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로 레밍턴 권총을?

9.11 테러사태 이후 호신용 관심 더욱 고조

등록 2001.12.06 17:23수정 2001.12.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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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라스카주 시드니에 사는 10살짜리 소년 잭은 요즘 흥분했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빠한테 장난감이 아닌 레밍턴 22구경의 진짜 총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죠. 어라, 누가 애들한테 진짜 총 따위를 사주냐구요? 2살 많은 잭의 형도 10살때 같은 선물을 받았고 주변에도 진짜 총을 가진 친구가 5명이나 된답니다. 신기한 일이 전혀 아닌 셈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20만 명의 아이들이 진짜 총을 갖게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중 절반 정도는 아예 청소년용으로 만들어진 거랍니다. 90년대 이후 청소년용 진짜 총을 내놓는 총기업체 수는 두 배로 늘어나 20군데에 달한다네요.

아이들에게 왠 총이냐구요. 사냥을 좋아하는 부모들의 선택도 적지 않지만 특히 잇따른 교내 총기난동사고나 9.11 테러사태로 아이들에게도 호신용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텍사스주의 중학교 선생인 페리스 바부셋은 "다행히도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기를 지닐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들(12)과 딸(16)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각 350달러짜리 레밍턴 20구경과 600달러짜리 윈체스터 장총을 이미 사놓았다고 합니다. 아들에게는 '첫 총'이지만 딸은 벌써 두 번째 총이라네요.

미 연방법은 총의 종류에 따라 18-21세 이상에게만 구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구입한 총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범죄자가 아니라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WSJ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사회의 다수는 어린이에게 총을 사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선뜻 총을 사주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또 총기사용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부모가 탄약 관리만 엄격히 하면 상관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습니다.

진짜 총으로 놀면서 자란 아이들이 총에 대한 책임감이 더 늘어날지 혹은 '총기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전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자라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딸은 물론 아들에게도 총을 사주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그 아이들이 총을 사달라고 조를 때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네요.


그러나 호신용이든 뭐든 진짜 총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가 메일진 등에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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