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수 초범 신상공개대상서 제외해야"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인권』 심포지엄

등록 2001.12.04 15:33수정 2001.12.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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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이 선고된 사람은 법관이 벌금형의 부과만으로 재사회화와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벌금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나 성매수의 초범은 청소년성매매 신상공개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부와 한국법학원 공동주최로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인권' 심포지엄에서 연세대 심희기(沈羲基) 경법대 교수는 “범정(犯情)이 가벼운 사람은 당분간 신상공개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심희기 교수는 ‘신상공개의 정당화근거와 적절한 공개대상과 공개기준의 탐색’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공개대상과 공개수준을 2원적으로 등급화해 의식개혁 캠페인 수준에 적합한 사안(범정이 가벼운 사안)의 공개수준은 현재의 성보호법 수준으로 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 범죄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사안(범정이 무거운 사안)의 공개수준은 현재의 시행령 수준이나 더 상세한 수준으로 하는 ‘한국적 등급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대중의 의식개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캠페인성 신상공개구상’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적 실험으로 체면과 수치심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문화와 한국적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며 “그러나 범정이 가벼운 범법자들을 시행령 수준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의식개혁을 추구하려는 캠페인의 목표를 넘어 ‘법원이 선고한 형벌이 미약하므로 추가적인 징벌을 가하겠다는 취지지 아닌가’하는 과잉금지위반의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상공개 불가피론자들은 성보호법상의 신상공개근거규정이 이성적·합리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풍부한 논증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과학적·실증적인 연구조사와 검증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며 “현재의 시행령과 운영규정이 헌법과 모범인 성보호법, 다른 법률제도의 취지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혁과 개선작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행령과 운영규정은 모법인 성보호법의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모법의 정신에 배치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따라서 모법인 성보호법의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모법에 정신에 배치되는 시행령과 운영규정에 따라 취해진 신상공개처분은 위법부당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경재(李璟在) 충북대 법대 교수도 “일방적·일괄적·무제한적 공개는 지양돼야 하며, 공개대상자는 세밀한 기준과 엄격한 분류과정을 거쳐 범죄의 불법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성범죄자에 국한돼야 한다”며 신상공개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의 경우 청소년에 대한 매춘행위를 성착취 내지 성학대로 보아 엄하게 처벌하는 외국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청소년성매매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엄한 형벌을 부과해야 하며, 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과 감시를 하는 집중보호관찰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익을 강조해 사익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장래의 재범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돼 불이익을 당한다면 헌법상 인정된 여러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될 소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현행 신상고개제도의 문제점을 시정 내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육정수(陸貞洙)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부장, 이명숙(李明淑) 변호사, 전경숙(田慶淑) 한국청소년개발원 책임연구원, 황진호(黃鎭浩) 변호사가 지정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정재헌 대한변협회장, 김병준 학국법심리학회 회장을 비롯해 140여명이 참석, 신상공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지난 8월에 1차로 공개된 청소년성매매사범은 169명이었으며, 내년 3월초 2차 445명의 신상이 공개된다.

덧붙이는 글 | 법률일보 제공

덧붙이는 글 법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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