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부수 신화에서 깨어나자

등록 2001.10.03 07:01수정 2001.10.0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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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순위평가 사이트인 '100hot.co.kr' 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일간지 접속 1위가 한국일보, 한겨레는 8위였고 조선일보는 2위로 밀려나 있었다.(*註) 방송사 사이트에서 SBS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연예.오락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 신문 부문에서는 <오마이뉴스>가 3위를 차지했는데 1위가 정보통신 전문지 <아이뉴스24>, 2위가 <뉴스보이>인 것을 감안하면 종합지 중엔 <오마이뉴스>의 방문자가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안티조선 때문에 조선일보 구독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며 고소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제발 발행부수의 미망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발행부수 50만에 불과하지만 3-4백만부를 자랑하는 대중지 <선>이나 <미러>보다 훨씬 높은 광고료를 받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구독자가 소득수준이 매우 높기도 하지만 이들의 태반이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독자들이다. 이들의 한 마디가 <선> 독자의 100마디보다 오히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한다.

조선일보 독자마당의 방문자가 제 아무리 많아도 영향력이 보잘 것 없다고 보는 것은 이들의 수준이 저질 황색지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최악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스토커들이 설치다 구속이나 되는 이 사이트에서 오고 가는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자기네 집단을 벗어나 사회의 다른 영역 심지어 반대세력까지도 귀담아 듣고 따라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일보가 최근 부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냥 놓아 두어도 어차피 조선일보 보게 마련일 사람들의 구심력이 높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심지어 강남에선 2부, 3부씩 보는 열혈 독자들도 있다지 않는가?

신문의 영향력이란 이런 식으로 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 집단 내부의 결집력이나 높이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고립을 자초한다. 최근 언론의 동업자 카르텔이 깨진 것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간에 조선일보가 영향력 1위라는 구호를 자랑스럽게 외친 것은 자기들이 쓰면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도 따라 쓰고 심지어 방송사도 눈치를 봤던 과거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은 조선일보가 쓴다고 덩달아 따라가는 신문.방송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베껴 쓴다는 인상을 줄까봐 신경을 쓰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자기네 집단 내에서 부수를 늘리고 결집력을 강화하는 효과는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영향력 부수'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 기자의 개인적 분석이다. 조선일보 250만 부수만 홀로 외치면 뭐 하는가, 다른 신문.방송도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영향력 아닌가? 앞으로 조선일보가 힘이요 진리로 통하는 세상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시사저널 조사에서 창간 1년도 되지 않은 <오마이뉴스>가 영향력 10위 이내에 오르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한 바 있다. 하루 조회수가 6-70만에 이른 올 해엔 5위까지 넘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이 단순히 방문자 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시각이다.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진보진영의 운동가들과 여론주도층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의 진정한 잠재력일 것이다.

`97년 대선에서는 친여 방송사와 조.중.동에 장악되다시피 한 여론시장에도 불구하고 DJ가 승리를 거두었다. IMF 경제위기라는 구여권의 감표요인도 있었지만 이제 상전벽해를 이룬 새로운 인터넷 여론환경에서 치러질 2002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부수 증감 하나만 가지고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언론의 영향력이 도대체 무엇인지부터 곰곰히 사유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jean

덧붙이는 글 | *인용한 순위는 9월 28일 집계내용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인용한 순위는 9월 28일 집계내용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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