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입을 봉쇄하라"

전북도경, 선전물 빼앗고 폭력 연행에 취재 방해까지

등록 2002.03.19 11:33수정 2002.03.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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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북도경은 전북민중연대회의(대표 문규현, 민중연대) 주최로 열린 '최악의 도정운영, 부패혐의 유종근 지사 규탄대회'에 참가한 10여 명을 연행하고 선전물을 갈취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애초 집회를 계획했던 민중연대는 이날 플래카드 2장과 5개의 구호가 적힌 피켓으로 문규현 대표와 함께 도청 옆 문우당 앞에서 1시에 소규모 선전전으로 진행하려했다.

그러나 1시 10분경 근처에 있던 중부경찰서 소속 형사들과 사복경찰 등 70여 명은 참가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전부 훼손·갈취하더니 불과 5분 사이에 민중연대 문규현 대표, 새만금사업즉각중단전북사람들 신형록 대표, 김제신공항반대투쟁위원회 조상식 사무국장 등 참가자 대부분을 연행했다.

폭력난동 방불케한 과잉대응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 점검차 도경 앞에 도착한 민중연대 소속 민주노총 전북본부 염경석 본부장 등 3명을 추가 연행하는 등 폭력난동을 방불케했다.

전북경찰은 자리에 있던 지역의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입에 담지못할 폭언을 퍼붓고 취재 방해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행사가 공식적인 '집회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집회 혐의가 있어 연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에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발전소매각 거리찬반투표'행사도 신고된 집회가 아니었으나 따로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행사장소에서 집회를 사찰하거나 방해하는 경찰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말이다.

파행도정마저 옹호하는 도경

그동안 지역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이처럼 차량통제가 필요없는 인도상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선전전을 진행할 때 집회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행사를 열어왔다.


전북경찰의 이같은 과잉대응에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경찰폭력을 비난하고 연행자 석방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연행된 10인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풀려났다.

민중연대 김종섭 집행위원장은 "최근 세풍뇌물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유종근지사의 부패혐의는 지사가 직접 뇌물수수했는지 여부를 떠나 200만 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묻고 규탄하고자 했다"고 이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전북도경이 유종근 도지사와 관계된 선전전에 대해 매우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며 "도지사의 도정 공백은 세상이 아는 일인데도 이것마저 막는 것은 정치적으로 유지사를 지켜주려는 의도가 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권 말기 증후군인가

최근 들어 전북경찰의 강제연행과 폭력행사 횟수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의 전주북부경찰서 소속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행위(본지 281호 참조), 지난 7일 민주노총전북본부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사건에 이어 16일의 중부경찰서의 공권력을 남용한 폭력행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민중연대 한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라고 자임하는 정부의 경찰이 주인인 국민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공안정국을 불러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5일‘1인 시위’마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1인시위'는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허하는 현재의집시법에 항의하기 위해 홀로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준형 집행위원장은 "현행 집시법은 위헌적인 독소조항 부분을 개정해야 할판인데 오히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개탄했다.

정부는 집시법 개정을

인권단체들은 집회·시위를 국민의 자유이자 행정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헌법10조는 '국민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라'고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집시법 제 11조에는 국회의사당, 법원, 외국대사관, 대통령 관저 등 100m 이내에는 원천적으로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또한 제 8조에는 둘 이상의 신고가 있으면 뒤에 신고한 집회를 불허한다.

때문에 경찰은 집회도 하지 않는 위장집회의 근거를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위원장은 "이러한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의 법률은 개정되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현행 집시법의 개정을 위해 지역과 전국의 제 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사진제공:정보통신연대INP

덧붙이는 글 사진제공:정보통신연대I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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