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뉴스브리핑>

'자금세탁법'에서 정치자금을 제외한 까닭은?

등록 2001.09.22 08:11수정 2001.09.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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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철희-장영자 사건이후 우리의 금융사건은 초대형화했고 거기에는 언제나 정치권이 연루되었습니다. 이른바 '금융 자유화'와 함께 제도의 헛점을 이용하거나 '신종 상품'을 악용해서 떼돈을 벌고 그것이 정치자금으로 흘러가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것이죠.

정치권이 배후에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다시 이 돈으로 수사를 유야무야 만드는 수법이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번에도 배후의 정치권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건은 계속될 것이고 정치권은 관행이라고 강변할 겁니다.

왜 국회의원들이 굳이 '자금세탁법'에서 정치자금을 제외시켰는지 알 것 같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몸통이 드러날까

검찰 특별감찰본부는 오늘(22일) 임휘윤 부산고검장을 소환조사하며 임고검장 외에도 고검장급 간부와 또 다른 검사장급 간부들의 연루설 등 정치권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특히 의혹 한 가운데 있는 임고검장은 지난해 이씨 불입건 처리 당시 수사진에 "법률검토를 잘 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시인한 바 있어 특별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주목됩니다. 또 임고검장이 사건 초기 "지역모임에서 이용호씨를 몇차례 만났다"고 한 해명의 진위, 5촌 조카가 이씨 계열사에 취직한 경위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입니다.

한편 대검중앙수사부는 이씨로부터 6600만원을 받은 신승환씨(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신씨에게 변호사법위반이나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려면 특정 사안에 대한 '처리'를 약속하거나 제의받은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연루 의혹들 - 각 신문보도 정리

또 대검중수부는 이씨가 정관계 로비용으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3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 펀드의 실소유주와 자금흐름을 추적 중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나 정치인의 수뢰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나거나 이씨의 뇌물메모 또는 비망록이 확보됐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21일 이씨가 사용한 휴대폰 통화내역서를 확보, 검사장급 고위간부 2명을 포함한 법조계 인사 뿐 아니라 금감원, 국세청, 고위간부, 정치권 인사 등 10여명의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세계일보는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 뿐 아니라 이용호씨가 1999년 8월에 발행한 KEP의 해외 전환사채 중 상당 액수도 주식로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용호씨의 보물선 인양사업을 고위층 인척이 소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씨가 보물선 사업권을 사들인 뒤 삼애인더스가 엄청난 보물을 인양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초 2200원대였던 주가가 2월 중순에는 1만 7500원까지 뛰었습니다.

참여연대, "특별감찰본부는 위법적 기구"

한편 참여연대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설치한 특별감찰본부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적 기구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현행 검찰청법에는 `본부'라는 직제가 존재하지 않고, `검찰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도 검찰총장이 임의로 특감본부라는 기구를 신설할 근거가 전혀 없다”며 “검찰은 위법적 기구인 특감본부를 폐지하고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용호씨 사건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용호씨 사건 낙수 하나

이달 초 G&G 이용호씨의 고교동창 허아무개 씨는 대검중수부로부터 참고인 소환통보를 받았습니다. 문제의 전환사채에 10만달러를 투자해 즉석에서 3억원을 번 허씨는 겁이 나서 백방으로 구명책을 알아보다가 동네사람 소개로 대검중수부 파견 경찰관 최모 경장을 알게 됐습니다.

최경장은 "수사팀에 돈을 건네주면 잘 봐 줄것"이라고 속여 17일 현금 5천만원을 받은 뒤 대검 청사내 은행에 입금시키다 마침 들어오던 중수부 수사관들과 마주쳤습니다. 안절부절하던 최경장은 수사팀 요원들에게 결국 들키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야, 국감일정 조정 의혹 .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진우 의원 소유 금진유통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 일정에 맞춰 수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을 앞당기도록 요구해 관철시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회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26일이었던 수협 국감은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욱의원의 요청으로 14일로 앞당겨졌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은 9월 17일 8차 입찰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국회일정을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입니다.

한편 농수산물 유통공사는 이날 노량진수산시장 매각을 위해 수의계약 서류를 접수시킨 금진유통(주)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가격문제로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노량진 수산시장 매각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신임사장이 임명된 뒤에 다시 추진될 전망입니다.

