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교수, 목포시장 재도전

그가 말한 '명예혁명' 성공할 것인가

등록 2001.10.04 08:22수정 2002.03.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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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교수가 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벌써부터 내년 목포시장 선거전양상이 주목되고 있다.

김 교수(목포대)는 지난 9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회의 공천을 받은 권이담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근소한 표 차로 패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표 결과 3천여표 차로 선전함으로써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인지도를 배가시키는 수확을 거뒀다. 따라서 수성작전에 나서야 하는 민주당 목포시지구당의 입장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김 교수의 출마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는데도 무소속인 김 교수의 행보가 지역민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목포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과 장남 김홍일 의원이 민주당목포시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시장선거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민주당목포시지구당 입장에서는 내년에 민주당 시장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텃밭에서 본전치기'에 불과하다고 여길 만큼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수성작전' 부심

특히 지난 4월 전북 군산과 임실 보궐선거처럼 무소속 후보에게 단체장 자리를 내줄 경우 'DJ 고향에서의 민심이반'이라는 정치적 손실과 함께 김홍일 의원에게도 타격을 입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목포시장 선거에서 몇 명의 후보가 출마할 것인지는 예측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 선거에 임박해 민주당지구당이 공천자가 결정된 이후 출마할 인물군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98년 선거전에서 김정민 교수가 선전한 결과를 놓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당시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후보선택의 폭이 좁아진 양자대결이라는 구도 속에서 두 사람 중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거판세도 김 교수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


이미 민선 1기 시장을 지낸 권이담 후보에 대한 반발표가 무명의 김정민 후보쪽으로 흘러들어감으로써 득표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물론 김정민 후보가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현직 교수신분일 뿐 아니라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4만1천여표라는 예상외 표심을 모으는 데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방선거 '탈 정당화' 추세 강화


국민의 정부가 갓 출범한 뒤 치러진 98년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방선거에서의 이른바 '탈정당화'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당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실시된 목포시장 선거는 국민회의라는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신선한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을 때였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을 뽑은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특정정당 지지세가 강한 반면, 적어도 지방자치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이미지를 배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김 교수의 득표율을 높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다면 당시 분위기로 돌아가 보자.
국민회의는 지방선거를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라는 축제 분위기를 텃밭 선거전에서 이어가기 위해 전력을 쏟았고, 최소한 목포에서 권이담 후보가 무명의 김정민 후보를 가볍게 누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직과 자금력에서 비교가 안될 만큼 우세했던 국민회의의 권이담 후보 진영에서는 초반부터 "김 후보가 몇 천표 얻는 데 그칠 것"이라며 선거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동안 김정민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거품'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권이담 후보진영에서는 우세했었다. 반면에 선거를 치러본 경험조차 없었던 김 후보 쪽에서는 '목포를 바꾸자'며 민심의 돌풍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투표 참여율이 53.3%에 불과했지만 선거 결과 총 투표자 8만7345표 가운데 권이담 4만4621표. 김정민 4만1286표로 나왔다. 텃밭인 국민회의 권 후보와 무소속 김 후보와는 3335표차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권이담 후보가 구도심인 무안동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원산동 등을 제외하고는 우세를 보였다.

98년 선거 김교수 예상 밖 수확

반면에 김정민 후보는 신흥동을 비롯해 신도심지역에서 강세를 보여 두 후보간 지역별.연령층면에서 지지성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부재자 개표에서 권이담 후보가 2900표로 1536표에 그친 김 후보를 1300여 표 차로 앞섰다는 점이다.

군인 등이 대부분인 부재자 투표자들은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소속에다가 무명의 김정민 보다는 귀에 익은 국민회의 권이담 후보를 택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권이담 후보는 이같은 부재자투표함 개표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많은 표 차이를 벌여 결국 신승을 거두게 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선거 직후 지구당 위원장인 김홍일 의원은 당직자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이겼지만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며 뜻밖의 결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 일각에서는 "선거전이 일주일만 길었더라도 개표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해석하기까지 했다.

내년 시장선거 전망 엇갈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내년 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김정민의 돌풍이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지금까지는 여러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수성작전에 나서야 하는 민주당목포시지구당이 어떤 인물을 내세우냐에 따라 선거전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무소속이나 다른 당에서 후보를 내세워 최소한 3파전 이상으로 전개될 경우, 결국 표를 분산시켜 민주당후보에게 어부지리 효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과 관계없이 무소속의 약진이 전국적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정민 후보는 이같은 유권자 정서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서도 김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과 정치권이 야합해 민주인사, 유능한 정치가로 행세하는 등 당초 기대했던 열린 행정이 실종됐다"며 현행 지방자치제 폐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렇지만 가장 먼저 시장선거 출사표를 던진 김정민 교수 역시 지난 98년 선거와는 달리 넘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있었던 기자회견장에서 "3년 전 마무리짓지 못한 미완의 명예혁명"이라고 표현하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그대로 표출했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에 대한 강조가 지나칠 경우 자칫 독선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것도 우려되고 있다. 또한 직업이 교수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는 해박할 수 있지만 실제 지방자치 현장에서 조직장악력과 집행력이 자신의 의지대로 관철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김 교수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기존 선거판에서 볼 수 없었던 신데렐라적인 이미지로 유권자의 표를 결집시키는 데 효과를 거둔 점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선거전이 될 내년에 유권자들은 김정민 후보를 좀더 냉정하고 신중한 눈으로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김 교수에 대해 과연 시장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 뒤 표를 던질 경우, 내년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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