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자유의다리에서 투신자살

고향방문단 선발서 계속 누락되자 비관한듯

등록 2001.10.05 15:17수정 2001.10.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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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그리워해 오던 실향민 정아무개(82.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 할아버지가 최북단 분단현장인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투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정 할아버지가 누락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 접수증을 몸에 간직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을 비관, 투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5일 오전 9시 20분께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에 위치한 임진각 망배단 뒤편 자유의 다리 연못에서 이곳을 돌아보던 파주시 시설관리공단 관광담당 김국헌씨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인근 금촌의료원 영안실에 모셔졌다.

경찰 조사결과 정 할아버지는 2000년 6월 19일자 이산가족 찾기 및 북한주민 접촉 등 고향방문을 신청을 했으나 계속 선발에서 누락되자 이를 비관, 자유의 다리 10m 아래 연못으로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황해도가 고향으로 6.25 한국전쟁 당시 단신으로 피난 내려와 역시 황해도가 고향인 실향민 임 아무개씨(78)를 만나 결혼, 4남 1녀를 둔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정 할아버지가 2일전 무단 가출한 점과 이산가족 신청 접수증이 발견되는 등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비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체를 유족들에게 인도한 뒤 사건을 종결지을 예정이다.

장단이 고향으로 5살때 피난 내려와 임진각에서 31년째 사진을 찍어오고 있는 사진사 정성춘 씨는 "영혼이나마 고향으로 가고 싶어 이곳에서 죽음으로 대신한 것 같다'며 "정 할아버지가 투신한 지점이 민간인이 갈 수 있는 맨 끝 부분인 자유의 다리 최북단 지점이어서 망향의 한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분단의 현실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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