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과 언론보도

노동자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3대 축-정권, 언론, 국민

등록 2002.03.05 14:06수정 2002.03.05 16:07
0
원고료로 응원
봄이 오는 문턱에서 철도, 지하철, 발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거나 진행 중에 있다. 민영화, 근로조건, 해고 노동자 복직 등이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주요 쟁점사항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러한 방식의 노동자 파업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었고, 설사 부분적인 움직임만 보여도 독재정권과 그 나팔수들인 언론매체에 의해서 빨갱이 취급을 받았고, 혹독한 고문이나 처벌이 가해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 잣대에 묶인 국민들

작금의 노동자 파업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문제삼아야 할 것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련을 가지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의 파업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부분은 파업의 원인과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올바른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 각자는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1∼2개의 인쇄매체를 빼고 대부분의 인쇄매체와 모든 방송매체는 노동자 파업의 문제점 그리고 그것이 국민경제와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악영향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밤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은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시민들이 내뱉는 분노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다. 노동자 파업의 옳고 그름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언론이 할 일은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언론은 노동자 파업의 성격을 처음부터 단정해 버리고, 정부의 목소리를 홍보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은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 파업의 방법은 어떠한 것인지, 노동자 파업에 사용자와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애써 관심을 두지 않은채,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존재들로 부각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노동자 파업은 죄악이어라?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 파업의 진상을 알기 위한 가장 유력한 정보원은 언론매체의 보도물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곧잘 언론이 공급해 주는 정보를 마치 자기 자신이 터득해낸 정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져서 쉽게 일정한 결론에 도달해 버린다.

거기에다 철도와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의 파업의 경우 당장 국민 자신의 발걸음을 묶어 버리거나 더디게 하기 때문에, 노동자 파업에 대한 반감을 쉽게 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 파업과 관련하여 시민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토로하는 말은 군사정권 이후 지금까지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현재의 정권과 극우언론의 대명사 조·중·동은 서로 앙숙의 연을 맺어 오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언론기업인의 자유로 착각하고 덧칠해대는 조·중·동은 거의 모든 면에서 김대중 정권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노동자를 공격하고 노동자 파업을 죄악시하는 작업에서는 조·중·동의 목소리는 현 정권의 목소리와 똑같다. 그 이유는 조·중·동이야말로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쇄매체이기 때문이다.

정권과 (극우언론을 선두로 하는) 언론 그리고 국민이 노동자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편식주의자 언론과 국민, 김대중 정부

노동자들의 감정이 자꾸 치받쳐 오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언론에 요구할 것은 노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말을 매체에 실어 국민에게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공기로서의 언론이 해야 할 본분이고, 그렇게 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 국민을 공동체의 기본가치에로 통합시킬 수 있는 기재가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시점에서 우리가 국민에게 요구할 것은 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보의 편식을 피해 달라는 것이다.

정권 또는 기득권 세력의 나팔수들인 언론이 쏟아내는 정보와 함께 그와 대립하는 노동자들의 정보를 가장 손쉽게 취득하는 방법은 노동자 단체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에 들어가 파업 관련 자료들을 검색해 보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국민은 어느 순간에는 자신도 그렇게 매도당하는 노동자의 위치에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며 본지를 발행하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공동대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며 본지를 발행하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공동대표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