노량진수산시장 노조는 이날 탄원서를 내서 "금진유통이 인수하게 되면 노량진 수산시장의 공익기능은 떨어지고 시장기능 유지와 시장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시대통령이 어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부시는 한 문단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시종 여유있는 태도로 단호한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연설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우리 편에 서든가, 아니면 테러리즘의 편에 서야 한다(with us or with terrorism)"이라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한마디로 오만의 극치였습니다.


부시 사실상 최후통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각)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탈레반 정권에 모든 테러분자들과 지원조직들을 인도하고 테러훈련장을 즉각 영구적으로 폐쇄한 뒤 미국의 검증을 받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이런 요구는 협상이나 토론의 대상이 아니며 이를 거부할 경우 탈레반 정권은 테러분자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그는 이번 전쟁의 목표는 이슬람 교도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며 세계의 모든 나라는 "우리(미국)의 편이 되든지 아니면 테러리스트의 편이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오늘 이후 테러리즘을 계속 보호 또는 지원하는 어떤 국가도 적대적인 정권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9%가 부시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을 시청했으며 테러공격에 '책임이 있는 단체나 국가들'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90%가 지지했습니다.

미국의 보복공격은 "국제법 위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후지다 히사이치 간사이 대학 법학부 교수는 "미국이 자위권을 발동해 무력행사를 하려면 아프간이 테러공격에 관여했다는 것과 테러조직을 탈레반 정권이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공격하는 것은 '침략행위'라며 "유엔결의의 우호관계선언은 이런 복수로서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쓰이 요시로 나고야대 교수도 20일 <마이니치 신문>과의 회견에서 "유엔헌장은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고 개별국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자위의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며 "지금 자위권이 논의되고 있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중국 외교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유엔헌장 원칙과 국제법 규정에 맞게 안보리가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조건적 테러 반대' 입장을 천명했지만 테러범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 진행돼야 하고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장본인을 국제법정에 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군사행동은 부시대통령을 국제법정에 세우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세계의 여론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력사용을 정당화하고 *공격 목표물을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며 *아프간 쪽의 주장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국제적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7만여명의 시위대들이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 페샤와르 등에서 '테러리스트 미국',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미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 반미시위는 대학생과 이슬람종교단체들이 이끌고 있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뉴스입니다.

- 대한 적십자사는 고령자 우선 원칙 등 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인선기준을 정하고 컴퓨터 추첨으로 방문단 예비후보자 300명을 뽑았습니다. 한적은 이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방북의사 확인을 한 뒤 다음 주중 200명을 추려 북쪽 방문대상자의 생사 주소 확인을 의뢰할 방침입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재고쌀의 대북지원을 제안하자 한나라당의 박종웅의원, 김용갑의원 등은 당의 정체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비난했습니다.

- 프랑스 남부 툴루즈시 남서부의 로켓연료 제조공장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해 10-15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습니다.

-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테러 대참사의 후유증으로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각국 증시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달러화 급락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도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세계금융시장 다시 요동" (한국일보)

- 지난 2월 지방흡수 억제제인 '제니칼'의 국내 시판에 이어 식욕을 억제해 살을 빼는 '리덕털'도 국내에서 판매됩니다. 이로써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인정한 비만치료제 2종의 판매가 모두 허용됐습니다.

- 서울대 정운찬교수는 21일 한 조찬세미나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우리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기부양보다는 강력한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하반기 최악의 취업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에서는 노동부와 경제 5단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채용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박람회에는 최근의 취업난을 반영하듯 2만5,000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 교육인적자원부는 21일 근무성적 등을 기준으로 하위 30%의 교원에게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던 성과상여금 지급 방침을 철회하고 교원 전원에게 성과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 22일은 자동차가 크게 늘면서 발생하는 교통문제와 대기오염,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계 시민환경단체들이 정한 '세계 차없는 날'입니다. 이 행사는 1997년 프랑스의 항구도시 라로세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세계 1300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 주말인 22일 강원 영동지역 등 일부 내륙산간지방의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올들어 처음 얼음이 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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