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근사하게 늙을 수 있을까?"

책 속의 노년(21) : <일소일약 일노일로>

등록 2002.04.04 14:32수정 2002.04.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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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년퇴직하신 분들이 모여 소일하신다는 사무실에 인사차 들를 일이 있었다. 평생 직장은 없다에서부터 연봉제니 조기 퇴직이니 하는 요즘 상황과 비교되어서일까. 탄탄한 직장의 고위 관리직에서 정년퇴직하신 분들은 참 행복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 중심가의 빌딩 10층. 푹신한 소파, 빠진 것 없이 갖춰져 있는 집기들, 건강하게 웃으시는 얼굴들. 참 좋아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탁자 위에 펼쳐져 있는 담요 위의 화투로 눈길이 가면서 노년기의 시간 보내기란 결국 이것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건물 어딘가에 자리 잡은 경로당에서도, 정년퇴직자들의 사무실에서도 화투는 역시 최고의 놀이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도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이 즐기는 놀이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할 것은 없겠다. 다만 내가 나이 들어서 그렇게 지내고 싶은지 생각해봐야겠다.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고 은퇴자가 됐을 때 그렇게 지내고 싶은지 물어봐야겠다.

늙는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시게타는 '일소일약 일노일로(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자고 이야기하며 말문을 연다.

물론 사이토 시게타는 의사에다가 크루즈 여행을 즐길 정도의 재력도 갖춘 할아버지여서, 노년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권유 중에서 우리 처지에 맞는 것을 골라낸다면 충분히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돈드는 일도 아닌 바에야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즐겁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비결을 알았다 해도 과연 언제부터 실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에서 물러나는 그 순간부터 노후 생활에 필요한 수칙들을 눈 앞에 붙여놓고 실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년기가 시작되는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 가서 그 원칙들을 상기하고 그대로 해보려는 일 역시 있을 수 없다.

젊음은 자발성이라고 했던가.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고 들여다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뾰족한 얼굴을 내미는 여린 새싹처럼,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자발성이 아닐까. 바로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진리, 근사하게 늙을 수 있는 비결은 모두 열 가지이다.


·호기심을 가져라
·취미를 만들어라
·모임에 참석하라
·유머 감각을 키워라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친구를 사귀어라
·연애를 즐겨라
·여행을 떠나라
·멋내는 방법을 배워라
·매사에 감동하라

(일소일약 일노일로 一笑一若 一怒一老 / 사이토 시게타 지음, 김숙이 옮김, 아카데미북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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