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공연 활성화의 길

<김기영의 음악파일 12> 모두의 합심이 필요하다

등록 2001.11.14 09:26수정 2001.11.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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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에는 두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다양한 장르의 음반이 유통되어야 하고, 둘째는 공연시장이 대중화되어야 한다. 이 중 음반의 다양한 유통이라는 과제는 인디 음반, 각종 기획 음반 등의 발매로 미세하게나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공연시장의 현실이다.
공연시장의 발전을 막고 있는 TV의 특정 장르 편중성과 공연기획사의 미숙한 공연들,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공연장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대중들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70년대 이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TV 쇼 프로그램은 이전까지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라이브 공연을 끌어모아 지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공룡’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은 변함없이 지속되면서 가수들이 공연보다 방송 활동을 우선으로 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모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TV음악프로는 철저히 뮤지션들의 라이브로 자생해야 한다. 통조림처럼 천편일률적인 립싱크로는 공연의 다양한 묘미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 아울러 립싱크에 익숙해진 가수들 또한 질좋은 공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수도 시청자도 공연문화의 참 맛을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TV는 뮤지션들의 공연 홍보와 공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확충시켜야 한다. 그래서 관객들이 라이브 콘서트장에 가도록 유도하는 창구 역할을 하여야 한다. 영화의 경우 개봉작 소개를 집중적으로 하여 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돋구는 영화소개 프로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방송사의 사고전환이 절실한 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우드스탁 페스티벌’ ‘레딩 페스티벌’ ‘오즈페스트’ ‘후지 락 페스티벌’ 등 수많은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여러 대형 콘서트들이 해마다 열린다. 이러한 페스티벌이 정착을 하며 전세계적으로 지명도를 얻는 데에는 한 순간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공연을 주최한 주최측의 기획력, 립싱크방송보다는 라이브 공연에 익숙한 대중들의 전폭적인 호응이 가장 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락 페스티벌이 주최측의 진행 미숙, 대중들의 외면 등으로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 난장판으로 끝난 ‘메탈페스트’ 공연은 유명 외국 밴드들을 불러놓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사례이다. TV의 영향 역시 컸겠지만 이러한 대형 공연을 주최하는 기획사의 함량 미달, 음악을 즐기는 대중들의 공연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라이브 공연의 대중화,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까?

첫째, 무엇보다도 공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예를 든다면 공연 입장료 2만5천원, 3만원이 아까워서 공연에 가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을 수없이 접해봤다. 단지 돈이 아까워서 공연장에 못가겠다는 것은 음악 자체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대중들을 공연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공연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공연기획사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단순히 공연흥행을 위한 경쟁을 떠나 서로의 공존,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win-win 전략을 추구한다면 공연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며 좀처럼 공연장을 찾지 않는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제는 공연을 만드는 공연 관계자와 아티스트 모두 아티스트 섭외가 우선이 아닌 공연 컨셉을 우선시해야 한다. 계속되는 매진 행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문세의 ‘이문세 독창회’는 어떤 테마를 앞세워서 팬들에게 홍보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2년 전부터 시작한 이 공연은 공연의 ‘브랜드화’를 추구하면서 국내 공연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특히 주목할만한 공연 중의 하나이다.

결론적으로 TV에 국한된 국내 음악시장을 탈피해 공연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기득권을 쥐고 있는 공중파 방송사의 음악프로 전면 대개혁, 둘째, 음악 소비자층인 대중들의 마인드 변화, 셋째, 좋은 공연기획을 책임질 유능한 공연 인력의 확충과 공연 포맷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 온 지금의 음악계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제대로 바꿔야 할 책임 또한 모든 음악관계자와 대중들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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