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무실 지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마이뉴스가 입주한 세종로 대우빌딩 건물관리사무소를 찾아서

등록 2002.03.30 17:02수정 2002.03.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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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경기도 파주의 전동록 씨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작년 2000년 7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뇌조리 미2사단 캠프하우스 후문 뒤 공장증축 현장에서는 인부들이 남겨둔 철판조각을 정리하던 중, 공장 지붕에서 불과 2~3미터 위를 지나는 2만2900볼트 미군고압선에 철판이 닿아 감전사고를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그는 지금 그 사고 이후로 거의 몸뚱이만 남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기(電氣)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이고 편리한 요소이지만, 단 한 번의 부주의나 사고로 인하여 찰나의 시간에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 여러분들 중에는 '오마이뉴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지하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셨던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위 빌딩 규모가 보통 10층 이상 되는 건물 특히, 지능화 된 인텔리전트빌딩에는 컴퓨터를 통하여 시설 관리요원들이 건물시설관리(전력, 조명, 기계설비)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올해로써 8년째 빌딩자동제어부분의 엔지니어 겸 기술영업맨으로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그 동안 전국에 빌딩자동제어시스템이 도입된 80여 개 빌딩들을 다니며 시스템 셋업에서부터 공사 감리 및 장비 종합시운전, 인수인계 및 운영교육까지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늘 오마이뉴스가 상주해있는 국민카드사옥(세종로 대우빌딩) 지하실이 궁금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기도 하겠구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의 관심이기도하구요, 마침 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시스템과 장치들이 적용된 건물이라 그 궁금증은 더하더군요.


국민카드사 건물은 10여 년이 된 건물입니다.
위 건물은 신천개발주식회사(www.shincheon.co.kr)라는 종합건물관리서비스 업체가 건물을 종합관리하고 있습니다. 1980년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종합건물관리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이지요.

기자는 오랜만에 주말에 짬을 내어 국민카드사 건물 지하로 내려가 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마침, 인근 거래처 빌딩에 일도 있고 해서 일을 마치고 토요일 오후 2시 30분 경, 지하 2층에 있는 관리사무소(소장 노희돈)를 찾았습니다. 마침 소장님은 퇴근하지 않고 계시더군요.

"잘 아시다시피 건물관리는 일종의 기술, 용역 서비스업종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입주사와 입주자들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 보전, 시설보안, 에너지절감(Energy Saving)쪽에 중점을 두고 건물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간혹 어떤 때는 저희 고유의 업무가 아닌 것들에 대한 입주사들의 부탁이 들어오는데, 거절은 잘 못하겠더군요. 허허"

노희돈 소장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건물관리자로서, 빌딩경영관리사 자격증은 물론, 열관리 등 10여 개 가까운 자격증을 가지고 오로지 빌딩종합관리업무에 종사해 온 분이셨습니다.

똑같은 건물 2개 동이 이 있는 국민카드사 건물에는 총 150여 개의 기업들이 입주해있으며, 관리사무소에는 총 106명(시설관리팀 37명, 환경미화팀 38명, 보안경비팀 31명)의 관리인원이 각기 자기의 맡은 분야 업무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건물 지하 5층 전력실에는 특고압인 2만2900볼트의 1차 전압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 특고압의 전압을 VCB(Vacuum Circuit Breaker; 진공차단기) 및 ACB(Air Circuit Breaker; 기중차단기)라는 대형 변압기(變壓器)를 통하여 일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220볼트 전압으로 또한, 엘리베이터 및 각종 펌프에는 380V전압으로 다운시켜 공급하고 있지요.

제가 5년 전쯤에 목격한 전력 사고 중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지방에 있는 회사의 기술교육센터에서 실시하는 수일간의 기술교육과정에 참여하던 중, 아파트 숙소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이었지요. 목표 층인 15층을 누르고 나서 문이 닫히고 11층을 채 올라가지 않은 지점에서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비상 정지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의 전등 및 모든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기종을 막론하고 모든 엘리베이터에 있는 비상벨과 인터폰을 누르고 관리사무소와 연락을 취했지만, '조금만 기다리라'는 응답 뿐, 저를 포함하여 엘리베이터 안의 5명은 30여 분 동안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원인 때문에 일어난 정전사고였습니다. 아파트 주변을 떠도는 소위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지하실에 있는 전력실 내의 동력 고압반 안에 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압변압기가 차단되고 만 것이었습니다. 허허.

