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거부운동 이제 시작이다

등록 2002.01.23 17:33수정 2002.01.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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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운동에 불을 당긴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는 이 운동의 본질적 의미를 '한국형 파시즘과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대항'이라고 정의내리면서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빅3가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함으로써 빚어지는 '여론민주주의의 재앙'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즉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거시적 차원의 언론개혁 목표는 작게는 호남매일이 임오년 새해 벽두부터 자율적 언론개혁 일환으로 시작한 '촌지거부운동'과 '촌지수수자 실명공개'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촌지거부운동의 핵심은 '성역과 금기없는 비판을 하겠다'는 것으로 진정한 편집권 독립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며 신문사 난립으로 인해 독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에 다름아니다.

현재 광주전남지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임동욱 교수(광주대 신문방송학과)는 '소유구조' 해결이야말로 이 지역 언론개혁의 요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유구조 독립없이 편집권의 독립은 불가능하고 기자의 자율성과 자정선언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남매일의 촌지수수거부운동은 기자협회 가입을 위한 '깜짝쇼', '비주류의 떼쓰기'나 선명성을 부각시켜 튀어보자는 '신생사의 홍보 전략' 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뉴스통과 시민의 소리 등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두차례에 걸친 촌지수수자 실명공개를 통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물론 갓 1년을 넘긴 신생사로서 풀어가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주식회사인 언론사의 이윤추구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적 기능을 담보해야하는 일을 현재와 같은 신문시장과 구조하에서 이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촌지수수거부운동'반발은 '앵벌이 기자'웅변에 다름 아니다


"광주의 지역신문은 한 마디로 이대로 방치하면 퇴행상태가 고착되어 버리는 '굶주린 개'(starving dog)이다."

이 말은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 문병훈 정책위원장이 아사 직전의 지방신문의 현실을 꼬집어 내린 정의이다. 재무재표상 엄청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폐간되지 않고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에대해 문 위원장은 "신문을 독자에게 파는 판매방식에 있지 않고 지역의 경제력있는 기득권층에 협박과 안전을 파는 판매방식에 있다"고 주장한다. 철저히 자율적 시장 경제의 논리나 경쟁적 상품판매 논리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문시장의 기생적 토양에서 촌지수수거부같은 자정선언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존사들은 불편한 입장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선뜻 따라나설 수도 없는 입장일 것이다. 다만 '저의'와 '의도'에만 집착해 깜짝쇼따위로 매도만 일삼아 자기합리화에만 급급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7일 신임 광주 남부경찰서장이 식사비로 기자단에 건넨 20만원과 관련해 촌지수수자 명단을 호남매일 공개했을 때 기자단의 간사는 폭언과 본지 기자의 기자실 출입까지 하지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러한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기자들 사이에서는 "고작 20만원가지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였다.

결국 기생적 토양에서 알게 모르게 길들어진 기자들이 뚜렷한 윤리기준없이 기자생활을 해 온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지방신문의 슬프고도 우울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촌지수수에 대한 반발은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모두 자신들을 '앵벌이 기자'로 웅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언론인 품위유지로 관행적으로 허용되온 촌지는 또다른 음성적 거래를 재생산하고 고스란히 알권리에 봉사할 언론의 제기능을 아예 포기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을뿐이다.

전남도청의 신선한 변화에 주목해야

허경만 전남도 도지사는 호남매일의 촌지거부운동과 발맞춰 새해부터 도정보고회때 일체 촌지전달과 향응을 금지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실제 도내 시, 군의 공보담당자들은 이번 도정보고회에서는 촌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변화를 실감케해주고 있다.

촌지를 지급하지않는 도정보고회장은 예년에 비해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도청 출입기자들은 말한다. 북적북적하던 보고회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영양가없는 곳을 취재하는 것이 얼마나 맥빠지는 일인가.

전남도는 또한 전남도보인 '예향'신문을 예년과 달리 공개입찰을 통해 인쇄제작을 맡기는 결정을 해 올해는 중소 인쇄업체가 수주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독점적으로 수주를 해온 지역내 일등신문을 자임하는 ㄱ일보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지역 인쇄업계는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전남도청의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도내 지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앞에 닥친 구정을 맞아 홍보담당자들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 관행대로 촌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 기업 홍보팀들도 고무적이다. 이번 기회에 기자단을 통한 불공정한 광고게재와 촌지지급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 사회가 앞으로 더 이상 부도덕한 일부 기자들에게 이끌리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이며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올 한해는 어느 해보다 지방신문과 시민사회단체간의 갈등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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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창간 첫 잉걸기사를 작성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호남매일 정치부 국회출입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저는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비평과 자치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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