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핑> 대법원 '알몸수색은 위법'

등록 2001.11.08 07:18수정 2001.11.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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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 당총재직 사퇴할듯

한겨레신문 등 대부분의 신문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오늘(8일) 소집되는 당무회의에서 당총재직을 물러날 뜻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들은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김 대통령이 당무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당분간 총재권한대행이 이끄는 비상과도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후임총재 선출을 위해서 조기 전당대회 소집이 불가피해지며 내년 대선후보의 선출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김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도부 간담회'에서 "오늘밤 결단을 내려 내일 당무회의에서 모든 문제에 대해 대통령, 총재로서 분명히 밝히겠다"며 "여러분도 서로 동지로서 아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권재창출에 노력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권노갑, 박지원 씨를 겨냥한 인적 쇄신에 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김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보선의 실패도 극복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습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외국을 방문한 이후에 '왜 밖에서는 다들 잘 한다고 하는데 안에서는 안 풀리나'라는 생각을 모두 해 왔습니다. 이번의 '아세안+3 포럼'에서도 김 대통령은 같은 생각을 한 듯 합니다.


외국의 기관이나 저명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상황을 '그 중 제일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아세안 국가들,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낫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또 우리 내부의 문제가 심각하고 정치가 전혀 그러한 문제들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정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합니다. 대통령, 재벌총수, 언론사주... 그러기에 대통령 집권 후반기가 되거나 재벌총수가 물러나는 날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것이겠죠. 해법은 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통합/조정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인권에 관한 소식 두개가 눈에 띄는군요.

대법원, "알몸수색은 위법"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경찰은 옷을 모두 벗긴 뒤 마지막 남은 팬티마저 복숭아뼈까지 내리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서 시킵니다. 자해나 자살을 염려해서 흉기를 찾기 위한 것이랍니다.

대법원은 경찰서 유치장의 '알몸수색'에 대해 처음으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민주노동당원 박아무개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알몸수색은 위법"이라며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치장에 수용되는 피체포자에 대한 신체검사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살.자해 등 사고방지와 유치장 내 질서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수치심을 포함한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엔 외국인의 인권 문제입니다.

민변, '난민'보호 제대로 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9.11테러사태 이후 정부가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을 감금.추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난민정책의 시정을 촉구했습니다.

민변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서울연락사무소는 난민인정 신청을 한 이란인 5명과 아프가니스탄인 2명이 테러사태 이후 체포돼 2명은 추방, 5명은 감금(보호조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난민신청을 했던 이란인은 본국에 가면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달 16일 추방돼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법무부에 유감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판무관실 쪽은 이러한 조처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오역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난민신청자 자술서 오역 논란 확산" (동아일보)

이에 대해 법무부는 "추방된 이란인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했다고 시인"했다며 "법무부는 정치.종교 등의 이유에 따른 난민임을 주장하면 난민심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시 이슬람계에 대한 이유없는 적대감이나 피해의식 때문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언론사 주위에 무장한 경찰이 서 있는 것도 과잉 대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형식적으로만 서 있으려면 경찰들 고생시킬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대기업 계열사 채무보증 급증

삼성그룹 등 대기업 상장법인들의 대주주 및 계열회사들에 대한 채무보증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거래소는 상장법인들의 채무보증이 4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8건에 비해 21.8% 증가했고 보증금액도 5조 2968억원으로 45.6%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은 3조 2792억으로 전체 금액의 61.9%를 차지했고 이들의 채무보증 증가율은 105.6%였습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의 채무보증은 총 1조 86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5.3%나 늘어났습니다. 이는 거래소 전체 보증금액의 35.2%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거래소는 이렇게 채무보증이 증가한 것은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에서 조달한 운영자금에 종합상사들이 보증을 서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 정부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히던 재벌개혁은 완전히 물건너 갔습니다. 제도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계열 금융사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하는 등 핵심역량에 대한 집중,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무너졌고 채무보증마저 이렇게 늘어났다면 재벌개혁은 말만 무성했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한미군, 민통선 내 삼림 2만여 평 불법훼손

