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국? 침략자 미국?

<미국여행기 1>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미국으로의 여행

등록 2002.01.01 10:03수정 2002.01.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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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가 참 궁금했다. 대학새내기 시절에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라는 책을 접하면서, 자애롭게만 인식되던 미국에 대한 혼란스러움은 시작됐다. 왜 米國에서 美國으로 변한 것일까? 아름다운 나라 아메리카에 대한 한국사회의 짝사랑과는 달리 이북에서 바라보는 미국은 왜 늘 상 '침략자, 수탈자'의 나라로 인식되는 것일까?

'양키'로 대변되는 깡패국가 미국에 대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열광하고 메이저리그와 NBA에 광적으로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우리들이 현재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운 나라'라는 동경의 대상 미국과 수탈과 침략의 나라 증오의 대상 미국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미국. 미국의 본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번 가보고 싶다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미국'을 경험하는 것이 현실로 돌아왔다. 2000년 10월,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거주하고 있는 누나가 임신을 한 것이다. 홀로 미국 땅에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누나가 아버지에게 "가족들이 애타게 보고싶다"는 그리움을 호소(?)한 것이다. 대학에 다니고 있어서 짧은 시일 내에 비자발급이 손쉬운 내가 누나의 그리움을 달래줄 사람으로 당첨이 되었다.

그리고 두 달 여정의 미국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든 수속준비를 모두 끝내고 작년 12월 27일 오후 8시 20분 대한항공 KE011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10시간 30분간의 비행 끝에 LA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다시 12월 27일 오후 1시 30분이다.

"How long do you stay?"

LA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이민국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거대한 성조기 다섯 개가 심사대 바로 위 천장에 걸려있었다. 입국 심사대에서 나는 이민국 직원들에게 내가 미국에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 입국 전에 9·11테러 직후 미국 이민자들과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심사가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었다.

간단하게 입국목적과 기간만을 물어보던 예전과 달리 학생신분인 나에게 이민국 직원들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추가했다. 9·11테러범들이 유학생비자를 발급 받아서 미국에 입국해서인지 학생들에 대한 질문은 조금 세세했다. 입국목적이 무엇인지, 얼마나 미국에 머무를 것인지를 짧은 영어실력으로 하나씩 설명했다. 나는 내가 살고있는 지역과 대학에 대한 설명도 해야 했고,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 하는지와 앞으로도 다시 한국에 돌아가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했다. 설명은 잘못하더라도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

공항을 빠져 나오자 성조기를 달고 다니는 자동차가 많았고, 성조기 배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아직까지 집 밖에 성조기를 걸어놓은 곳도, 상가마다 성조기를 달아놓은 곳이 많았다. 매형이 타고 다니는 차에도 성조기가 예쁘게 걸려있었다. 매형은 "화가 나있는 미국사람들에게 또 다른 테러를 당하지 않으려고 안전용으로 달고 다닌다"고 전했다.

2001년 12월 26일자 미주판 한국일보에도 특집연말 방담을 통해 "맹목적 애국물결 반이민 무드에 소수계 권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또한 9·11테러 LA코리아타운에서 대형성조기를 들고 한인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추모퍼레이드를 하고, 차에 성조기를 걸고 다니는 것도 "맹목적 애국심의 불똥이 엉뚱하게 이민자 들에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9·11테러와 patriotism

여러 민족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사회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것이 '애국심'과 '스포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포츠는 우리사회도 고질병처럼 보이는 지역간 갈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도구로 축구로 대변되는 '국가대항 스포츠'를 자주 이용한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에는 동과 서가 따로 없기에 서로가 대립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상대편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반대되는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사회에서의 갈등현상은 한국처럼 단순히 지역적 공간을 대표하는 갈등이 아니다. 인종간, 계층간의 갈등이 종종 사회적 문제화되고 있다. LA흑인폭동으로 상대적 피해를 본 것이 한인타운이라는 점이 단적인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지역 스포츠팀을 중심으로 인종간 계층간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LA다저스를 응원하고 LA레이커스를 응원하는데는 모든 인종과 계층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흑백갈등이나 민족간의 빈부격차가 심각해져 흑인과 소수민족, 하층민들의 분노가 폭발한다면 미국은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통합을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미국의 공동체적 단결(혹은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단연 '애국심(patriotism)'에 의존한다. '애국심'도 위기에 처한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단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국심을 이용한 공동체적 단결의 문제는 히틀러가 1930년대 독일경제의 위기를 배타적 민족주의를 통해서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타민족에 대한 탄압이다.

두산 대백과사전에는 애국심을 "근대적 애국심의 의미는 참다운 조국은 서로 대항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가족적으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절대주의국가의 권력에 의하여 조작(操作)되거나 자본주의국가의 내부모순 속에서 이용되면서 침략주의의 성격을 띄게 된다고 정의하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9·11테러 이후 확실한 적도 목표도 없는 적들과의 추악한 전쟁을 거행하면서, 막연하게 미국식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곳곳에 성조기가 물결치고 국가가 불려지는 가운데 장엄하게 치러진 테러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은 철저하게 미국의 국가의식에 따라 거행되었다. 전세계를 향해 '우리 편에 설 것인가, 그들 편에 설 것인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부시정부의 대외정책과 미국식 애국심의 결합이 "국민은 자신의 나라가 진실로 국민을 위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가 되었을 때 또는 그러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발휘하는 애국심"이라는 참된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나의 미국 여행기

나는 2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을 하나라도 좀더 알기 위해 곳곳을 여행할 예정이다. 미국사회를 얼마나 많이 돌아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막연하게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추종과 거부의 편견들을 벗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짜여진 일상에서 잠시 벗어 자애로운 나라, 수탈의 나라에 대한 여행을 맘껏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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