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폐쇄하자고 해 불편하십니까?"

호남매일, '촌지 안받기' '기자실 폐쇄' 앞장

등록 2001.12.31 14:13수정 2002.01.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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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 일간지 <호남매일>이 최근 사고를 통해 '촌지 안받기' 운동의 전개와 함께 지면을 통해 '기자실 개혁'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촌지, 기자실 개혁문제는 지역의 시민단체와 공직협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일간지가 공개적으로 자성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매일은 정부의 언론개혁에 동참하고 지금까지 언론계에 독버섯처럼 뿌리내린 촌지수수라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는다는 차원에서 오는 1월 1일을 기해 기사와 관련 취재원으로부터의 어떠한 향응이나 금품도 수수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 <호남매일>은 사고를 통해 자사 '촌지거부운동'뿐 아니라 감시자 역할도 천명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 19일 <호남매일>의 임직원 9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언론개혁 차원에서 전체 사원이 촌지 거부운동을 전개한다'는 결의대회를 갖고 '자사는 물론 타신문사 사원의 촌지수수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모았다.

<호남매일>은 자체 결의대회뿐 아니라 '촌지거부 운동전개'를 사고(社告)를 통해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사고를 통해 "본사뿐만 아니라 타사에 한해서도 촌지 수수 사례를 적발시 제공자와 받는자 모두를 지상에 공개하는 등 촌지 추방운동에 총력을 경주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원들, 촌지 수수땐 자진퇴사키로

촌지거부 운동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자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촌지·선물을 주거나 받는 사람을 공개하는 데 앞장서며, 어떤 이유로든 촌지·선물을 받을 때는 자진 사퇴"하고 “촌지·선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지상에 공개해도 민·형사상 어떤 이유도 제기치 않겠다"는 각서를 개인별로 작성해 제출했다.

이번에 <호남매일>이 제정한 '기자윤리강령’은 △공정보도를 침해하는 어떤 외압에도 결연히 맞서며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기사와 관련한 어떠한 향응과 금품수수도 거부한다 등으로 이뤄졌다.

<호남매일>은 자사 편집국을 '촌지수수사례 신고 접수처'로 마련하고 자사 사원들은 물론 타신문사 사원들의 촌지수수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촌지거부운동을 주도한 김병우 호남매일 정치경제부장은 "91년 <빛고을신문>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운동을 전개한 신문들은 폐간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제는 사회가 변화된 상황에서 언론개혁은 언론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 실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재기자들이 약간의 반대의견이 많았다"면서 "논의 과정에서 경영자가 '촌지를 받지 않고 거부운동에 동참하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 촌지를 대신하는 판공비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촌지거부에 대해 <호남매일>은 광주전남지역 시·군·구의 각 기관에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같잖은 신문이 기자실 폐쇄하자고 해 불편하십니까?"

▲ 기자실 폐쇄를 요구하는 연재
ⓒ 오마이뉴스 강성관
촌지거부 운동과 함께 <호남매일>은 '기자실 폐쇄'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호남매일>은 " '같잖은 신문이 기자실 폐쇄하자고 해 불편하십니까?' 불편하시다면 그냥 불편하십시오. 설령 '발목잡기'를 해도 저희는 어쩔 수 없습니다"며 기자실 운영에 대한 문제를 연재하고 있다.

<호남매일>은 이 연재를 통해 최근 인천시 부평구청공무원협의회의 기자실 강제폐쇄 등 소개하면서 기자실의 배타적 운영과 함께 광주지역 기자실 실태를 비판적으로 소개하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만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8일에는 "기자협회라는 임의단체인 ‘친목 단체’가 성격도 불분명히 한 상태에서 정보와 광고를 독점하는 배타적 행위는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취재원과 동거동락하는 밀월행위로 비쳐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기자협회라는 단체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호남매일>의 촌지거부운동과 기자실 폐쇄 운동에 대해 MBC미디어비평 등 중앙언론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지만 지역의 언론은 철저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우 부장은 "예상했던 일이다"면서 "이런 운동은 지역 언론이 발을 맞춰야 하는데 그 동안 관습처럼 해 왔던 행태로 자기 살을 도려내지 못하면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 " 언론계 내부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다'고 말하지만 동참하는 것은 꺼려하고 있다"며 "더욱 아쉬운 것은 시민사회단체가 왜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호남매일>의 촌지거부운동과 기자실 폐쇄 운동에 대해 지역언론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촌지수수사례에 대해 실명으로 공개하게 되면 파장이 다를 것이다"고 김병우 부장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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