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 보안관제 등 정보보호 분야에서 행자부와 정통부간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올해 공공 프로젝트의 주도권이 누구의 손에 넘어갈지 숨죽이고 있다. 두 부처가 직접 부딪히고 있는 곳은 ▲국가백업센터 ▲전자서명 ▲보안 관제 등이다.
이 가운데 국가 백업센터는 행자부가 한발 양보해서 '정부 통합 전산환경 구축사업' ISP(정보화전략계획)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통부가 주도권을 갖게 됐다. 센터 운영도 한국전산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ISP 결과가 나오면 주관부처 공방이 다시 한 번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가 백업센터와 달리 ▲전자서명 ▲보안 관제 분야에선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보안업체들의 '정부 눈치보기'가 당분간 극심할 전망이다.
전자서명 분야 갈등 심각... 베리서트(Valicert)가 뜬다
공무원 전자서명 관련 정책을 누가 주도하는가가 핫 이슈지만, 근본적인 논란은 국내 전자서명 인증체계에 있다.
정통부는 올해 전자서명 인증서 사용자를 1천만 명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공무원이 앞장서 전자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100만 공무원 전자서명 인증서 갖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통부가 발의한 '전자서명법'의 중앙집중적인 인증체계를 유지하면서, 공무원 전자서명 보급을 늘려가겠다는 것.
반면 행자부는 공무원 전자서명(전자관인)은 행자부가 주도하며, 다른 인증체계와의 연동도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을 최상위 인증기관으로 하는 중앙집중체계가 아닌 브리지CA(공인인증기관간 연동을 위한 에이전트 CA)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자부는 공무원 및 대민 업무의 전자서명 인증과 ·전자지불 등을 주도하기 위해 5년간 940억원을 쏟아부어 ‘행정정보공동이용 활성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전자거래용 전자서명 인증용 필드 ▲정부 고유업무 적용을 위한 전자서명 인증용 필드 등을 담은 IC카드 표준규격을 제정, 공무원 전자서명 표준도 주도하려 하고 있다.
김진호 정보화 총괄담당관실 과장은 “GCC(정부 전산소) 중심의 인증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공무원 전자서명 인증체계는 정통부 전자서명법 체계(한국정보보호진흥원을 루트CA로 하는 전자서명 인증체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브리지CA를 갖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계획이 현실화됨에 따라 관련 업계는 브리지CA 구축 경험이 많은 베리서트(www.valicert.com)와 제휴를 추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공인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100만 공무원에 직접 인증서를 교부하는게 가장 좋은 케이스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인증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라도 따야 할 것”이라며 “베리서트는 외국의 정부부처별(국방부, 상무성 등) 전자서명 인증체계를 연동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유일한 업체여서 이 회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ISAC과 보안 관제도 제각기 진행
정통부는 곧 ISAC(정보공유분석센터) 관련 고시안을 마련하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입법화한 정보통신기반보호법 후속 조치로 ISAC 설립기준 등을 담은 고시안을 만들고 있는 것.
하지만 행자부는 이와 별도로 GISAC(정부정보공유분석센터)과 행정정보망 보안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자부 한 관계자는 “행자부는 5년간 568억원을 투자, 사이버테러 방지 및 행정정보보호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처별로 침입차단·탐지시스템 등 보안시스템을 다단계로 구축하고 주요 정보통신망에 종합관제시스템 구축해서 24시간 시스템 감시체제와 긴급복구체계를 갖추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고속망·지방행정정보망 등에는 정부정보공유분석센터(GISAC)가 구축된다"며 "이같은 내용은 곧 정보화추진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전자서명 분쟁과 달리 행자부의 독자적인 정보보호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막 떠오르는 '온사이트 보안관제시스템' 구축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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