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글리벡'에 대한 '전세계 단일가격 방침'을 고수하며 보험약가보다 비싸게 약품을 공급하고 있어 애꿎은 환자들만 곤경에 처해있다. '글리벡'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적의 약이라고까지 불리는 신약이다.
5일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아래 민의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 IPLeft 등은 "존재하는 약을 돈이 없어서 먹을 수 없고 그래서 죽어가야 하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와 노바티스는 조속히 보험약가 협상을 종결하고 글리벡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정부 당국에 대해 △만성백혈병환자 보험적용 제외 철회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를 포함한 가격 인하 방법 강구 등도 함께 요구했다.
글리벡의 공급이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은 지난달 19일 보건복지부(장관 김원길, 아래 복지부)가 글리벡의 보험약가를 1만7862원으로 고시하면서부터. 당시 약값을 책정한 심사평가원 약제심의위는 스위스 현지에서 글리벡이 판매되는 가격(약 2만5천원)의 65%를 공장도 가격으로 보고, 여기에 부가세와 도매 이익을 합해 약값을 산정했다.
그러나 글리벡을 공급하는 한국 노바티스는 "글리벡 가격은 세계 공통이며 만약 보험약가대로 약품을 공급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고, 고시가격을 어기며 병원과 약국에 글리벡을 2만5천원에 공급했다.
이에 몇몇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글리벡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병원이나 요양원들은 손해를 보면서 글리벡을 1만7천원에 팔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약품 구입비 추가분을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시켰다.
백혈병 환자들은 노바티스의 '횡포'와 추가된 경제적 부담에도 글리벡을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암세포를 죽이긴 위해선 글리벡 이외의 약이 없기 때문.
이에 대해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강주성 씨는 "복지부가 고시한 약값도 결코 싼 것이 아닌데 노바티스는 유통안정과 품질 유지를 이유로 전세계 단일가격을 고집하고 있다"며 "약값이 높다고 품질이 유지되거나 유통이 안정된다는 것은 억지"라고 못박았다. 강씨는 "환자들이 다른 약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높은 약값을 고수하려는 노바티스의 횡포"라고 해석했다.
민의련 정혜주 공공의약팀장은 "국내에 약 1천명 안팎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있는데 높은 약값으로 인해 이들이 글리벡을 이용하지 못하면 심각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며 "정부는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을 충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적용 대상자 폭을 넓히고 글리벡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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