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가 시장후보 경선에 파장

송재구 전 목포시장 규사광권 반환 촉구

등록 2002.03.03 23:45수정 2002.03.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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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장을 지낸 송재구(현 중앙인사위원) 씨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규사광권 매각문제가 민주목포지구당 시장후보 선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발행된 송 씨의 '전남부국론'은 목포시장과 여수시장, 전남부지사, 광주부시장 등 30여 년 동안 몸 담아온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전남의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목포권과 광양만권 국제자유도시 건설 등 '전남을 발전시켜 나라를 키우자'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발행되자 목포에서부터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책 내용 가운데 송 씨가 목포시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89년에 재정수익 확보차원에서 어렵게 획득한 규사(바다모래)광권을 후임 시장이 민간에게 매각해 버렸다는 내용이다. 당시 목포시 소유로 따낸 규사광권은 엄청난 매장량과 성분면에서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양질의 바다모래였다고 송 씨는 언급하고 있다.

목포시 아닌 민간업자면 불허했을 것

하지만 해남화원반도 인근 선박항로에 위치해 있어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광권허가를 내주는데 난색을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송재구 시장은 광업진흥청과 목포지방해운항만청(현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등을 수 차례 찾아가 목포시의 어려운 재정난 타개 차원에서 허가 해줄 것을 설득해 성사시켰다고 한다.

그는 당시 목포시 간부공무원들에게 "이 규사광구는 도깨비 방망이와 마찬가지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팔아서는 안 된다"며 신신당부 할 만큼 관심을 가졌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러나 목포시가 91년 이 광권을 시 담당공무원의 친인척인 민간업자에게 3억9000만 원에 매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됐다'고 한탄하며 지금이라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씨의 이런 주장이 알려지자 민주당목포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반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광권을 매각할 당시 김흥래 전 행자부 차관이 목포시장(91년)으로 있던 시기였다. 지난 해 10월 김 전 차관이 시장후보 경선에 뛰어들자 그렇지 않아도 김홍일 위원장의 사전낙점설 등으로 경계의 눈빛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에게는 광권매각이 공격의 호재로 작용했다.

이미 지난 해 말부터 광권매각 등 자신을 비방하는 괴문서 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김 전 차관 진영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나머지 권이담, 전태홍, 이상열, 이완식, 배광언, 이광래, 최기동 예비후보들은 포문을 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민재산을 팔아먹은 인물은 목포시장이 될 수 없다'며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광권매각 경위는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문제 없었다'

김흥래 전 차관은 송 씨의 저서 내용으로 광권매각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자,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규사광권을 놓고 ▲시에서 직접 운영 ▲민간에 위탁 운영▲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시에서 직영을 하거나 민간위탁 할 경우 바다모래 불법유출 등 공무원들의 비리 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부작용과 판매수익이 시 재정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분석 때문에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10년 넘게 잠잠했던 사안을 이제 와서 제기하는 것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의도라고 맞받아 쳤다.

이처럼 11년 전에 있었던 규사광권 매각문제가 송재구 씨에 의해 공식 제기되면서 민주당 목포시장후보 공천경쟁에서 큰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원장 낙점설과 불공정 경선 시비가 계속되고 있어 이 문제는 시장 후보 경선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일 의원 일부주자에 '경선 포기' 종용

지난 달 20일 있었던 지구당 대의원 대회를 어수선하게 치른 민주당목포지구당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개최된 대의원 대회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홍일 위원장은 지난 달 20일 밤과 이튿날 아침에 걸쳐 미국에서 직접 몇몇 시장 예비후보들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기동 시의회 의장 등 일부 예비후보들에게는 김 위원장이 '당을 위해 후보 사퇴를 종용'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8명에 이르고 있는 주자들이 수적으로도 많은 것도 문제이지만 과열경쟁과 함께 상호 난타전이 계속 될 경우 오는 6월 본선에서 '결코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권력형비리 사건으로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심이 좋지 않는 가운데 상처투성이 민주당 시장후보가 나선 6월 선거 결과는 비관적이라는 우려가 압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사퇴종용 전화를 받았던 최기동 시의회 의장은 경선 불참의 뜻을 밝혔다. 최 의장은 위원장의 지시도 당명이기 때문에게 "당명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홍일 위원장이 자신에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입장과 '지역 분위기'를 직접 설명할 작정이었지만 이마져 무산됐다.

최 의장은 지난 1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김홍일 의원 서울 사무실 관계자로부터 "위원장님이 누가 오더라도 만나주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면회거절로 미국행을 포기한 최 의장은 현재 위원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목포지구당 분위기를 지적했다.

지난 달 설을 전후해 신병 치료 차 미국에 있는 김홍일 위원장을 만나러 지구당 최정선 고문이 갔다온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특히 지구당 당직자가 아닌 한 지역인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두고 시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송 씨 광권 자진반환은 '양심의 문제'

한편 목포시장 재임시절 규사광권을 어렵게 따낸 송재구 씨는 지난 달 28일 목포에 내려와서도 "의혹 속에 매각됐던 광권은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당시 선박들의 항로상에 위치해 있는 노른자위 광권을 목포시 소유로 따내기 위해 목포지방항만청장을 두 차례나 직접 찾아가 설득시켰다고 한다.

만약 목포시라는 행정기관이 아닌 민간업자가 사업권을 신청했다면 관계당국에서 허가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이라도 광권을 매입했던 사업자는 목포시에 스스로 반환해야 할 것이라며 양심에 기대하고 있다.

광권 매각 사실을 뒤늦게 접한 송 씨는 행남사 김준형 회장에게도 "지역상공인들이 기금을 모아서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 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천주교 정의구현목포연합이 마련한 '송재구의 전남부국론' 저자와 대화 행사 참석 차 목포에 온 그는 지난 90년 목포시장 재임당시 부하직원들의 뇌물사건으로 시장자리에서 물러날 때 목포시민들이 폈던 자신의 구명운동에 대해 "눈감을 때까지 은혜를 갚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당시 시민들이 서명했던 자료를 가보로 보관하고 있다는 송 씨는 "약자 편에서 거짓없이 행정을 편 것이 구명운동의 계기가 됐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 그는 오는 6월 전남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지난 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국민회의 전남도지사 후보경선에 뛰어들어 결국 실패하긴 했으나, 관록의 허경만 지사와 경선에서 대의원들로부터 35%라는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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