주한미군의 막무가내 행동이 또 드러났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주한미군이 지난달 하순부터 군용도로를 건설하면서 경기도 파주시 스토리 사격장 일대 삼림 2만 2500여 평을 불법 훼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단체는 주한미군이 국방부나 환경부, 파주시 등도 모르게 삼림을 훼소한 것은 개정 SOFA를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개정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미군이 공여지에 시설물을 설치하더라도 한국정부와 협의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주위의 사유지를 매수하지 않고 공사를 하는 바람에 이 지역 농민들은 내년부터 농사를 지으려면 미군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도로를 닦고 울타리를 세울 경우 환경도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두 단체는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입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국제

- 국제축구연맹(FIFA)이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한 데 이어 세계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신탕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FIFA, '개고기파문' 확산" (중앙일보)

FIFA의 의도는 도대체 뭘까요?

사회

-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 보다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평균점수가 30점 이상 떨어질 전망입니다.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이 특히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중하위권 성적을 얻은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고민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수원지검은 성남시 시민단체들의 고발과 성남시의 맞고발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감사원은 2003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인근에 미군 헬기장이 있는 등 부적절한 장소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미 양국간 헬기장 이전 협상이 지연될 경우 1차 연기된 2003년 12월 박물관 개관이 자칫 더 늦춰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 강원도 강릉 오죽헌(보물 제165호)이 본채가 기울어지고 기둥에 균열이 생기는 등 심하게 훼손됐으며 구석기 시대 유물 5만 1천 점이 발굴된 충남 공주 석장리 유적지는 울타리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대규모 전시관을 짓는 바람에 유물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문화재 보존 관련 감사내용을 보시죠.

"문화재 5600여점 도난" (중앙일보)

- 말이 많았던 노레보정이 판매됩니다. 식품의약안전청은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두차례 복용하면 임신을 피할 수 있는 응급피임약(노레보정)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오는 12일부터 시판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정치/외교

-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사형당한 신아무개 씨 사건과 관련해 대 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관련자 엄중처벌, 그리고 영사업무 개선책을 발표했습니다.

- 한-중간에 사과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이 마약사범의 병사 및 사형집행 사실을 우리 측에 즉시 통보하지 못한 점 등 미진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앞서 6일, 중국 외교부의 주방짜오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 측에 사과한 적이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한나라당은 건강보험재정 분리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대북지원에 대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남북교역협력기금법', 교원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 등 쟁점 법안을 자민련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야, 쟁점법안 단독처리" (조선일보)

화제와 미담

- 제10회 '전태일 노동상' 수상자로 개인부문에 금융산업 구조조정 저지파업으로 구속중인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 단체부문에 레미콘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 건설운송노조가 선정됐습니다. 금융노조는 한국 노총 소속인데요. 한국노총 출신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일본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산 캐릭터가 일본에 진출한 건데요. '마시마로'가 일본에서도 엽기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 부산국제영화제가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을 위해 영화 16편을 마련했군요. 한국 영화로는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와 황윤 감독의 '작별'이 꼽혔습니다. 외화들로는 어떤 영화가 명단에 올랐을까요?

"부산영화제가 추천하는 수험생 영화" (경향신문)

내친 김에 오늘은 영화 얘기로 끝을 맺어 볼까요? 조금 전에 소개한 '고양이를 부탁해' 얘깁니다.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영화평이나 티비의 소개를 볼 때 "꽤 괜찮은 영화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무려 12억 원이나 손해를 봤다는군요. 급기야 문화예술인들이 '고양이 살리기'에 나섰답니다. 조폭 그린 영화로 대박이 줄줄이 터지는 마당에 웬 궁상이냐고 하시겠지만, 또 보지도 않은 영화의 예술성을 극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의 편식은 좋은 게 아닐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마디는 "골고루 먹고, 골고루 보자!"입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 저런 영화가 다 살아남아야 영화보기 열풍이 어느 덧 식었을 때도 꾸준히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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