국민카드사 건물에는 한전과의 공급 계약전력이 5500Kw, 발전기 총용량이 3500Kw입니다. 이 정도 용량이라면 평상시(수전시)에는 일반 사무실에 사용하는 40와트 형광등을 한꺼번에 11만2500개, 정전 시에는 비상발전기 가동을 통하여 8만7500개를 켤 수 있는 용량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부하가 걸리는 한여름에는 냉방부하(대형 냉동기, 에어컨 등)로 인하여 일일 전력사용량이 무려 17만5000Kwh가 넘습니다. 이 정도면 소비전력 1.4Kw 정도 되는 에너지 1등급 에어컨(30평형) 5208대를 24시간 내내 가동한 전력사용량이 되는 겁니다. 하루 8시간 가동한다면 무려, 1만5625대를 동시에 사용한 용량이 됩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그런데 이거 뭐 기사를 쓰다보니까, 한전 직원도 아니고 '전기를 아껴씁시다'하는 홍보요원같아지네요. 하하.

이제 결론을 맺겠습니다.
국민카드사 건물만 볼 때 냉난방(중앙공급방식)을 위한 대형공기조화기(공조기)만도 각층마다 2대(10마력)씩 50여 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각 사무실에 근무하는 입주자들이 겨울은 따듯하게, 여름철은 시원하게 보낼 수가 있는 것이지요.

제가 하고 있는 빌딩자동제어는 기계설비, 전력설비, 조명설비를 사람의 수동조작이 아닌 컴퓨터 마우스 하나로 건물 시설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설계에서부터 시공, A/S, 컨설팅까지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의 직업병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떤 건물이든지 간에 로비에 들어서면 로비의 실내온도를 저의 신체온도계로 체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제 자랑을 하나 하겠습니다. 외기 온도(기상온도)에 대한 감은 좀 떨어지지만, 실내온도만큼은 아직도 +,- 0.5°C오차 범위 안에서는 맞춥니다.

그 신체온도에 대한 감을 잡고 나서 그 건물의 설비 특히, 공기조화시설과 관리 상황에 대한 대략적인 판단을 합니다. '아, 이 건물은 비교적 잘 되어있구나' 혹은 '형편없구먼'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처음 방문하여 영업하는 사이트에서는 그러한 감이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가령, '이 건물은 어떤 식으로 제안 및 컨설팅을 하면서 기술영업을 펼쳐야하겠구나'. 뭐 이런 식의 영업전술을 짜보는 거지요.

두서없이 쓰다보니, 글이 참 길어졌네요.

앞으로도 최첨단빌딩에서 일어나는 건물관리 및 자동제어 시공에 관한 부분, 영업하다가 겪는 애환 등 저의 전문분야를 될 수 있는 한 독자들께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기사를 써볼까 합니다. 단,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면 말입니다. 하하.

덧붙이는 글 | 거의 1년만에 쓰는 기사군요. 창간되던 2000년도에는 70개 이상의 기사를 올리던 열성기자회원?이었는데... 저의 게으름 탓입니다. 앞으로는, 저만이 쓸 수 있는 빌딩자동제어에 대한 기사들을 써보겠습니다. 관심있는 독자분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다양한 의견들을 기대하면서...

덧붙이는 글 거의 1년만에 쓰는 기사군요. 창간되던 2000년도에는 70개 이상의 기사를 올리던 열성기자회원?이었는데... 저의 게으름 탓입니다. 앞으로는, 저만이 쓸 수 있는 빌딩자동제어에 대한 기사들을 써보겠습니다. 관심있는 독자분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다양한 의견들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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