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 의료광고, 기사인가 광고인가

소비자를 혼돈스럽게 하는 기사형광고와 광고형기사

등록 2001.10.22 15:41수정 2001.10.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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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화려한 디자인, 비싼 재질의 종이, 수많은 광고, 책값보다 비싼 경품. 열악한 우리 사회 사회의 출판현실에서 유독 여성지만이 화려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앗아가는가. 여성지가 주는 것은 허영과 사치며 앗아가는 것은 건강과 소박한 삶이다. 여성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당신도 그들처럼 화려하게 한번 살아보라고. 그들처럼 화려하게 살 수 있다고.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서 진행한 의료광고 모니터결과에서도 이러한 예측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민중계실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20일까지 2001년 8월호 대중적인 여성잡지 7종(여성조선, 여성중앙21, 레이디경향, 주부생활, 우먼센스, 피가로, 사비 등 총 7종)에 실린 의료광고실태를 조사한 결과, 400여 건의 불법성 의료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광고들을 진료과목별로 분류하면 성형외과 18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부과 105건, 한의원 70건, 안과 30건, 기타 44 건 등으로 조사됐으며, 표제어를 중심으로 진료형태광고는 얼굴과 가슴 등 성형수술이 42%, 여드름과 주름살 제거 등 피부미용이 20%, 체중감량이 17%, 라식수술도 전체의 9%로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형, 미용, 체중감량등에 치우쳐 있는 의료광고가 우리 사회의 왜곡된 미의식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광고를 통해 여성들은 성형과 미용이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병원과 의사와 매체사들은 다시 이것을 상품화되고, 다시 잡지가 팔리는 고비용 허영사회를 여성지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성지에 실린 의료광고가 현행 의료법에 비추어 위법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법적, 사회적 제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에 따라면 약효, 진료방법 등에 대해서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나 여성지의 의료광고는 자극적인 사진까지 실어가며 효능과 진료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나, 광고를 자율적으로 정화하는 자율심의기구, 혹은 광고 매체사의 스스로의 자정 등 어떤 관계자들의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사회적 왜곡화가 방치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이면에는 여성지 의료광고에 대한 관련 행정기구의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것이 광고인지, 기사인지 한 눈에 판단할 수 있으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광고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어,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성지에 실린 의료광고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이 아니라 몇몇 이해집단의 이해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유용한 의료 정보의 제공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불법 광고의 범람은 의료소비자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적절하지 못한 의료이용을 조장하고 의료기관의 자본력, 명성 등 의료서비스의 비본질적인 측면을 통해 진료를 선택하는 - 역 선택이 늘어나 종국에는 소위 장사가 되는 의료서비스 분야만 커지게 되는 등 의료체계 전반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고는 많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사고도 검증되지 않은 의료광고의 책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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