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신비 풀어주는 그리피스 천문대

<미국여행기 3> 퀴즈를 풀면서 즐기는 가족나들이 명소

등록 2002.01.08 10:26수정 2002.01.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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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이틀째 되던 날, LA 시내가 온갖 조명들로 색 옷을 갈아입는 저녁 무렵 그리피스 천문대를 찾았다. 어둠과 조명으로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누나 부부를 졸랐다.

LA로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여행 가이드북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LA 야경사진이 바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찍은 것임을 천문대에 오고 나서야 알았다.

LA 서쪽에는 바다, 동쪽에는 모하비 사막, 북쪽에는 산페르난도 골짜기, 남쪽은 산타아나 산맥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분지다. 또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20층 이상의 고층건물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리피스 공원 중간자락에 위치한 천문대에서도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처럼 넓게 퍼진 LA의 야경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LA북쪽에 위치해 있는 그리피스에서 내다볼 수 없는 남부 해안까지 시원스레 뻗은 버몬트와 웨스턴길을 양 축으로 도로가 배열되어 있다. 잘 조화된 도로의 가로등 불빛들은 마치 거대한 바둑판을 형성하고 있는 듯 보였다. LA야경을 보기 위해 올라간 그리피스 천문대를 다시 방문한 것은 지난 1월 5일이었다. 천문대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달·별·태양·사람 그리고 천문대

그리피스 천문대는 LA북쪽에 위치한 헐리우드 산자락의 그리피스 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해마다 2백만 명 이상이 찾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엘로우 스톤 국립공원과 디즈니랜드와 함께 손꼽는 유명 관광지다. 이번에 방문한 이곳은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1935년에 개관해 66년간 운영되어오던 그리피스 천문대가 현대식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1월 7일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일시폐쇄에 들어가서인지, 개관 마감시간인 늦은 10시가 다 되어서도 그리피스 천문대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시(市에)서 운영하는 그리피스 천문대는 그리피스(1852~1919) 대령이 1895년에 지금의 그리피스 공원부지와 금광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시에 기증한 후, 그가 죽은 지 16년이 지난 1935년에야 완성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그리피스는 이 부지를 시에 기증하면서 "시민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는 다소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35년 개관 이후 천문대는 비영리 목적의 천체 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만 천문대의 외형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반원형 모양의 돔 가운데, 가장 큰 중앙 돔인 레이저쇼 극장은 다양한 볼거리를 부가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유료입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찾은 1월 5일 토요일 저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천문대 광장너머 주차장 부근까지 줄을 서며, 마지막 주말 레이저 쇼를 만끽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그리피스 천문대를 운영하는 목적이 근대과학을 친숙하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데 있어서인지, 천문대로 들어가는 광장 앞에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 등 근대천체 과학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6명을 조각한 기념탑이 자리잡고 있다. 광장 옆에는 과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임스 딘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유 없는 반항을 그리피스 공원에서 촬영해 그리피스 천문대를 유명하게 만들어줘서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천문대 정문을 들어서면 중앙 원형 홀(main rotunda)에 있는 푸고 진자(Foucault Pendulum)를 중심으로 남쪽 홀(South Gallery), 동쪽 홀(East rotunda), 서쪽 홀(West rotunda)로 크게 나뉜다. 이 홀들은 천문에 밖에서 보이는 각각의 돔이 위치해 있는 아래 부분이다.


중앙 라운지에 있는 푸코 진자는 지구자전의 힘으로 움직인다. 지구가 조금씩 자전을 하면서 그 움직임의 힘이 진자의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진자 위에 펼쳐진 그림들은 위고 벽화(Hugo Ballin mural)인데, 이것들은 중세 이후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려놓은 것이다. 이 그림들은 과학에 관한 작은 책자와 같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중앙 홀에서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동쪽 홀은 달과 지구에 관한 원리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각종 모형들을 통해서 지구와 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한 원리에 대한 설명과 실제크기 1/5 규모의 허블 천체 망원경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찍은 태양계 행성 및 각종 별들과 은하계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식별하는 방법들을 지역적 특색(남극, 사막,등)에 맞게끔 구별해 놓고 있었다.

서쪽 홀에서는 태양의 표면을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천체의 빛을 일정한 방향으로 보내는 방식인 'triple-beam coelostat'를 이용해 태양 표면의 모습을 담아내는지를 설명해놓고 있는데, 서쪽 홀 위의 돔에 있는 태양천체망원경이 이런 방식으로 태양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그리피스 천문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전 사진들과 함께 전시해 놓고 있었다.

재미로 배우는 우주 그리고 과학

천문대가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생각해봤다. 해마다 2백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뭘까? 미국 젊은이들의 반항정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알려진 제임스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촬영 장소가 바로 그리피스 천문대 주변이어서일까? 물론 천문대측은 제임스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동상까지 세워놓기는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이유는 쉽게 과학을 접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만 두 번(한번은 관광을 하기 위해, 두 번째는 이곳을 취재하려는 목적으로) 그리피스 천문대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는 가족끼리 각 전시물에 나와 있는 과학정보를 퀴즈를 풀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방문에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가족이 있었다. 그들은 동쪽 홀에 있는 아즈텍(유럽의 신대륙침탈이 있기 전까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번성했던 문명이다)달력 전시물 앞에서 한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부모들이 함께 온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달력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지구 자전과 태양계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모습, 부부끼리 연인끼리 별자리 전시물 앞에서 퀴즈를 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들은 과학을 즐기면서 쉽게 접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한국에도 천문대가 있기는 하나 워낙에 오지에 있는 터라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이에 반해, LA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는 천체우주와 과학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학습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여기에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오색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로스앤젤레스 밤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보너스까지 맛볼 수 있으니 자연스레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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