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에 대한 박혜경의 잔잔한 소품

<김기영의 음악파일 17> 박혜경의 세 번째 앨범 [feel me]

등록 2002.02.23 22:33수정 2002.02.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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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국내 여성 뮤지션은 김윤아, 박기영, 그리고 이번에 다루는 박혜경이다. 최근 몇 달 간격으로 앨범을 발표한 이들을 비교해 보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우림의 리더이기도 한 김윤아의 경우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을 통해 자우림 때와는 달리 한층 관조적이며 정적인 색깔을 보여줬으며, 박기영 역시 4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로커의 이미지를 탈피, 대중적인 발라드 가수로서의 변신을 시도하였다. 반면 박혜경의 경우 줄곧 고수해 온 모던락의 틀을 유지하면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미성과 탁성을 조화시키는 보컬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박혜경의 세 번째 정규앨범 [Feel me]의 주 테마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상념이다. 이재학, 강현민, 이상훈, 박지원 등이 참여한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더더(The The)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청아한 음색으로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 내고 있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아침 창밖에’는 아침에 눈을 뜨며 시작하는 하루의 일상을 어쿠스틱 피아노 선율에 맞춰 들려주는 곡으로 본작의 키워드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지는 'Feel me’는 지금까지의 박혜경 음악 가운데 가장 여성스러운 곡이라 할 정도로 부드러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본작의 첫 번째 싱글인 'rain’을 들어보자.

잔잔한 리듬감을 깔고 있는 이 곡에서 그녀는 이별에 대한 절절한 슬픔을 담아내며 컨셉트 구성을 이루고 있는 본작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프렌치팝 색채를 짙게 띄고 있는 '빨간 운동화’, 임현정의 곡을 리메이크한 ‘이별’, 다소 파격적인 트랙으로 본작에서 가장 하드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Losing’ 역시 이번 작품에서 짚어 볼 만한 트랙이다. 마지막 트랙 '일기장이 해주는 말’에서 그녀는 팬들에게 조용히 속삭이듯이 노래하며 앨범의 끝을 마무리한다.

박혜경의 이번 앨범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둘 수 있다. 첫째는 박혜경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적 정체성을 대중에게 재확인시켰다는 점이며 둘째는 국내에서 철저히 비주류 취급을 받고 있는 록음악의 주류 진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상기시켰다는 점이다.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음악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녀의 3집 [Feel me]는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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