 상태가 돼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습지보존과 임도 복구를 위한 장기적 대안 모색"

밀양대학교 조경학과 최송현 교수는 내원사 임도와 관련하여 “새 천년이 시작될 시점의 국가전략산업의 두 가지 화두는 정보의 지식화와 생태계 복원”이었음을 상기시키고 “한정된 국토에서 이미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수십 억 예산을 투입하는 현실”을 강조했다.

이는 지자체가 빚은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풀이하고 이 문제를 환경 친화적인 문제로 접근할 때 새로운 행정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양산시에서 제출한 임도 복구계획을 검토한 결과 몇 가지 우려를 지적했는데 “먼저 임도 복구방법에 있어 식생 부분만 임도 폐쇄를 하는 것은 환경친화적인 원상복구와 거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복구를 한다면 원래 지형대로 복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식생을 복원하는 작업이 돼야 된다”고 주문했다.

또 “서어 나무, 떡갈나무 등은 양묘를 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등 수종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산림이 훼손되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어려우면 주변의 산림생태계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며 식재 시기와 양묘 공급이 가능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토론에 나선 지율스님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돼 온 일들 모두가 자연 속에 살고있는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하고 오늘은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조계종 종단 환경위원인 두레 생태계마을 대표 김재일 씨 또한 “천성산 임도 복원문제와 습지보존을 위해 최근 조계종 종단에서도 천연보호 지구로 지정할 것”과 “천성산 일대를 설악산과 같이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이 일대 부지가 내원사라는 사찰소유임을 감안할 때 지정 또한 쉬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 주목을 끌었다.

이날 참여한 발제자와 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은 천성산은 눈에 보이는 문화유산은 적지만 숨겨진 역사가 있음을 확인시키고 낙동 정맥의 한 축인 정족산과 천성산을 천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내원사와 양산시 그리고 학계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장기적인 복원대책과 아울러 정책입안 실명제를 주장하는 등 양산시의 보다 전향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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