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그린 '만화에 대한 변명'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

등록 2001.12.17 10:56수정 2001.12.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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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분의 벽화, 비행기 좌석의 비상탈출 설명서, 중세의 두루말이 서사화, 인터넷 플래시 엽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선구적 만화가 스콧 맥클라우드의 견해를 따르자면 이들은 모두 '만화'이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가장 유서깊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수단인 만화가 문자의 위세에 밀려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스콧 맥클라우드는 1993년작 <만화의 이해>에서 만화의 복권을 시도하고 있다. 215페이지에 이르는 그의 만화책을 모두 읽고 난 기자는 그의 시도가 멋진 성공을 거두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20세기 들어 하류문화로 홀대받고 있는 만화에 덮힌 온갖 오해와 질시의 더께를 벗겨낸 뒤 다음과 같이 만화를 다시 정의한다.

'만화는 순차예술(Sequential Art)이다.'

그에 따르면 만화는 시간과 공간이 한번에 뒤섞인 순차적 진행과정(Sequential Progress)이다. 컷과 컷 사이의 여백에서 독자의 머리속에 숨겨진 제 3의 상상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만화는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정의에 따라 인류의 문화사를 돌아 보면 고대 이집트의 벽화로부터 인터넷 웹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의식하거나 혹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화적 커뮤니케이션을 끊임없이 차용해 왔다.


총 9개 장으로 이루어진 <만화의 이해>에서 스콧 맥클라우드는 이외에도 각종 아이콘과 말풍선의 사용법, 시·공간의 진행방식, 일본만화와 서양만화의 차이등 만화에 얽힌 갖가지 주제를 재치있게 풀어나간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이해>를 쓸 때는 전업 만화가와 만화독자층을 염두에 두었지만 정작 가장 열렬한 독자들은 웹디자이너와 인터넷 비즈니스 종사자들이었다고 한다. 21세기 매체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만화가 가진 무궁한 잠재력이 끊임없이 재발견되고 있다는 증거인 셈.


<만화의 이해>를 모두 읽은 독자들은 다시는 '만화'를 우습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인류의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만화의 영구적 지위를 재확인 하리라 믿는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의 이해>에 쏟아진 격찬을 발판으로 삼아 최근에는 <만화의 미래>라는 후속편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혁신적 만화기법을 소개하고 새로운 유통방식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가 실험중인 새로운 만화 기법을 직접 맛보고 싶은 독자들은 작가의 홈페이지(www.scottmccloud.com)를 찾으면 3M가 넘는 그의 '마천루 만화'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작가와의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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