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서커스단의 서산 유언비어 해프닝

등록 2002.01.22 15:21수정 2002.01.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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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해 서산시청이 새해 벽두부터 곤욕을 치를 뻔 했다. 침체된 국내 서커스인들이 와전된 소문 때문에 흥분하여 서산시청을 성토하는 촌극(?)이 벌어졌으나, 21일 관련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단순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이번 해프닝은 지난 20일 "서커스 곡예사들이 서산 시청에 집단 항의를 하러 간다"는 소문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한국곡예협회 소속의 3개 서커스단이 모두 참여하여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상황에 따라 천막농성에 돌입한다"며 각 언론사 홈페지에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 앞 1인 시위도 불사한다"는 극단적인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


소문의 발단은 서산시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동춘서커스 관계자가 서산시를 방문했는데, 서산시 관계자가 동춘서커스를 지칭하며 약장사를 운운했다는 것이다.

이에 동춘 관계자는 "우리는 70년 된 동춘서커스단이고, 문광부의 지원을 받는 공인된 문화단체라며 서류까지 보여주면서 소개 했는데도, 서산시 관계자가 '평양교예단'이라면 모를까 약장사 같은 서커스단에는 장소 사용을 불허한다"고 폄하했다는 것이다.

이에 격분한 국내 서커스단 곡예사들은 "평양교예단은 북한 당국의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했고, 국내 서커스는 부평초처럼 서민의 애환과 함께 살아왔는데, 적극지원을 해야 할 관계자들이 오히려 국내 서커스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문의 진원지였던 서산시청 관계자와 동춘서커스단의 박춘삼 전무는 21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사실무근"이라며 "아직 '가설건축물축소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일부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밝혀 자칫 감정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태가 근거도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서산시청의 박경구 건축과장은 "'동춘서커스단'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모르긴해도 '가설건축물축조신고'는 일반 야시장들도 같은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정작 서커스가 선의의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며 서산시청 건축과 공무원의 발언과 관련, 터무니 없는 소문 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해프닝의 이면에는 국내 서커스의 침체로 인한 애환이 서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서커스인들이 그 만큼 예민해졌다는 반증인 것이다.

지난 70년대 TV가 출현하면서부터 사양길을 걸어 온 국내 서커스는
1980년 12월 1일 컬러방송이 시작되면서 국내 서커스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30여 개 였던 단체가 5개 만이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는데, 그나마 한국곡예예술단(2000년)과 비룡서커스단(2001년)이 경영난으로 연이어 문을 닫아 국내 서커스는 스스로 일어나기는 역부족이라는게 국내 서커스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이후, 나름대로 정부의 혜택을 기대했던 한국 서커스는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상대적인 열세를 절감하며 오히려 사기가 떨어져, 현재의 추세라면 남은 '동춘', '대우', '천광서커스단' 등의 3개 단체도 조만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젠 국내 서커스도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작년 한 해 만도 공연 중, 또는 작업 중에 사망한 곡예사도 있고 부상자도 10여 명이나 된다.

위험 천만한 스릴을 위주로 한 재주만을 고집하지 말고 외국처럼 코믹하고 화려한 재주를 도입해야 한다. 향수도 좋지만, 시대의 흐름을 외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동춘이 국제부를 만들어 중국팀을 영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올해 초에 모서커단에 있던 우수 여자 곡예사들이 무더기로 은퇴하는 현상 일어난 것은 국내 서커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 좋은 예이다.

정부의 지원도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제는 서커스단 스스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야 한다. 언감생심, 기자가 부제로 달았던 '평양교예단의 맞수'라는 표현도 미래의 희망을 논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길게 넓게 뜻을 정해야 하고, 또 그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해야하는 작은 것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서커스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커스를 떠났던 곡예사들이 스스로 되돌아 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난으로 할 수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정부를 탓 한다면 어폐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늘 요구만 듣는 입장이 되지말고 현장에 직접 나가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그마나 남은 3개의 서커스가 있을 때 말이다.

한편 서산시 씨름협회의 이정화 회장은 "동춘서커스단이 서산에서 공연 한다니, 옛 생각이 난다"면서 "씨름도 우리 것이지만, 서커스의 외줄타기도 우리 것이 아니냐"고 반겼다.

김운환(57 서산 성림동) 씨도 "약장사 같은 쇼만 구경만 했는데, 70년 전통의 동춘서커스가 우리 고장 서산에 들어오냐"며 어릴적 추억을 늘어 놓았다.

덧붙이는 글 | 서커스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아직까지도 처량하다는 선입감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보다 밝은 면을 조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는 쪽으로 조명하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서커스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아직까지도 처량하다는 선입감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보다 밝은 면을 조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는 쪽으로 조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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