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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반환 약속 어디 가고 아파트 신축 웬 말"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파트 건립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선 시민운동단체 대표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10일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 미군기지 52번 게이트.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내 대규모 아파트 건설 계획에 맞서 기자회견을 열려던 시민운동단체 대표들은 우선 방패로 무장한 한국 전투경찰들부터 상대해야 했다.
"미군들 보는 앞에서 이렇게 우리 전경들과 몸싸움해야 하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는 한 시민운동단체 대표는 이번에야말로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졌다.
"주한미군, 장기 주둔 의도 드러내"
"양키 고 홈!"
"US troops out of Korea, Now!(미군은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아파트 건축 철회하고 용산 기지 즉각 반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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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한 미군기지 공대위 위원장이 성조기를 밟고 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뒤늦게 밝혀진 용산 미군기지 내 대규모 아파트 건설 계획이 미군기지 반환 운동에 불을 당기고 있다. 수년간 불평등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과 용산 미군기지 반환 운동을 펼쳐온 진보운동단체 대표들은 "96년까지 용산 미군기지 반환하기로 해놓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고 있는 주한미군이 용산 장기주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주한 미군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4만 5000여평의 연립주택단지에 106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2020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워왔다. 이 계획은 미국방부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 8일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국내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소파개정국민행동, 미군기지 공대위 등에 소속된 시민운동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 등 즉각적으로 반발했고 미군기지 이전을 염두에 두고 신청사 용산 이전계획을 추진해왔던 서울시 역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아파트 건설 부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방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 미군기지 즉각 반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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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용산기지 52번 게이트 앞.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공대위(이하 미군기지공대위) 김용한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용산 기지 반환 문제가 의제에서 빠질 때부터 이런 사태가 예상됐다"면서 "아파트 건립계획이 백지화되고 반환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 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기본 합의 각서를 체결하고 96년까지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하겠다고 합의한 상태다. 또한 올초 개정 발효된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양해사항 제3조 1항에도 '공여시설에서 당초 건물의 개조나 철거, 신축, 개축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에 적시에 통보하고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시민운동단체들은 미군이 우리 정부에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판태 소파개정국민행동 사무처장은 "남북 화해무드 속에 주한미군의 역할이 축소되고 이미 기지 반환 약속까지 돼 있는 상황에서 건설기간이 20~30년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건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니라 기지 반환 없이 계속 주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운동단체 대표들은 "사우스포스트 내 부지 소유권은 우리 국방부에 있기 때문에 국방부가 의지만 있다면 주한미군의 아파트 단지 건설을 막을 수 있다"면서 즉각적인 건설계획 백지화와 용산 미군 기지 반환을 요구했다.
"미군기지는 서울시 환경, 도시계획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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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미군 용산 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연립주택단지 ⓒ 오마이뉴스 김시연 |
그동안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시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국내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김판태 사무처장은 "그동안 주한 미군은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하고 녹사평역 일대를 기름으로 오염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면서 "이번 아파트단지 건설 역시 향후 서울의 도시계획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용산 주민의 여론이 호의적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국민적 관심을 일으켜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파국민행동은 미군기지 공대위, 매향리범대위 등과 함께 11일 오후 2시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제27차 미 대사관 반미연대집회를 갖고 아파트 건설 추진 백지화와 용산 미군기지 전면반환을 본격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 11월24일 출범한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준비위원회(김종일 준비위원장) 역시 오는 22일과 29일 용산 주민 반미 한마당과 시민대회를 각각 개최해 용산 미군기지 반환운동에 불을 당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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