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교통체증 해결사

등록 2001.11.20 08:53수정 2001.11.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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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1년 사이 자동차가 두 배로 늘어 도로가 하루종일 주차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간의 교통행정으로 미루어볼 때 서울시청의 공무원들은 십중팔구 도로확장계획부터 세울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발상을 달리하면 도로건설을 하지 않고서도 늘어난 통행량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똑같은 도로에 두 배의 차들이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로 지능형 도로 시스템이다.

지금도 도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주요 사거리마다 교통량을 측정하는 센서가 묻혀 있으며, 교통방송이 하루종일 도로정보를 운전자에게 전해주고는 있다.

하지만 모든 차량의 현재 위치를 메인통제센터의 컴퓨터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만 있다면 굳이 도로 확장을 하지 않고서도 혁신적인 체증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첨단 관리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수백만 대의 차에 값 비싼 위치파악센서를 달며 그 비용은 또 누가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놀라운 사실이지만 한국의 운전자들은 이미 거의 대부분이 차 안에 위치파악센서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휴대전화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US 와이어리스'가 굳이 값 비싼 인공위성용 GPS 장비를 장착하지 않고서도 운전자의 휴대폰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포착해 차량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는 소식이다.

이 회사가 특허를 낸 기술을 활용할 경우 각 차량의 현재 위치를 약 20M 오차범위 이내에서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동통신회사의 네트워크에 이 시스템을 추가할 경우 미국인이 보유한 1억2천만 개의 휴대전화가 한 순간에 차량위치파악센서로 탈바꿈하는 것.


항공관제센터가 하늘을 나는 수천 대의 비행기 위치를 일일이 추적해 최적의 항로를 유도하고 9.11 테러같은 비상 사태시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교통관제센터가 도로 위 모든 차량의 위치를 완벽하게 알아낼 수만 있다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교통흐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차량 하나하나에 적절한 개인별 마춤 교통정보를 송신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긴요한 교통정보를 송신해주어도 도로의 한계 때문에 운전자가 물리적으로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래도 최소한 내 차가 왜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지 그 이유라도 소상하게 알 수 있다면 운전자의 스트레스는 훨씬 덜할 수 있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에 시달리던 건물주가 커다란 거울로 로비를 장식해 고객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거울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게 하자 한 순간에 불만이 사라졌다는 일화처럼 교통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심리적 요인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차량추적시스템은 경제활동인구의 태반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특히 적절해 보인다. 차 안의 휴대전화마다 유용한 마춤교통정보가 흘러나온다면 설사 교통체증은 당장 풀리지 않더라도 답답한 가슴의 체증만큼은 풀릴 수 있을 테니까.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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