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의 대표주자 <블러> (1)

<김기영의 음악파일 14> 브리티시 모던락 스페셜

등록 2002.01.13 03:02수정 2002.01.14 22:06
0
원고료로 응원
비틀즈 이후 영국 출신 록밴드들의 음악적 성향은 실로 다양하게 퍼져나갔다. 특히 7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DIY (Do It Yourself), 즉 상업성에 반기를 든 펑크락의 열풍은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실험 음악의 잉태와 더불어 인디(Indie) 씬이 형성되는 역할을 하였다. 8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린 스미스(The Smith)는 영국 인디 씬의 대표적 밴드이기도 하다. (스미스에 대해서는 차후에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필자가 맨 처음으로 다루는 블러(blur) 역시 이러한 인디 씬의 물결 속에 생겨난 수많은 밴드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80년대 말, 스미스(The Smith)풍의 멜로디와 댄스 리듬을 접목하며 배기(Baggy: 이펙트 페달과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래가 특징으로 사운드나 보컬의 여운이 오래 지속된다)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스톤로지스, 샬라탄스의 뒤를 잇는 후발주자 정도로만 취급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먼 알반(Damon Alban 보컬, 키보드), 그래엄 콕슨(Graham Coxon 기타, 색소폰), 알렉스 제임스(Alex James 베이스), 데이브 로운트리(Dave Rowntree 드럼)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 블러에게는 여타 밴드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숨어 있다.

이들은 데뷔 시절의 기타 팝 사운드에서 탈피, 점차 노이즈 락(Noise Rock)에 가까운 성향을 추구하며 스스로 브릿팝의 틀을 깨는 시도를 감행, 단순히 브릿팝의 범주 안에만 묶을 수 없는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였다.(브릿팝: 비틀즈로부터 영향받은 기타 사운드와 보컬 멜로디를 추구하는 복고적인 형태의 음악적 스타일)

데뷔앨범 [Leisure] (’91), 2집 [Modern life is rubbish]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브릿팝 밴드 중의 한 팀으로 인식되던 블러는 영국 청년과 서민들의 정서를 다룬 3집 [Parklife] (’94)를 통해 영국 최고의 밴드,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

이어 이들은 전작의 연장선상인 95년 4집 [Great Escape]을 내놓으나 갤러거 형제가 이끄는 맨체스터 출신 밴드 오아시스의 등장과 여기에 따른 언론의 대결구도 조장, 미국시장 진출 실패 등이 맞물리며 심한 좌절감을 겪게 된다.

이러한 시련은 블러의 음악에 급진적인 변화를 주게 되며 97년 셀프 타이틀 앨범인 5집 [Blur]에서 미국판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미국 인디 씬의 대표적 밴드인 소닉 유스, 페이브먼트의 분위기가 물씬한 [Blur]에서 블러는 ‘Song2’ ‘M.O.R’을 통해 여지껏 접하기 힘들었던 어둡고 헤비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탈 브릿팝’으로 음악적 노선을 전환한다. 이즈음 블러의 리더인 데이먼 알반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며 더 이상 자신들은 브릿팝 밴드가 아님을 선언하였다.

"이제 브릿팝은 죽었다. 이미 몇 년 전에 브릿팝은 소멸했다. 비틀즈의 음악은 당시에 실험적이고 흥겨우며 재미있는 음악으로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 음악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이를 뒤늦게 깨닫고 있지만 이미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척 실망스러운 상태이다."


99년 발표한 6집 [13]은 전작보다도 한층 심화된 노이즈 사운드, 거친 기타리프에 가스펠적인 요소(Tender)까지 아우르며 데뷔 시절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의 블러로 변모하였다.

평론가들은 블러의 [13]을 두고 ‘21세기 록’이라 칭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00년 그 동안 자신들의 음악을 총결산하는 두 장짜리 베스트 앨범을 발매한 이후 현재 새 앨범 작업에 몰두해 있는 블러. 우리는 이제 블러의 정규앨범 하나 하나를 집중 분석해가며 밴드 결성에서 오늘날까지의 음악여정을 되돌아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