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항의서한 전달하러 갔는데"

지난 22일 전국민중연대 및 시민단체 회원들 경찰과 대치

등록 2002.02.22 16:46수정 2002.02.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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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시 방한 기간 중에 일어난 부시 방한 반대 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청을 방문한 전국민중연대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또 다시 경찰에 의해 진압됐다.

22일 오전 10시 50분 경 경찰청 앞에는 수십 명의 경찰들로 붐볐고, 사복을 입은 경찰 간부들도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었다. 경찰 간부는 전경들에게 항의방문 하러온 사람들 있으면 나에게 말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 경찰청 앞은 부산했다.

시위 시간에 앞서 경찰청 앞에 도착한 전국민중연대 장대현 사무총장은 경찰들에 의해 둘러싸였고 그 과정에서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들은 장 씨에게 "민원실에 가서 접수부터 하라고 종용"했고 장 씨는 이에 대해 "민원은 억울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나는 항의를 하기 위해 왔다"며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다.

장 씨를 비롯한 시위대 10여 명이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자 경찰들은 이들을 민원실 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민원실로 가라."
"안 간다. 왜 서 있는 사람을 저리가라 마라 하느냐. 밀지 마."
"하나 둘 하나 둘…계속 밀어."

경찰 간부의 구호와 손짓에 따라 움직이는 경찰들에 의해 민원실 앞에서 시위 준비를 하던 시위대들은 또 다시 밀려났다.

경찰들의 일방적인 진압에 밀린 시위대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몽둥이와 방패로 공격하여 집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되었습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에 대해 경찰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당신들은 지금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해산하십시오. 해산을 하지 않을 시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경찰의 방해로 파행적으로 진행된 항의 시위에서는 경찰에 대한 강력한 비난이 쏟아졌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소속 김숙임 씨는 "20일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이 몽둥이와 방패로 시위하는 사람들을 때리고 돌과 유리병을 던져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저희 단체 이김연숙 대표는 얼굴이 찢어져 50바늘을 꿰맬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경찰간부는 사과를 하고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민원실로 들어간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과 전국 농민회총연맹 홍번 통일위원장은 항의서한을 다시 가지고 나왔다.

허영구 씨는 "경찰청장이 '안전월드컵을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암동에 갔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안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서 의도적으로 우리를 피하려는 것 같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항의서한은 결국 경찰청장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경찰철 민원실 앞에서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전국민중연대 장대현 사무총장은 "오늘 신문광고를 내서 부시방한 시위 도중 다친 분의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으며, 비디오와 자료 사진 등을 구해서 피해 상황을 종합한 뒤 책임 있는 사람(종로경찰서장, 동대문경찰서장, 경찰청장…)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를 할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이날 시위를 위해 가지고 온 피켓은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경찰에 의해 압수되었고, 경찰에 의해 점령된 도로를 통행하는 시민들은 경찰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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